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가 먼저 손 내민 '대전'…K바이오 이끌 것"
"투자가가 먼저 손 내민 '대전'…K바이오 이끌 것"
  • 홍숙
  • 승인 2019.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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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초대석]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
맹필재 회장

"대전에 보스턴 DNA 입히겠다"

"자본을 가진 쪽에서 손을 내밀었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KB 인베스트먼트가 먼저 찾아왔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은 투자자와 바이오벤처 간 불문율이었던 갑을관계가 깨진 유의미한 일이 최근 협회를 운영하며 일어났다고 했다.

유진산 대표가 이끄는 파멥신, 이승주 대표의 오름테라퓨틱, 박영우 대표의 와이바이로직스, 김건수 대표의 큐로셀. 모두 바이오헬스케어협회 우산 아래 있는 기업들이다. 협회가 이런 알짜배기 기업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히트뉴스는 맹 회장을 만나 '대전'이 그리고 있는 한국 바이오 생태계에 대해 들어봤다.

-바이오헬스케어협회는 어떤 곳인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전의 바이오클러스터들의 바이오 기업인, 전문가 등이 모여 기술지원, 정책제안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지만, 지속가능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협회를 만든 직접적인 동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둔곡·신동지구 내 바이오헬스케어 컴플렉스 조성사업이었다. 과기부와 대전시가 협력해 유망 바이오벤처를 집적해 놓겠다는 취지의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입주기업의 수요가 충분히 확보돼야 진척될 수 있었으므로, 대전시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기업협의체 간 양해각서(MOU) 체결이 필요했다. 당시 우리 모임은 느슨한 전문가협의체 수준이었으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전 바이오벤처들의 심각한 용지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법적지위를 갖는 협회를 설립하고 바이오헬스케어 컴플렉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에 참여했다. 현재 협회에는 코스닥 상장사 9곳, 코넥스 상장사 2곳, 캐나다 증시(CSE) 상장사 1곳, 비상장사 39곳의 바이오기업을 비롯해 연구소, 병원, 투자회사, 언론사, 관련산업 기업 등 15곳, 개인회원 78명 등 총 144곳(명)의 회원(사)이 참여하고 있다."

-투자회사가 회원사로 있는 게 특이해 보인다.

"자본을 가진 쪽에서 (바이오벤처 업계에) 손을 내민 독특한 사례다. 미래에셋대우가 여러 건실한 바이오벤처가 모여 있다고 판단해 협회에 제안해 MOU를 체결하게 됐다. 그 이후로 삼성증권, KB 인베스트먼트, 데일리파트너스 등과도 MOU를 통한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협회 설립 당시 조선산업을 비롯한 전통적 기간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반면 한미약품이 큰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다. 이에 미래에셋 등의 주요 투자기관들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유망한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 확대를 추진했다. 이때도 수도권의 상당수 바이오벤처들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는데, 대전지역의 유망 바이오벤처들은 내재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1~2개 협회 회원사가 코스닥에 상장되기 시작하면서, 주요 투자기관들이 대전의 바이오벤처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며 협회회원으로도 가입하게 됐다. 투자자와 바이오벤처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력의 틀이 바이오헬스케어협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다."

-자체 펀드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후배 기업을 키우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협회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자본을 조성해 펀드를 만들었다. 펀드를 모아 미래에셋대우에 신탁하는 형태다. 펀드 1호는 파멥신에 10억원, 2호는 와이바이로직스에 24억원이 투자됐다. 현재 4호까지 조성돼 유망기업에 투자됐고, 향후 자본의 규모가 커지면 초기 스타트업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오벤처하면 판교와 광교가 먼저 떠 오른다. 대전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대전은 기초과학과 기업의 신약개발 역량이 집적된 도시다. 여러 국책연구소와 LG생명과학이 큰 몫을 했다. LG생명과학 출신 연구원들이 최근 바이오벤처 창업을 활발히 하고 있지 않나. 대전은 다양한 바이오 인프라와 지식이 한 곳에 어우러져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다."

-최근 일명 '한국의 보스턴'을 표방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보스턴에는 일종의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랩센트럴(Lab Central)'이라는 곳이 있다. 실험 기자재가 갖춰진 공유 오피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랩센트럴에 입주한 기업은 연구에만 매진하면 된다. 나머지 회사 설립 인가부터 모든 행정절차는 랩센트럴에서 지원해 준다. 또 기업과 투자가를 직접 연결해 준다. 입주사들은 평균 1년 반 정도면 투자를 받고 독립해 나간다. 이곳은 글로벌 제약사도 주시하는 곳이다. 직접 투자를 하기도 하고, 기술이전 계약들이 이뤄지기도 한다. 대전도 보스턴과 닮은 점이 많다. 대전 역시 스타트업이 집중돼 있고,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지면 보스턴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한국의 보스턴이 꼭 대전이어야만 하나?

"대전에 있는 바이오벤처는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성장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못지 않은 지역균형발전 토대가 마련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또 고용창출의 효과도 매우 크다. 4년전 직원이 10명 미만이었던 와이바이로직스는 현재 70명 가까운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대기업의 고용은 한계치에 달했다.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해야 앞으로 청년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대전의 바이오벤처가 청년고용 증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대전의 신동과 둔곡의 앞글자를 따 일명 SD밸리를 조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의 비전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바이오벤처 집적지를 목표로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설립 취지에 걸맞는 클러스터로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SD밸리의 바이오헬스케어 콤플렉스 조성 사업은 민간의 자발적인 활동으로부터 촉발됐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정부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3대 중점산업의 하나로 선정했다. 오송에는 식약처 등 정부기관과 생산 공장이 있고, 대전에는 유망 바이오벤처 기업이 모여 있다. 두 지역의 협력체계가 잘 구축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해줬으면 하는 역할은?

"인프라 구축이다. 바이오벤처에서 일할 고급 전문인력이 이곳에서 일과 휴식의 균형을 이루는 삶을누릴 수 있는 정주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정비해 고도로 정제된 규제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첨단바이오법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바이오 주식시장이 먹구름이다. 대전 바이오벤처의 미래는 밝다고 보나?

"최근 여러 이슈로 바이오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적어도 대전 바이오벤처가 말썽 피울 일은 없다고 본다. 대전의 바이오벤처들은 오랜 시간 동안 내재적 가치를 키워온 숨은 진주와 같은 존재다.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부풀려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기가 지나면 옥석이 가려질 것이고, 대전 바이오벤처의 가치가 더 높이 평가받는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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