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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0월,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국 이동통신사 3위 스프린트 인수를 선언했고, 미국 여론은 싸늘했다. 과거 버블 붕괴 이전 일본 자본이 미국 금융과 부동산에 진출하던 때가 오버랩되며, 통신마저 침략하려 한다는 경계였다.안보 논리는 미국 안의 반대를 부추겼다. 경쟁사 디시네트워크는 더 높은 인수가를 제시했다. 야구로 따지면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이었다. 공 하나면 회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처지였다.다급한 상황에서 손 마사요시는 84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들고 미국 당국을 찾아갔다. 그
생각을 hit
이우진 수석기자
2025.11.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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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약가제도 전반의 손질을 예고했다. ①제네릭 약가 산정 방식의 합리적 재조정 ②신약접근성 제고 약가유연계약제 도입 ③신유도형 계단식 약가 인하 구조 도입 ④다품목 등재 관리 강화 ⑤기존 사후관리 제도 정비 등이 약가제도 개선방안 큰 꼽힌다. 이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될 예정인 만큼, 약가제도 방향성은 정해졌다.복지부는 발표를 앞두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KOBIA), 글로벌제약산업협회(KRPIA), 환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각각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설명회 후일담 중 눈에 띄는 것은
데스크칼럼
이현주 취재팀장/기자
2025.11.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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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옵티마웰니스뮤지엄약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공간의 구성과 색감이었다. 양옆에 병렬로 배치된 직사각형 형태의 판매 공간은 안정감을 줬고, 우드톤의 색채가 공간 전체에 친근한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평소 하얀색 배경의 전형적인 약국만 접해왔던 터라, 이처럼 차별화된 공간은 더욱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세달 전 방문한 메가펙토리 약국도 인상적이었다. 넓은 매장에 압도됐는데, 마치 코스트코처럼 천장까지 쌓인 박스들과 섹션별로 구분된 판매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수많은 사람들이 카트를 밀며 다양한
기자수첩
최선재 기자
2025.11.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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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에스테틱 시술 수요가 늘고 전문의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기존 피부과가 에스테틱 시술 전문 병원으로 전환하거나 새롭게 개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704개의 피부과가 신규 개설됐다. 같은 기간에 비급여 시술만 진행한 피부과는 52개 지점으로 나타났다.실제 지인은 "최근 갑작스러운 두드러기 증상으로 인해 가까운 피부과를 검색했지만 진료를 진행하는 피부과는 1~2곳에 불과했고 다른 동네로 겨우 찾아간 병원
기자수첩
방혜림 기자
2025.11.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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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라디오가 대중에게 방송되면서 처음으로 온종일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1950년대에는 위대한 텔레비전이 등장했고, 마침내 2007년 아이폰은 따분함에 영원하고 완전한 사망 선고를 내렸다. 그와 함께 우리의 상상력도 사라졌다"– 마이클 이스터, 『편안함의 습격』 발췌그리고 2022년 11월 30일, 챗GPT의 등장은 그 마지막 장을 쓴 듯하다. 이제 인간이 스스로 사고하고, 탐구하며, 지식을 만들어내는 고유한 행위, '사유'의 기능 마저 서서히 소실되고 있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덫에 갇힌 과학계는 지금 '생각의 부재'
기자수첩
김선경 기자
2025.11.1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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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포·유전자치료 실용화를 당기기 위한 과감한 제도 개편을 선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주재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중대·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를 전향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일단 된다'는 마인드로 바꿔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문은 침체된 첨단재생의료 생태계를 '속도' 중심으로 재편해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글로벌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관계부처는 후속조치에 올인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 관련기관 관계자는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와
데스크칼럼
허현아 콘텐츠팀장/기자
2025.11.0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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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를 얼마나 오래 생존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지던 항암 분야 연구 트렌드가 조기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종양 분야 글로벌 3대 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 참석했다. ESMO는 약 176개국 4만명의 종양 전문가 회원을 보유한 만큼,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로 신약의 품목허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이 ESMO 회원들 위주로 진행되고, 그 성공 여부에 따라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의 권고사항이 변한다. 이 권고 등급이 경쟁약을 넘어설 수 있는 지 여부가 상용화 당락을 좌지우지한다.
