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의 바람직한 투자
① 전체 시장 흐름을 살펴라
② 비만치료제 시장, 앞으로 더 커진다
③ 바이오 산업, 혁신 기술 하나로 '성공' 가능

투자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특히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닌, 보이지 않는 '약물의 효능'을 사고파는 바이오 투자는 더욱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답안지가 있다면 훔쳐보고 싶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그들만 아는 답이 있지 않을까.
임상의 성패를 예측해 베팅 하는게 아니다.
'스토리'와 '일정(이벤트)'을 보고 파도를 타는 거다
10년 넘게 바이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한양증권 오병용 연구원은 지난 18일 <히트뉴스>와 만나 바이오 종목은 기업이 제시하는 연간 계획에 이미 힌트가 들어있다고 귀띔했다. 임상 개시, 결과 발표, 기술이전 목표, FDA 심사 등 수많은 이벤트들이 정교하게 얽혀 있고, 투자자는 이 일정을 따라 움직이는 '파도'를 타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주요 이벤트들은 무엇일까? 주요 투자 전략부터 시장 전망까지 오 연구원과 Q&A를 통해 짚어본다.

① 바이오 투자에서 임상 성패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이벤트'가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달력에 표시해야 할 핵심 이벤트 4가지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신약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임상시험 결과 발표라고 할 수 있다. 임상시험의 성패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결과 발표가 다가올수록 주가가 크게 변동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시판 가능성을 결정하는 식약처나 FDA의 승인 여부인데, 미국 FDA 승인 심사 같은 경우 일정이 정해져 있어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시점을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기술 이전은 회사의 목표를 참고하여 예측해야 한다. 기술 이전 계약은 사실 회사 내부에서도 정확한 시점을 알기 어렵지만, 회사들이 대개 '내년 상반기에 하겠다'와 같은 자체 목표를 설정해 두기 때문에 그 목표 시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임상 개시의 신호탄인 IND(임상시험계획) 승인도 중요한 이벤트이다. IND는 FDA 제출 후 30일 이내에 승인 여부가 무조건 결정되기 때문에 일정을 파악하기 쉽다.
이외에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작은 이슈들이 있다. FDA의 패스트 트랙이나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지정 여부, 또는 pre-IND 미팅 같은 작은 이벤트도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는 치료제 관련 FDA 미팅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이벤트들을 달력에 정리해 타임라인을 만들고, 각 포인트에 맞춰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
② 매출 기반이 아닌 바이오 기업 특성상 현재 '저평가'돼 있는지, '고평가'돼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일반 제조업과 달리 PER(주가수익비율)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유사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미국 상장사들과 비교하는 '상대 가치 평가'가 주된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같은 기전의 약물을 개발 중인 미국 기업이 2조 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우리 기업도 최소 1.5조 원 수준의 가치는 받을 수 있겠다'는 식의 밸류에이션 논리를 적용하여 가치를 판단한다.
③ 텔레그램이나 유튜브 등 바이오 주식 채널 등에서 넘쳐나는 정보들, '함정'은 무엇인가?
넘쳐나는 단편적인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단편적인 수치 계산에 기반한 '스토리'가 시장에 퍼져 일반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
어떤 오리지널 약물의 시장 규모가 10조원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그 시밀러를 개발중인 기업이 시장의 10%만 차지해도 1조원 매출이 예상된다는 단순한 가정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리지널사와 소송과 특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뿐 아니라, 이미 시장에 진입해 있는 대형 제약사들의 경쟁 제품이 많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대비 가격이 크게 하락해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려는 중소 기업에서는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
단편적 '스토리'가 아닌 전체 시장의 흐름과 경쟁사들과 관계 등을 함께 보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④ 내년에도 비만 치료제 시장은 계속 주목받을지?
비만 치료제 시장은 현재 성장의 초기 단계, 즉 개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단 두 회사뿐이지만, 전 세계 비만 환자 중 이 약물을 사용해 본 사람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이 시장의 잠재력은 치료 목적 외의 수요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전망치는 보통 BMI(체질량지수)가 높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산출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3kg 정도의 체중 감량을 원하는 일반인들의 미용 목적 수요도 상당하다. 이러한 미용 목적의 수요까지 고려한다면, 시장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시장의 변곡점은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대부분 주사제 형태라는 한계가 있어 복용 편의성이 낮다. 하지만 내년에 출시 예정인 오포글리프론과 같은 경구용 치료제가 등장하게 되면, 복용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시장이 한 번 더 성장을 가속화하며 '더블업'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한다.
⑤ 한국 바이오 산업,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
최근 기술이전(L/O) 트렌드가 플랫폼 기술이나 지분 투자 형태로 변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기술수준이 높아졌음을 반증한다.
기술이전은 원래 리스크를 나누는 '파트너십'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2015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이전 이후 '기술 수출'이라는 단어가 정착됐고, 현재는 공동 개발, 플랫폼 기술 이전, 지분 투자를 통한 협력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다른 제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의학 발전에는 끝이 없고, 생명 연장과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전기차나 스마트폰 같은 제조업은 이미 애플이나 삼성 같은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후발 주자가 진입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바이오는 다르다. 혁신 기술의 힘이 절대적이다. 후발 주자도 좋은 기술 하나만 있다면 시장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인 것이다.
정답은 없어도, 나만의 답안지는 만들 수 있다
오 연구원은 "바이오 투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라며 바이오 투자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주가 상승도 빈번하고, 공부한다고 해서 투자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주요 이벤트를 달력에 정리하고, 그 일정을 중심으로 시장의 파도를 읽어내는 훈련이 쌓이면, 예측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에서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불확실한 바이오 시장에서도 각자의 답안지는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