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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치료로 완치부터 재발 방지까지, 사회·경제 가치 커

말기암 환자를 얼마나 오래 생존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지던 항암 분야 연구 트렌드가 조기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종양 분야 글로벌 3대 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 참석했다. ESMO는 약 176개국 4만명의 종양 전문가 회원을 보유한 만큼,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로 신약의 품목허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이 ESMO 회원들 위주로 진행되고, 그 성공 여부에 따라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의 권고사항이 변한다. 이 권고 등급이 경쟁약을 넘어설 수 있는 지 여부가 상용화 당락을 좌지우지한다.
작년 ESMO에서는 가장 중요도 있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는 프레지덴셜 심포지엄(Presidential Symposium)을 포함해 발표 직전에서야 초록이 공개되는 LBA(Late Breaking Abstract) 연구들의 주된 암 병기는 전이성 또는 국소진행성 단계였다. 즉, 말기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그 트렌드가 올해는 사뭇 달랐다. 조기 항암 치료의 특징은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관계로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더 나아가 수술 전에서 후까지 연결되는 보조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
조기 단계의 △유방암에서 CDK 4/6 억제제 키스칼리, 버제니오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 △위암에서 면역항암제 임핀지 △요로상피암에서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 등 보조요법들의 주요 연구들이 글로벌 종양 연구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렇듯 조기 항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에는 '완치'를 목표로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형암이 더 넓은 범위로 진행 혹은 타 장기로 전이되기 전에 수술로 제거할 경우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에는 수술 전 암종의 부위를 축소시키고, 수술 후 재발 위험을 줄여 환자 부담을 낮추는 데 목적했다면, 이제는 말기암에서 효과를 입증한 혁신 신약들을 더 앞단에서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실제 임상에 참여했던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들 요법을 사용했을 때 수술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암종이 관해를 보이거나 수술 후에 재발까지의 시간이 확연히 연장되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항암 환자들은 치료 성과가 좋을 경우 경제 활동 및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조기 유방암은 사회 활동과 자녀 양육을 함께 하고 있는 젊은 여성에게서 그 빈도가 높다.
이렇듯 조기 항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급여 문제로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7월 조기 폐암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티쎈트릭이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통과한 것 외에 급여 등재에 진척이 있는 요법은 전무하다.
보험 당국이 재정의 한계로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 옵션에 집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점차 조기 요법이 가지는 장기적 효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ESMO에서 소개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약사들이 다시금 급여 등재에 도전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논의가 이어져, 조기암 환자들이 재발의 두려움 없이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