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약포지 주문 차질 나타난 가운데 업계 피해 사례 수집
"지금은 버티지만 길어지면 필수 의료자재 흔들릴 수 있어"

중동발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국내 제약업계와 약국가에도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의약품 비닐포장부터 제품 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각종 포장재까지 가격 인상 압박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30일 <히트뉴스>가 국내 제약사 및 약업계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나프타의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불안은 물론 나프타를 사용한 일부 제품들의 품절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국내 모 의약품 자동조제기(ATC) 제조업체의 경우 며칠이긴 하지만 자사 기계에 들어가는 카트리지형 약포지 카트리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제품 주문을 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당 회사는 물량을 추가 확보해 이번주 중 약국 주문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약국에 안내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수급이 안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약포지의 경우 자동 조제기에는 타프타가 함유되는 비닐 재질이 들어가지만 아직 수동으로 조제를 하는 경우에는 기름종이 소위 유산지가 쓰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수동 조제의 경우에는 나프타가 들어간 종이를 쓰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황이 약국 등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벌어진 '가수요 현상'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약포지에 들어가는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약품 수급 불안정이나 제약사 행정처분 전후로 벌어지는 벌어지는 약품 확보와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한 약포지 제조사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서 제품 주문이 갑자기 몰려 품절이 일시적으로 있긴 했지만 다른 업체들 입장에서는 (공급이 안될 정도의) 물량 부족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상황만으로는 낙관적 짐작이 어렵다는 의견도 뒤를 따른다. 또다른 약포지 제조사 관계자는 "지금이야 물량이 어느 정도 받춰준다고는 하지만 나프타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더욱이 제약업계만 나프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란 사태가 끝날 듯 끝나지 않기 때문에 (약포지의) 단가는 점점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수액백부터 혈액백까지… 의료현장선 필수 자재 긴장

단기 영향 제한적, 장기화 땐 수액백부터 흔들릴 수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실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내부적으로 나프타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이 있는지 각 회사들을 통해 사례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국가와 달리 업계 내부에서는 예상보다 불편이 더 클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제약업계는 수액백을 가장 민감한 품목으로 보고 있다. 기초수액은 수분·전해질·영양 공급뿐 아니라 다른 주사제를 희석하는 용도로도 널리 쓰여 의료현장에서 필수성이 높다. 사용량도 많아 하루라도 공급 차질이 생기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호르무즈 해협 이슈로 나프타 수입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석유화학업계 셧다운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며 "플라스틱 원료를 받아 의약품 용기나 봉투를 만드는 구조인 만큼 식음료 포장재를 넘어 의약품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의주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특히 기초수액은 사용량이 많고 다른 주사제를 희석하는 용도로도 쓰여 하루라도 공급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며 "현재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수액백 자재를 몇 개월치 확보한 상태여서 단기 공백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수액백뿐 아니라 혈액백, 일회용 점안제 용기, 정제·캡슐 용기까지 모두 같은 흐름에서 봐야 한다"며 "의약품 포장과 용기 전반이 플라스틱 원료와 연결돼 있어 공급망 차질이 길어지면 영향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합하면 현재로선 당장 수액 대란으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액 제조사들은 백 자재 재고를 일정 기간 확보한 상태이며, 단기적으로는 공급 공백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수액은 국가적 비축이나 병원 재고가 충분한 품목이 아니고 사실상 당일 또는 단기 공급 체계로 돌아가는 성격이 강해, 원료 수급 충격이 길어질 경우 완충 여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이우진
그래픽=이우진

 

나프타 수급 불안에 포장재 원가 상승 우려도 커져

나프타는 석유화학 공정을 거쳐 각종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기초 소재다. 의약품 포장에 사용되는 블리스터의 주요 재료인 PVC, PVDC, PET 등 합성수지도 나프타를 분해해 얻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원료로 만든다. 때문에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거나 가격이 오르면 플라스틱 원료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의약품 포장재와 용기 공급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실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물가협회 기준 2026년 1월 나프타의 리터당 가격은 585원대였지만 미국의 이란 침공이 본격화된 3월 3일 기준 657원으로 소폭 오른 뒤 상승폭을 키우며 3월 24일에는 1056원을 돌파했다. 약 80.51%나 오른 수치다.

이같은 가격 상승에 최근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과 LG화학 제2공장은 생산을 멈췄고 여천NCC 역시 가동률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타 원물을 통한 제품 생산이 더욱 버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원유 공급 문제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 금액은 상승 추이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대응 착수…복지부·산업부 모니터링 강화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6일부터 '보건의료산업 피해지원센터'를 가동하고, 바이오헬스 기업과 중동 진출 의료기관의 애로 접수와 지원에 들어갔다. 

이어 3월 13일 TF를 구성·운영 중이라고 밝히며 관련 단체와 비상연락체계를 통해 현지 진출 의료기관 운영 상황, 원재료 수급, 수출 물류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다 넓은 공급망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는 중동 고의존 품목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조 아래,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취급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과 우대금리 지원, 공급망 충격 완화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제약업계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석유화학 원료와 포장재, 플라스틱 소재 등 상류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상위 대응 틀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식약처, 복지부, 산업부 등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원료 공급처 변경를 다변화하거나 변경해야 할 경우 허가 변경과 신속 승인 등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AD 실시간 제약시장 트렌드, 데이터로 확인하세요. 제약산업을 읽는 데이터 플랫폼 BRP Insight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