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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쫓는 의료진에 질환 치료 지연

메디컬 에스테틱 시술 수요가 늘고 전문의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기존 피부과가 에스테틱 시술 전문 병원으로 전환하거나 새롭게 개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704개의 피부과가 신규 개설됐다. 같은 기간에 비급여 시술만 진행한 피부과는 52개 지점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인은 "최근 갑작스러운 두드러기 증상으로 인해 가까운 피부과를 검색했지만 진료를 진행하는 피부과는 1~2곳에 불과했고 다른 동네로 겨우 찾아간 병원에서는 '원래는 따로 진료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취재 중에도 대학병원은 예약 후 진료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직장인은 회사와 일정이 맞지 않으면 진료를 보기 어려워 치료가 지연된다는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이처럼 비급여 시술로 매출 확대를 노리는 에스테틱 전문 병원이 늘어나면서 아토피·두드러기 등 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질환 환자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의료법상 '전문지식 부족'이 진료거부의 정당한 이유로 포함되고 약제·인력 부족도 정당한 사유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 전문의라는 타이틀을 걸고 병원을 개원하고 마케팅을 진행하면서도 이익이 크게 남지 않는 질환 치료에서는 전문지식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시술을 진행하는 것도 미용적 고민을 해결하고 병원 운영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의료의 본질은 '치료'에 있다. 급성 피부질환 환자들이 적시에 진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의료계는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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