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 | 이이제이 처럼 AI는 AI가 막을 수 밖에

"ㅇ연차 악사의 양심 고백. 약사들은 혈압약을 먹지 않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가짜 의사와 약사들이 판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 의사들은 완치가 쉽지 않고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무좀, 지루성두피염, 이명, 비문증, 입냄새 등 골치 아픈 질병 을 골고루 들춰내 2~3달 먹으면 말끔히 치료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부풀려 물건 팔기에 혈안이 돼 있다.

AI가 만든 의사들은 비문증 같은 경우 '방치하면 실명을 할 수 있다'고 겁을 주고, 이명 같은 경우 '뇌속에 이명회로가 생성되면 뇌가 망가진다'는 식으로 과장된 공포를 퍼트리고 있다. '지금까지 제약회사에게 속고 있다'거나, '의사들이 알려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어그로를 끌며 구매하라 속삭인다. 인공지능 의사들은 아무런 죄책감없이 아픈이의 약한 마음을 흔들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물질 발굴부터 비임상, 임상 등 개발이라는 깐깐한 과정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관점이나, 환자들에게 최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려 애쓰는 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기가막힌다. 인지부조화로 어질어질하다. 무슨 대학교 출신 의사가 만들었다거나 어느 지역 약사들만 비밀리에 먹는다는 것들의 실체는 결국 정체불명의 식품들이다.    

이미지=김남희 의원실
이미지=김남희 의원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인공지능 (AI) 영상을 활용한 허위·과장·기만 광고가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의사나 전문가가 아닌데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가상 인물을 만들어 제품의 효능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속여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일반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작년 온라인상 허위·부당광고 적발 건수는 ①식품 1만5027건 ②건강기능식품 5475건 ③의약품 1만6051건 ④의약외품 3632건 ⑤화장품 2680건 ⑥의료기기 4075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9만6000여 건에 달했는데 이는 2021년보다 약 1.6배 증가한 수치다. 김 의원은 "일반인이나 대역 배우를 쓴 불법 사례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의료인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자료=김남희 의원실.
자료=김남희 의원실.

김 의원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광고에 대한 표시의무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되고, 식약처도 AI를 악용한 허위광고의 문제를 확인하고 대응에 나섰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과 '화장품법' 등에서 의사·약사가 제품을 추천하는 광고,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AI로 생성된 가짜 광고 역시 이 조항을 근거로 제재 대상이다.
    
알파고에 프로 바둑기사들이 속수무책인 것을 안타까이 지켜보고, 챗 지피티로 새 지식과 정보를 찾거나 이미지를 그리며 신기해 하는 사이 AI 독버섯도  빠르게 자라났다. AI를 활용해 신약개발의 시간을 단축하고, 신약 허가심사에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 못잖게 가짜를 잡아내는 AI의 활용이 필요한 시대다. 오랑캐를 오랑캐로 물리치듯 AI를 AI로 물리치는 시대 말이다. SNS에 올라온 모든 창작물들은 이제 AI 손을 탔는지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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