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ENGOT 협력 대규모 3상 'KEYNOTE-B96' OS 데이터 공개
2차 분석서, PD-L1 발현군서 표준치료 대비 사망 위험 24% 낮춰

[베를린(독일)=황재선 기자]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을 보이는 재발 난소암 환자들에게 키트루다와 항암화학요법 및 베바시주맙을 병용한 치료 요법이 표준치료 대비 추가 생존 혜택을 수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럽종양학회(ESMO)의 'Presidential Symposium'에서는 백금 저항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 치료를 위해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와 파클리탁셀 그리고 베바시주맙(포함 혹은 제외)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3상 임상 'KEYNOTE-B96(ENGOT-ov65)'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난소암 환자들을 위한 면역항암제 기반 단독 또는 병용요법들이 연구돼 왔지만,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내성 환자들에게 전체 생존기간(OS) 개선을 입증한 치료제는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 키트루다는 처음으로 이를 입증한 첫 면역항암제가 됐다.
KEYNOTE-B96 연구는 MSD가 후원하고 유럽 부인종양임상시험 네트워크(ENGOT) 그룹과 협력해 진행하는 대규모 3상 임상시험으로, 백금 저항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 643명을 키트루다+파클리탁셀±베바시주맙 투여군(322명)과 위약+파클리탁셀±베바시주맙 투여군(321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비교 평가했다.
키트루다군에서 키트루다는 약 2년간 6주마다 정맥 투여됐으며, 연구의 1차 유효성평가변수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OS는 주요 2차 평가변수로 설정됐다.

1차 중간분석 결과 발표 당시(중앙 추적관찰기간 15.6개월), 키트루다군은 PD-L1 CPS 1이상 환자군과 전체 환자군 모두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의 개선을 입증했었다.
PD-L1 CPS1 이상 환자군에서 키트루다군의 PFS는 8.3개월로, 위약군 7.2개월 대비 개선을 보였으며, 이는 위약군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8% 낮춘 결과다(HR=0.72, 95% CI : 0.58-0.89, p=0.0014). 전체 환자군에서도 각 8.3개월, 6.4개월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낮춘 결과를 보였었다(HR=0.70, 95% CI : 0.58-0.84, p<0.0001).

더불어 약 1년 후인 2차 중간 분석 결과가 이번에 발표됐다(중앙 추적관찰기간 26.6개월). PD-L1 CPS 1이상 환자군에서 OS의 유의미한 개선이 입증됐는데, 키트루다군에서 18.2개월, 위약군에서 14.0개월로, 약 24%의 사망 위험을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HR=0.76, 95% CI : 0.61-0.94, p=0.0053).
또, 전체 모집단에서도 각 17.7개월, 14.0개월로 나타나 유의미한 개선 경향을 보였다(HR=0.81, 95% CI : 0.68-0.97, p=0.0114).

18개월 시점 PD-L1 CPS 1 이상 환자에서 객관적반응률(ORR)은 53.0%(부분관해(PR) 43.1%, 완전관해(CR) 9.9%)로 나타났으며, 대조군에서는 46.6%(38.7%, 7.8%)였다.
안전성 프로파일에서 3등급 이상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TRAE)은 키트루다군의 67.5%와 위약군의 55.3%에서 발생했으며,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인한 사망은 키트루다 병용군이 0.9%, 위약 병용군이 1.6%에서 발생했다.
면역매개 이상반응(AE) 및 주사 관련 반응은 모든 등급에서 키트루다 병용군이 39.1%, 위약 병용군이 18.9%였다. 이들 중 가장 흔한 이상반응 키트루다 병용군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17.8%)이었다. 면역매개 이상반응으로 인한 사망은 키트루다 병용군에서 0.6%에서 발생했으며, 위약 병용군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발표를 맡은 이탈리아 밀라노 유럽종양연구소 부인종양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니콜레타 콜롬보(Nicoletta Colombo) 박사는 "백금 저항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에게 질병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키트루다를 주 1회 파클리탁셀±베바시주맙과 병용 투여했을 때,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PFS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고, 특히, PD-L1 CPS 1 이상인 자궁경부암 환자에서의 OS 개선도 확인됐다"며 "KEYNOTE-B96의 결과는 이러한 환자 치료에서 중대한 진전을 의미하며, 키트루다를 항암화학요법±베바시주맙과 병용함으로써 이들 환자에게 새로운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MSD 측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번 KEYNOTE-B96 임상시험의 1, 2차 중간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생물학적제제 허가 보충신청서(sBLA)를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선정한 상태다. 처방의약품 사용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 2026년 2월 20일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ESMO 학회 현장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재원 교수(대한부인종양학회장/아시아부인종양학회 명예회장)는 "백금 저항성이 아니더라도 난소암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많은 면역항암제 기반 연구들이 실패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번 KEYNOTE-B96 연구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전체생존 개선을 입증했다"며 "연구에 참여한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긍정적인(Positive) 결과가 도출돼 기쁘다. 이는 백금저항성 재발 난소암 환자들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키트루다는 의료진에게 부작용 관리 측면에서 친숙한 약제다. 그만큼 환자 예후 측면에서 좋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약 80%의 환자가 재발하는 난소암의 특성상, 향후 해당 적응증 허가와 더불어 빠른 급여 등재도 시급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백금 저항성 재발 난소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허가와 급여가 필요하다"며 "이번 결과 발표로, 많은 환자분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시의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