기자수첩
황재선 기자
2025.11.0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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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신어'에 나오는 '엽공호룡'(葉公好龍) 이야기를 떠올렸다. 초나라에 엽씨 성을 가진 이가 살았다. 그는 용을 사랑해 집 안팎을 조각과 그림으로 도배하듯 꾸몄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용이 새겨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느 날 이같은 소문이 진짜 용에게도 들어갔다.용은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한 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그의 집 창문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놀라 황급히 도망쳤다. 용의 모습만 사랑했을 뿐, 날카로운 발톱과 거대한 크기를 견디기에는 두려웠기 때문이다.국내 제약업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문득
생각을 hit
이우진 수석기자
2025.10.3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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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최근 제약사를 대상으로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현황 조사에 나섰다. 국산 원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지만, 실상은 국정감사에서 '정책을 만들고도 신청이 단 한 건도 없다'는 지적에 따른 뒤늦은 대응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국정감사에서 백종헌 의원은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2년 11.9%, 2023년 25.6%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데다, 팬데믹이나 지정학적 갈등이 발생하면 필수의약품조차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정부는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사
데스크칼럼
이현주 취재팀장/기자
2025.10.2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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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회사와 바이오기업을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노연홍)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오늘(24일) 'K-Pharma,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 라는 제약바이오비전 2030을 선포하는 한편 협회와 연결된 신축건물 미래관의 개관식을 갖는다. 협회는 ①1945년 10월 26일 조선약품공업협회로 출범한 이후 ②대한약품공업협회(1953) ③한국제약협회(1988) ④한국제약바이오협회(2017) 등 시대정신과 산업의 역할 변화에 알맞은 이름으로 바꿔 활동하며 산업의 견인차 구실을 충실히 해왔다.조선약품공업협회보다 긴 역사를 간직한 기업
조광연칼럼
조광연 기자
2025.10.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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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의 간독성 우려가 있으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판매 중단을 권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시 재평가를 진행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성분 제품은 시중에서 '체지방 감소 효과'를 내세우며 수년간 판매됐다. 하지만 8년 뒤인 2024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가르시니아 성분 건강기능식품에서 중대한 이상반응 보고(136건)가 다수 발생했다"며 안전성 검토를 촉구했다.
기자수첩
최선재 기자
2025.10.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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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잡지사가 개최한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이 논란에 휩싸였다. 유방암 환자들이 아닌, 목적과 취지를 잊은채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위한 행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소셜미디어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연예인들은 챌린지로 춤을 추거나 술잔을 들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선정적인 노래 가사와 노출이 많은 복장은 도마위에 올랐다. 유방암을 상징하는 핑크 리본과 유방암 및 환자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또한 이 캠페인을 통한 기부금이 17년간 누적 3억원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캠
생각을 hit
방혜림 기자
2025.10.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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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구로 정립한 가설을 입증해 신약으로 만들어 보겠다며 바이오 벤처를 세운 연구자들이 노심초사 끝에 임상단계에 다다랐다. 그러나 생태계에 돈가뭄이 들어 임상시험을 할 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에 따라 다르지만, 신약 기술을 사가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임상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은 일상화됐다고 한다. 법인통장의 돈이 사우나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순식간 뚝뚝 떨어지고, 임직원들은 하나 둘 흩어지는 중이다. 창업자와 벤처가 쌓은 자산(assets)은 고스란히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매몰될 참이다. 공들여 쌓은 특
조광연칼럼
조광연 기자
