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업계 RA 전문가, 개발본부 관계자 협의의 성과
일반약 연고제→ 크림으로 제형 변경 기업입장서 정비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가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의 임상 3상 면제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일반의약품 자료 제출 범위 명확화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올해 초 출범한 협의체를 통해 제기된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성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는 25일 식약처 전문언론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4월 출범한 '일반의약품 개발 지원 협의체' 및 '복합제 개발 지원 협의체'를 통해 나온 규제 개선방안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규제 완화를 함께 논의하고 추진해온 제약 업계 관계자들도 배석했다.
협의체는 앞서 식약처와 업계 RA 전문가, 개발본부 관계자 등이 수 차례 만나 과제를 의논했고 오유경 식약처장이 그 성과를 '식의약 안심 50대 개선 과제'에 담았다. 이 과제 안에 있는 것이 앞서 말한 일반의약품 심사자료 요건 명확화와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 복합제의 임상 3상 면제 방안이다.
김소희 의약품심사부 순환신경계약품과장은 먼저 일반의약품과 관련 "주성분 함량과 효능 효과등 모든 것이 동일한 경우 유사제형 간의 제출자료 명확화가 추진된다"며 "예를 들어 업체가 연고제를 크림제로 바꾸려고 할 때 자료를 어디까지 제출해야 하는지 명확치 않아 업계가 혼선을 느꼈다. 이를 명확히 규정해 업계의 혼선을 방지하고 자료 제출 인정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가 이날 언급한 키워드는 '명확화'다. 연고제를 크림제로, 크림제에서 겔제로 제형 간의 변경을 시도할 경우 약효 동등성 입증 자료를 무엇을 내야할 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내년까지 규정해 업계의 혼란을 최소하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약처의 '명확화'는 곧 '자료제출 간소화'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한 정성우 제뉴원사이언스 팀장은 "식약처가 수차례 전달한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며 "그동안 일부 업체들은 유사 제형 간의 변경을 시도하고 싶어도 반드시 약효 동등성을 맞추는 단계를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연고제와 겔제는 부형제에 어떤 것을 넣느냐에 따라 점도 등이 달라지는데 주성분의 함량과 효능 효과가 등 모든 것이 동일해도 부형제가 달라지면 비교 용출을 통한 약효 동등성 입증이 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식약처가 비교 용출 등의 자료 제출 기준을 완화해 약효 동등성 입증 을 위한 허들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성우 팀장은 피부가 두꺼운 환자들은 연고제를, 피부가 얆은 환자들은 겔제로 각각 다른 제형을 출시하고 싶지만 약효 동등성 입증으로 인해 업계가 제품을 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내년 자료 제출 간소화가 가능해지면 유사 제형 간의 약효 동등성 입증 허들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제형의 일반의약품 출시가 가능하고 그는 전했다.
바이엘코리아 성정희 이사는 표준제조기준 외에 새로운 운동장이 생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 이사는 "글로벌 영역에서도 일반의약품의 제형을 활성화해서 소비자의 선택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있어왔다"며 "식약처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옵션을 제공해준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표준제조기준 외에도 새로운 운동장이자 시장이 열린 셈"이라고 예측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약처는 올해 안으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의 임상 3상 면제 방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강주혜 의약품심사부장은 그 배경을 두고 "식약처는 10여년동안 축적된 28개 품목과 약 5000명 규모의 임상 데이터를 메타 분석했다"며 "그 결과 고혈압과 이상지지혈증 단일제가 서로의 치료 효과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전성 우려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협의체에서 논의한 결과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복합제를 대상으로 이뤄진 임상 3상을 면제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고혈압과 고지혈증 복합제를 위한 임상 3상 시험에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두 개의 치료제를 하나로 제조한 이후 고혈압 치료제 투약군과 비교하고, 고지혈증 치료제 투약군과 안전성과 유효성을 비교해왔다.

그러나 단일제로 이미 허가를 받은 개별 치료제들이 크게 잘못되지 않은 이상 임상 3상에서 안전성과 효과가 다르게 나올 수 없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왔다. 식약처는 메타 분석을 통해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과학적인 근거를 세워 임상 3상 면제를 결정했다.
현장에 참석한 길찬호 삼아제약 개발본부장는 "업계는 그동안 끊임없이 '동반질환에서 굳이 임상 3상까지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식약처에 던졌다"며 "식약처가 협의체를 통해 이를 반영해 메타분석이라는 과학적인 기법을 통해 규제를 완화했다.업체가 그동안 임상 3상에 들인 비용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진일보한 조치로 이번 규제 완화는 식약처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