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

성분명 처방, 수급 불안정 의약품 대책으로 제시
인기 높은 비만약 위고비, 불법 유통 문제점 지적
AI 가짜의사들의 무분별한 영상들, 국민건강 위협

21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식약처 국정감사가 14일 열렸다. 이날 국감에서는 수급불안정 의약품 대책, 위고비 오남용 미성년자 처방, 심사관 채용 등 다양한 현안이 다뤄졌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여야의 적극적 질의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실무 중심 태도를 보였다.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전제했지만 예년과 달리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처장 유임 이후 첫 국감에서 폭넓은 수용성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부터 오유경 처장, 남인순 의원, 전진숙 의원
왼쪽부터 오유경 처장, 남인순 의원, 전진숙 의원

 

식약처, '임신중지 약물' 허가 관련 법령 개정 추진

이날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임신중지 약물 허가 관련 대책을 질의한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21일 국정감사에서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임신 중지 의약품 알선 광고가 늘었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불법 유통으로 여성의 건강 문제 사각지대 놓여 있어 임신중지 약물 성분의 허가가 필요해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국무회의에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리스톨 성분의 약물 도입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아 항암제로 독성이 강하고 부작용도 큰 메토트렉세이트가 자궁내 임신 중지용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라며 "미프진이 정식 허가됐다면 여성들이 항암제까지 맞아가며 임신중지를 시도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특히 "식약처가 미프진 국내 허가가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여러 건 받아놓고도 조치하지 않았다"며 조속한 검토와 후속조치를 주문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도 이번 감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법적 검토를 했지만 어렵다는 식약처 입장을 확인했다”며 “식약처 미프진 허가 관련 법률자문 6건 중 4건은 법률 개정 없이도 충분히 허가가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오히려 인허가 하지 않는 것이 재량권 남용 및 위험 소지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부연했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 "처장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며 "법률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오유경 처장은 여러 의원들의 지적에 "서로 견해가 다를 수 있다"면서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서영석 의원, 김윤 의원
왼쪽부터 서영석 의원, 김윤 의원

 

식약처 "수급 불안정 의약품, 심평원 유통정보 활용"

여당 "성분명 처방이 해법"

또 다른 현안은 의원들이 '수급 불안정 의약품' 이슈를 제기한 대목이다. 민주당 김윤 의원은 "수급 불안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약이 실제로 공급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첫 단추다. 식약처가 제약회사 신고에만 의존한 수동적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민간 의약품 공급 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의원실이 약국 주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00건 이상 '공급 불가' 사례가 보고된 품목이 72개에 달했지만 이 중 식약처에 공식적으로 신고된 수급 불안정 의약품은 2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국민들은 약을 구하지 못해 약국을 전전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제약회사 신고만 받아 목록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런 수동적 행정으로는 품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심평원 의약품유통정보센터에는 제약사·도매상 공급량과 의료기관 사용량 데이터가 모두 존재한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실제로 수급 불안이 발생하는 의약품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심평원의 의약품 유통정보가 제공된다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김윤 의원은 이어 수급 불안정 의약품 사태의 해결책으로 '성분명 처방'을 제시했다. 그는 "타이레놀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상품명별로 공급 대비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공급량보다 사용량이 많았다"며 "그러나 타이레놀 동일성분 용량으로 했더니 지수가 1이하로 줄면서 공급량이 더욱 많았다'며 "성분명을 사용하면 수급불안정 문제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성분명 처방으로 오는 경제적 효과 연간 9조"며 "건보재정을 안정시키고 환자 알 권리를 보장한다. 동일성분 제형과 햠량으로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통과한 의약품 효과는 같다. 수급불안정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의 지적에 오유경 처장은 "생동성을 입증했다면 효과가 동일하다"며 "다만 성분명 처방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으로 이해관계자가 많아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희승 의원
박희승 의원

 

식약처, 허가심사 인력 증원 "행안부 협의", 원료 국산화 인센티브 부여 검토

제약 업계가 주목 할만한 국감 최대 이슈는 식약처 허가 심사 인력 확대와 원료의약품 국산화 추진 관련한 오유경 처장의 언급이었다. 

남인순 의원은 "세계 각국이 제약바이오헬스산업을 경쟁적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위한 K-바이오 규제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허가 심사를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하기 위해 식약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남 의원은 "그러나 식약처 허가심사 인력이 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고 심사 건당 투입인력도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의약품, 의료기기 허가심사 속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있도록 그동안 제기된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식약처가 제출한 '주요국 심사인력 현황 및 신약 허가' 자료에 따르면 심사 인력이 우리나라 식약처 (MFDS)는 369명으로 미국 FDA 9049명, 유럽 EMA 4000명, 일본 600명에 비해 현저히 적은 인원"이라고 밝혔다.