2025.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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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 있어도 적절한 온도와 수분, 산소를 머금은 토양이 없으면 발아하지 못한다. 한국 바이오 산업도 마찬가지다. 혁신 신약이라는 씨앗이 충분히 준비돼 있어도, 자본과 시장 환경이라는 토양이 갖춰지지 않으면 빛을 볼 수 없다.이번 커버스토리를 취재하며 벤처캐피탈, 바이오텍, 정부 산하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바이오 산업에 흩뿌려진 혁신 신약의 씨앗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한계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다.처음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현실이 너무 달라 보였다.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에만 집중했고,
기자수첩
김선경 기자
2025.10.1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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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성장호르몬, ADHD치료제···. 매년 국정감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의약품들이다.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등장했던 이 약들은 '살 빼는 약', '키 크는 주사', '공부 잘 하는 약'과 같은 '관용어'를 양산하며 남녀노소의 일상에 깊이 파고 들었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오남용 문제를 지적하고 대책을 강구했지만, 만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남인순 의원은 2019년부터 마약류 성분 비만치료제 오남용 위험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남 의원은 특히 식욕억제제 처방
데스크칼럼
허현아 콘텐츠팀장/기자
2025.10.1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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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연차 악사의 양심 고백. 약사들은 혈압약을 먹지 않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가짜 의사와 약사들이 판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 의사들은 완치가 쉽지 않고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무좀, 지루성두피염, 이명, 비문증, 입냄새 등 골치 아픈 질병 을 골고루 들춰내 2~3달 먹으면 말끔히 치료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부풀려 물건 팔기에 혈안이 돼 있다.AI가 만든 의사들은 비문증 같은 경우 '방치하면 실명을 할 수 있다'고 겁을 주고, 이명 같은 경우 '뇌속에 이명회로가 생성되면 뇌가 망가진다'
생각을 hit
조광연 기자
2025.10.0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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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5일 의료계와 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고에 따라 일부 항암 병용 요법에서 부분급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공고에 따라, 15개 암종에서 총 35개 병용요법의 급여 기준이 신설됐다. 기존 급여 적용을 받던 약제가 동일 적응증 범위 내에서 타 약제와 병용요법이 적용됐을 경우 이를 유지해주는 게 요지다. 물론 기존 급여 약제 간의 병용요법이 완전 급여가 되지는 않았으며, 일부라도 급여가 적용될 수 있게 됐다.관련 기사 : 렉라자ㆍ타그리소 병용요법, 부분급여 적용… 처방 경쟁 초읽
기자수첩
황재선 기자
2025.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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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작성한 명인제약 '기업공개(IPO) 프레젠테이션' 자료 5페이지, 회사소개 첫 머리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로 시작한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오늘에 충실하며, 미래를 향한 희망을 갖자!(Learn from yesterday, Live for today, Hope for tomorrow!)'. 명인제약 본사 사무실에서도 조명을 받으며 붙어있는 문구다.문득 2009년 명인제약이 제작해 어쩌다 기자들 손에까지 들어온 마우스 패드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고민은 어떤 일을 시작해서 생기는 것보다 일을 할까 말까 망설
조광연칼럼
조광연 기자
2025.10.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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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10년 가까이 된 이맘때 일이다. 10월 초 9호선 신목동역에서 내리자 서늘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계단을 올라 서울식약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무개 넘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진 브리핑실은 바깥 한기와 달리 후끈했는데, 기자들 사이에서는 매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식약처 측은 정식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제품의 유의성이 위험성보다 높다며 환자를 전수조사하고 모니터링하는 조건으로 폐암치료제 '올리타'의 사용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당시 업계 안팎 상황은 '엄청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9월 30일 올리타
생각을 hit
이우진 수석기자
2025.09.2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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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법정 다툼으로 적용이 중단됐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약제의 선별급여가 21일부로 집행정지에서 해제됐다. 환수협상 무효 소송과 선별급여 고시 무효 3심 본안소송이 남아있지만, 5년만에 선별급여가 적용되는 것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오랫동안 노인성 인지저하와 경증 치매 증상 개선 목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아세틸콜린 전구체로 작용해 신경전달물질 합성을 돕는다는 약리학적 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공익감사 청구와 글로벌 임상 기준에 부합하는 대규모 연구에서 플라시보 대비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되지
데스크칼럼
이현주 취재팀장/기자
2025.09.25 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