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쎄 베를린'서 17~21일까지 5일간 열려
조기 단계 연구 발표 다수…유방암·요로상피암·위암 발표 예정
키스칼리 vs 버제니오, 조기 유방암 분야 장기 생존 경쟁 시작

[베를린(독일)=황재선 기자] 종양 분야 글로벌 3대 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가 내일부터(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개막됩니다. 올해 행사는 메쎄 베를린(Messe Berlin)에서 17일부터 21일까지 총 5일간 개최될 예정입니다.
ESMO 연례학술대회는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ESMO는 약 176개국 4만명의 종양 전문가가 속해 있는 글로벌 학회입니다. 매년 전 세계의 임상의, 연구원, 환자단체, 의료업계 관계자 등 다양한 종사자들이 참석하는 최대 종양 분야 학술대회로,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독일 베를린에서 행사를 개최합니다.

ESMO가 가장 권위있는 학회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가장 효과적인 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찾는데 초점을 맞춰져 있다는 점이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신약의 최신 임상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어 매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글로벌 제약사와 전도 유망한 초기 신약 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들의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지고, 각 질환 분야 핵심 오피니언 리더(KOL)들과 자사 핵심 파이프라인의 개발 방향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히트뉴스 황재선 기자가 ESMO 개막을 하루 앞둔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 드리고자, 발 빠르게 독일 베를린 현장으로 날아갔습니다.

올해 ESMO 2025 행사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이 외에 화이자, MSD, 존슨앤드존슨 등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참여했고, 국내 기업 중에서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루닛 등이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ESMO는 큰 틀에서 구두 발표, 포스터 발표, 토론, 부스 홍보, 미팅 등으로 이뤄집니다. 구두 발표는 Mini Oral, Proffered Paper session, Presidential Symposium 순으로 중요도에 따라 분류됩니다.
또 특성상 매 발표가 5~10분 단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전 접수와 동선 파악은 필수로 여겨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눈 깜짝할 새 중요한 발표를 놓치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올해 행사는 연결되지 않은 독립된 2개의 건물에서 진행돼 참여자들의 혼란이 예상됩니다.

사전 접수 데스크가 열리자마자 행사장을 방문해 미리 사전 접수하는 관계자들을 비일비재 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행사장도 마지막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한산했습니다.

ESMO 행사장 내 부스 전시장도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참여 기업들은 후원 규모에 따라 부스 크기와 위치가 정해집니다. 부스 자사 주력 파이프라인 및 ESMO 2025 주요 발표 연구들 그리고 KOI와 미팅을 할 수 있는 좌석들이 세팅 돼 있었습니다.
올해 발표될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발표 현장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MSD, 다이이찌산쿄, 노바티스, 일라이 릴리, 아스텔라스 등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제들의 3상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위암, 유방암, 요로상피암, 비소세포폐암, 난소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한 주요 임상 결과가 공개됩니다.
어떤 연구 내용이 소개될 지 히트뉴스 독자 분들을 위해 주요 임상들을 정리해봤습니다.