오유경 처장은 이와 관련 "대통령께서 추진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안부와 협의해 인력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 심화로 공급 중단 문제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료의약품은 완제품을 만드는 재료로 만드는데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다"라며 "올해 8월까지 최근 10년간 108개 의약품 원료 부족으로 공급 중단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인도의 과도한 의존이 너무 크다.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10대국 분석 중국 일본 수입액 비중은 지난해 5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원료 의약품의 채산성 문제 때문"이라며 "채산성 관련해서 제조원가 부담 커지면서 원가 절감 차원에서 수입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중요한 원료들에 대한 국산화 중요하다. 식약처에서는 원료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2027년부터 제2기 사업 확대해서 우리나라도 핵심 원료약 국산화 기술 개발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 처장은 국산 원료 사용 인센티브 대책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원료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은 현재 국산 기술 개발돼있다"며 "다만 현장에서는 국산 원료약을 개발해도 완제의약품으로 만들기까지는 국산 원료 사용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식약처가 규제기관이라서 한계점이 있지만 관련 부처와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개호 의원
이개호 의원

 

비만약‧마약류 등 불법유통 무방비...위고비 '던지기 수법'까지

비만약부터 마약류까지 불법유통이 성행하는 가운데, 정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만약 '위고비'를 처방전 없이 불법 판매하는 수단으로 이른바 '던지기 수법'(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물건을 숨겨놓고 구매자가 찾아가는 방식)이 등장하는가 하면 비정상적인 의료용 마약류의 대량 처방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SNS를 중심으로 위고비 불법 판매가 성행하고 있는데, 웹사이트를 발견해 신고하더라도 차단하기까지 약 9일이 소요된다"며 "비정상적 경로로 위고비를 판매하기 위해 소위 '던지기 수법'까지 등장해 원스톱 차단 체계를 신속히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오유경 처장은 "잡는다고 해도 독버섯처럼 확산이 빠르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위고비 불법유통 감시 대상에 의료기관과 제약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지금과 같은 불법유통과 오남용이 발생하는 데는 병원과 제약업체 책임도 분명히 있다. 약사감시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자 오유경 식약처장은 "알겠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전 의원은 "의료기관에서 졸피뎀과 식욕억제제를 평생 복용하고도 남을 91년치를 처방한 사례도 나타나 불법유통이나 범죄행위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식약처는 사건이 처음 발생한 지 1년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수사의뢰를 했다"고 대책을 물었다. 

특히 병원급 의료기관 88%는 처방소프트웨어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연계된 반면 의원급 54%는 아직도 연계되지 않아 관리 부실 우려가 제기됐다. 오유경 처장은 앞으로 "마약류 재고관리를 강화하고 처방소프트웨어와 마약류통함관리시스템이  연계되지 않은 의원급 비율(54%)을 줄이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AI 가짜의사 현행법 체계 처벌 불가 지적

식약처, 제도적 보완 마련 약속

이날 식약처 국감에서는 'AI 가짜 전문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질의에 앞서 니코틴 배출제 광고 영상을 현장에 공개하면서 "광고에 등장한 인물 중 누가 의사인가"라고 물었다. 

"모르겠다"는 오유경 처장 답변에 한 의원은 "AI로 만들어진 영상으로 가짜 의사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허위광고와 결합하면서 정교하게 단속망을 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허위 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따로 분류할 필요가 없다는 게 식약처 입장이지만 어떤 루트를 통해 확산되는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또 "우리가 피해를 파악하고 AI 영상 오늘 지우면 내일 또 만들어진다. 단속 속도전이 굉장히 중요해서 기존 허위 광고 단속 체계보다는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남희 의원도 "현행 식품표시광고법, 약사법, 화장품법, 의료기기법 전부 실제 '의사'의 제품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AI로 생성된 가짜 의사나 약사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튜브에서 찾은 AI 가짜인물 활용 광고제품 25건을 확인한 결과 식약처에서 제출한 적발 목록과 단 한 건도 일치하지 않았다"며 "AI 생성 가짜 의사 모니터링과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유경 처장은 "AI 활용 가짜 영상의 소비자 오인 혼동을 유발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의 법 체계를 넘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의약품 판매 정지 처분 직전, 제약사 밀어내기 관행' , '식약처 간부 직원, 주식 차명 소유 논란', '고혈압 치료제 인데놀, 미성년자 처방 오남용 문제'  등 각종 이슈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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