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환자·재정·산업' 세마리 토끼 쫓는 정부, 디테일은 공개 안해
정부가 약가제도 전반의 손질을 예고했다. ①제네릭 약가 산정 방식의 합리적 재조정 ②신약접근성 제고 약가유연계약제 도입 ③신유도형 계단식 약가 인하 구조 도입 ④다품목 등재 관리 강화 ⑤기존 사후관리 제도 정비 등이 약가제도 개선방안 큰 꼽힌다. 이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될 예정인 만큼, 약가제도 방향성은 정해졌다.
복지부는 발표를 앞두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KOBIA), 글로벌제약산업협회(KRPIA), 환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각각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설명회 후일담 중 눈에 띄는 것은 업계 반응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더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일단 글로벌 제약사들은 약가유연계약제 도입을 통해 신약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보였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제네릭 약가 산정률 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마진 구조가 더 낮아지는 것은 물론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가 더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다품목 등재 관리 강화도 중소 제약사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사들에서 제네릭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고 지나친 가격 인하는 공급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설명회는 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한 절차로 볼 수 있지만 정작 현장은 정리되기 보다는 혼란스러움이 더 한 모습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전체 방향은 들었는데 핵심 내용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약가 제도는 기업의 매출과 영업전략, 나아가 사업계획 수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이 작동해서는 안되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과정에서는 정부가 디테일을 공유하지 않은 채 큰 틀만 제시했고, 질의응답에서도 구체적인 알맹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도 변화가 예측 불가능해질 때 업계가 느끼는 불안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다. 실제 투자·개발·고용으로 이어지는 현실적 문제다.
정부의 방향성은 이해한다. 신약 접근성을 높여 환자 부담을 낮추는 것은 당연한 정책 목표다.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제약사들에게는 베네핏을 제공해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큰 그림도 알겠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따져야 하는 위치인 것도 맞다. 그러나 약가 제도의 실질적 적용 대상은 제약사이며 향후 움직여야 할 주체도 제약사다. 그만큼 조기 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번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큰 방향은 공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세부 설계와 속도, 영향력 등을 업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사전에 논의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정부가 '환자 접근성·재정 건전성·산업 육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모두 고려했다면, 그 균형점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약가는 단순한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핵심 신호다. 발표 시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직결된다. 지금이라도 소통의 빈칸을 줄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