HR+/HER2- 조기 유방암,
본격 장기 생존 경쟁 들어간 '버제니오' vs '키스칼리'
CDK 4/6 억제제 기반 호르몬수용체 양성(HR+), HER2 음성(HER2-)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와 키스칼리의 장기 생존 데이터 경쟁이 본격화됩니다.
올해 버제니오는 7년, 키스칼리는 5년 장기 추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두 치료제 모두 기존 진행성 및 전이성 유방암이 아닌 조기 영역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기 유방암은 암이 유방 혹은 겨드랑이 근처 림프절에서만 발견되고,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 중 ①양성 액와 림프절이 4개 이상이거나 ②1~3개이면서 조직학적 3등급 또는 종양 크기가 5cm 이상인 환자들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합니다.
3상 ‘monarchE’ 연구는 첫 2년간 버제니오+내분비요법을 병용하고, 이후 내분비요법만을 진행하는 조기유방암 치료법입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2023년 ESMO에서 이 연구의 5년 장기추적 결과를 소개한 바 있는데, 당시 버제니오+내분비요법의 2년 병용 요법은 내분비요법 단독 대비 '침습성 질병 또는 사망 발생의 위험'을 33% 감소시켰으며(HR=0.670, 95% CI : 0.588-0.764, nominal p<0.001), '원격 재발 또는 사망 발생의 위험'을 33.5% 낮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HR=0.665, 95% CI : 0.577-0.765, nominal p<0.001).
당시 OS 데이터는 중앙값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만, 지난 8월 일라이 릴리는 이 임상의 7년 추적 분석에서 OS 개선을 입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 ESMO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지난 8월 25일 국내에서 조기 유방암 적응증을 획득한 노바티스의 키스칼리도 뒤따라 장기추적 결과를 발표합니다. 항암 분야에서 5년 장기추적 데이터는 치료 예후와 관련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데, 그 데이터가 공개되는 것입니다.
키스칼리와 버제니오의 치료 요법 자체는 동일하지만, 환자군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3상 임상인 ‘NATALEE’ 임상에서 키스칼리는 버제니오와 달리 대상에서 '림프절 양성의 재발 위험'이라는 조건이 붙지 않아 좀 더 많은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선두 주자인 버제니오가 연달아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이번 장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속 도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조기 항암 치료의 급여 등재의 벽은 여전히 높아 보입니다. 키스칼리도 이번 데이터를 기반으로 버제니오와 함께 급여 등재를 시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새로운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치료 옵션 도전하는 '엔허투'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DESTINY-Breast05' 연구 중간 분석 결과가 발표됩니다.
이 연구는 수술 전 보조요법(Neoadjuvant)를 받은 후 유방 또는 액와 림프절에 잔류 침윤성 병변이 있거나, 재발 위험이 높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와 케싸일라(성분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비교했습니다. 연구진은 1차 유효성평가변수로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를 설정하고, 평가할 예정입니다.
현재 해당 적응증은 전세계에서 어디에도 허가되지 않은 상황으로,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허가를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다이이찌산쿄는 지난 9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임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IDFS 개선을 입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아직 OS는 중앙값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가 HER2 양성을 나타냅니다. 이들 환자가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5년 생존율이 약 90%에서 30% 수준으로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에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으로 꼽힙니다.
현재 표준치료가 케싸일라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엔허투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다트로웨이,
면역항암제 사용 불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대안될까
ADC의 강세는 삼중음성유방암(TNBC)에서도 이어집니다. 엔허투와 마찬가지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TROP-2 타깃 ADC 다트로웨이(성분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 DATO-DXd)의 삼중음성유방암 대상 3상 ‘TROPION-Breast02’ 연구도 소개됩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HER2 단백질이 모두 음성인 유형으로, 전체 유방암의 약 15~20%를 차지하는 아형입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예후가 가장 불량한 아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재발 위험이 높은 특징으로, 5년 생존율은 전이성 환자 기준 약 15~20%로 불과한 상황입니다.
최근 일부 PD-L1 발현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치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PD-L1 음성이거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화학요법만이 유일한 1차 표준치료 옵션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ESMO 행사에서 발표될 TROPION-Breast02 연구는 전이성 혹은 절제 불가능한 삼중음성유방암 중 면역항암제 비적용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유일한 3상 임상입니다. 1차 치료제로서, 1차 치료에서 Dato-DXd와 연구자 선택 화학요법(ICC)을 비교 평가합니다.
