데스크 칼럼 |
오남용·공급불안 등 만성적 의약품 난제에 답하는 정책감사 기대
비만약, 성장호르몬, ADHD치료제···. 매년 국정감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의약품들이다.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등장했던 이 약들은 '살 빼는 약', '키 크는 주사', '공부 잘 하는 약'과 같은 '관용어'를 양산하며 남녀노소의 일상에 깊이 파고 들었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오남용 문제를 지적하고 대책을 강구했지만, 만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남인순 의원은 2019년부터 마약류 성분 비만치료제 오남용 위험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남 의원은 특히 식욕억제제 처방 가인드라인이 되어야 할 비만 기준 개선을 장기간 요구했으나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국가건강검진(체질량지수·BMI 30 이상)과 임상가이드라인(BMI 25 이상)이 불일치하는 등 의료현장의 혼란은 진행형이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ADHD치료제가 건당 1000개 이상 처방된 사례 등을 집중 조명하며 청소년 오남용의 위험성을 짚었다. 그러나 매년 5세 이하 영유아에게 ADHD치료제가 1만 정 이상 처방(국민의힘 서명옥 의원)되고, 성인 환자들의 ADHD 진료비가 1000억원을 넘어서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오남용 징후가 여전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과 김남희 의원은 성장클리닉 등을 중심으로 성장호르몬의 비급여 처방과 부작용이 증가하는 양상을 놓고 책임있는 실태 파악과 허위 과대광고 규제를 주문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보건 안보 현안으로 확장된 의약품 공급 문제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의약품 품절 관련 언급은 복지위 15차 회의에 걸쳐 다수 등장한다. 연례적인 감기약 공급 부족부터 고혈압약, 항암제, 성장호르몬에 이르기까지 시기와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약국 현장에서 매달 2만건이 넘는 품절 신고가 쏟아지는데도 정부 자료에는 '보고 없음'으로 집계조차 되지 않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지적했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의약품의 사전·실시간·사후관리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모니터링 체계도 보건의료 전반에 도입되는 추세다. 그런데도 정책이 단절되고 제도가 초기화되는 악순환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의약품의 가치는 단순한 질병 치료 수단을 넘어 사회의 불안과 균열을 진단하는 경고등으로 확장됐다. 인구구조 변화와 소득 증가에 따라 치료 목적을 벗어난 의약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건강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를 드러내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풀지 못한 의약품 현안들도 부작용 우려뿐만 아니라 교육(ADHD치료제), 경쟁(성장호르몬, 비만치료제)과 같은 사회적 불안을 비춘다는 점에서, 그 여파가 보건의료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수년간 표류하는 의약품 난제를 시급히 점검하고 답해야 할 책임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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