지난 10월 6일 다이이찌산쿄는 해당 연구의 중간 분석 결과 무진행생존기간(PFS), OS 등 두 가지 1차 유효성평가변수를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데이터가 ESMO 2025에서 소개될 예정입니다.
2023년 기립박수 받은 '파드셉+키트루다',
올해 EV-303으로 명예의 순간 재현할까
30년만에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1차 치료 환경을 바꿔 2023년 ESMO 현장의 기립 박수를 받았던 ADCC 파드셉(성분 엔포투맙 베도틴)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조기 단계로 그 영역을 넓힙니다.
당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3상 임상 'EV-302' 연구를 통해 기존 전이성 요로상피암 표준요법인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위험을 약 53% 감소시키고, 질병 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백금기반 화학요법 대비 55% 감소시키는 등 패러다임 변화를 알렸었습니다(HR 0.45, 95% CI : 0.38-0.54, p<0.001).
이번에 발표될 EV-303 연구는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시스플라틴을 포함한 항암화학요법에 적합하지 않은 근침윤성 방광암(MIBC) 환자의 수술 전 보조요법 및 근치적 방광절제술 후 보조요법을 평가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595명의 환자들은 3개 군으로 무작위 배정됐습니다. A군 환자는 수술 전 키트루다를 3주기 치료한 뒤, 방광절제술을 시행하고, 이후 키트루다를 14주기 추가 투여받았습니다. B군은 수술만을 진행했고, C군은 A군과 수술 전은 동일하지만 수술 후 키트루다+파드셉을 6주기, 이후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8주기 진행했습니다.
지난 8월 연구를 주관하고 있는 MSD는 1차 유효성평가변수인 무사건생존기간과 2차 유효성평가변수인 OS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이번 ESMO에서는 관련 구체적인 데이터가 소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시스플라틴을 사용할 수 없었던 MIBC 환자들은 사용할 수 있는 수술 전후에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극히 제한됐었습니다. 전이성을 넘어 조기 단계에서도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을 지 이번 발표에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핀지, 조기 위암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보조요법 가능성 제시
'임핀지(성분 더발루맙)'가 면역항암제를 활용한 위암 수술 전후 보조요법(Perioperative regimen)으로의 적응증 확장을 시도합니다.
현재 국내 치료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절제 가능한 위암 환자는 수술 후 보조요법이 표준요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노피 엘록사틴(성분 옥살리플라틴)+도세탁셀+S-1(테가푸르, 기메라실, 오테라실칼륨) 병용요법이 2023년 3월 허가됐지만, 여전히 ‘보조요법’만으로 충분하다, ‘서양 위주의 치료법’이라는 임상의들의 평가가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다양한 항암제 기반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임상의들이 조기 위암 영역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사용할 근거가 마련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중 하나로 임핀지+FLOT(5-플루오로우라실+류코보린+옥살리플라틴+도세탁셀) 병용요법을 연구한 MATTERHORN 연구를 들 수 있습니다.
MATTERHORN 연구는 면역항암제 기반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 중 임상적 성공을 거둔 첫 연구로 꼽힙니다. 과거 키트루다 기반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연구 중 고배를 마신 바 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연구에서 임핀지 병용요법은 1차 유효성평가변수인 무사건생존기간(EFS)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했습니다. 당시 OS 데이터는 중앙값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이번 ESMO에서 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현재 임핀지가 위암 관련 적응증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후 해당 연구를 기반으로 국내 환자 생존 혜택 근거를 제공해 면역항암제를 결합한 수술 전후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 입증
면역항암제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여겨졌던 난소암 분야에서 키트루다가 처음으로 OS 개선을 입증했습니다.
난소암 분야에서 면역항암제를 활용한 단독 또는 병용요법 연구들이 계속돼 왔지만, 여전히 백금 내성 재발성 난소암 분야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 옵션은 전무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MSD는 5월 키트루다와 파클리탁셀±베바시주맙 병용요법과 위약군(위약+파클리탁셀±베바시주맙)을 비교한 3상 KEYNOTE-B96 연구의 성공을 알렸습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PFS, OS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ESMO에서는 구체적 결과가 소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MSD는 이번 결과를 통해 난소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의 적용 가능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난소암 분야에서 OS 개선을 입증한 첫 사례인 만큼, 부인암 영역에서 키트루다의 적용 가능성을 넓힌 계기가 됐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아직 해당 적응증은 허가된 국가가 없는 만큼, 이번 결과 공개 후 미국 FDA를 시작으로 허가 절차가 검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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