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강성지 웰트 대표

당찼다.

지난달 파리 패션위크에 ‘웰트’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참석했다. 스타트업 제품의 마케팅 방법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활용했다. 최종적으로는 그는 웰트를 한국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젊은 스타트업 대표는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척박한 한국 헬스케어 산업에서 모든 것이 처음일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웰트는 2016년 7월 삼성전자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을 통해 스핀 오프해 스마트 벨트를 개발해 선보였다. 겉모습은 허리띠와 같지만 벨트를 착용하면 사용자의 허리둘레, 걸음 수, 앉은 시간과 과식 여부를 감지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볼 수 있다.

“파리 패션위크에서 웰트가 새겨진 옷을 입고 다녔다. 앞으로 다른 패션쇼에 나가도 이 옷을 입고 다닐 거다. (남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지만…) ‘어쩌라고’라는 마음이다. '구찌'가 새겨진 옷을 입고 다니는 마당에. 내가 우리 회사인 웰트가 새겨진 옷을 입고다니는 게 대수인가?”

“사실 내가 남의 회사인 구찌가 새겨진 옷을 입는 게 더 웃기다. 웰트라는 나의 정체성을 남에게 알리고 싶다. 우리 웰트도 구찌처럼 충분히 사람들에게 명품으로 각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성지 웰트 대표가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벨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성지 웰트 대표가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벨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성지 웰트 대표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강 대표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빈만찬에 참석해 양국 정상과 함께한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그날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웰트의 고객이 됐다. 이 상징적인 사건(?)으로 웰트는 대중의 머리 속에 대통령이 찬 벨트로 각인됐다. 그는 애초부터 기획된 마케팅 방법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목표는 웰트를 대통령에게 채우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가는 행사마다 웰트를 선보이려고 계속 시도했다. 지난해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 자리도 그냥 가만히 있다가 간 것이 아니다. 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접점을 통해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위 제품의 매력을 어필했다.”

그의 이력은 다양하다. 민족사관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공중보건의로 일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보건석사학을 수료했다. 이후 본격적인 창업에 뛰어들어 모티브앱 대표이사를 맡았고, 세브란스병원 인턴과정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현재는 삼성전자에 사내 벤처프로그램을 통해 스핀오프한 웰트의 대표이사 직을 맡고 있다.

첫 질문으로 왜 사람들이 웰트가 만든 벨트를 사야하는지 물었다.

“우리 제품은 벨트다. 앞으로 명품 수준의 벨트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런데 이 벨트에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건강 관리를 하고 싶으면 평소에  착용하는 벨트로 우리 벨트를 선택하면 된다. 몽블랑 벨트 사듯 우리 벨트를 사면 된다. 그런데 몽블랑 벨트는 그냥 벨트고, 우리는 벨트에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접목한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엔 허리둘레를 측정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실제로 입증한 근거가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우리가 만든 벨트를 착용한 사람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건강이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허리둘레, 걸음수, 움직임 등을 측정해 살이 찌는지 그렇지 않은지 보는 것이었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 내부적인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이를 코넬대학교 등과 함께 학문적으로 풀어내 저널에 데이터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분야에서 웰트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기존에 허리둘레가 90cm 가 넘으면 복부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 같은 기준도 이를 측정하는 방식도 그동안 너무 재래식이었다. 이 기준은 의사들이 경험적으로 만들어낸 기준이었고, 측정 역시 줄자로 재서 오차가 생길 가능성이 많았다.”

그는 웰트의 의료적 이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만든 벨트를 통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 하는 사이에 허리둘레를 잴 수 있다. 단순히 특정 시점에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는 것이 아니다. 웰트를 착용하면 실시간으로 그 사람의 허리둘레 패턴을 잴 수 있다. 이러한 측정을 통해 새로운 진단기준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이 의료의 혁신을 이끄는 우리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

측정을 통해 의료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활용한 사업모델 확장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동안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직접 묻거나 설문조사를 하던 방식에서 헬스케어 기기를 가지고 정량화 할 수 있게 되는 방식으로 변할 것이다. 이런 헬스케어 기기에 축척된 데이터를 잘 모아서 인공지능 등에 학습시키면 더 발전된 텍스트 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형태의 데이터 활용은 정밀의료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허리둘레가 크고 안 걷는 사람과 허리둘레가 큰데 잘 걷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두 사람이 비만약을 복용했을 대 허리둘레가 감소하는 양상이 두 군에서 어떻게 다를지 연구할 수 있다.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연구에 웰트 벨트를 착용해서 연구를 진행하면 된다. 허리둘레에 따른 비만약을 처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종의 정밀의료 개념이다”

미국 라스베거스에서는 매년 1월 전자제품 전시회(CES)가 열린다. 웰트는 이 전시회에 직접 부스를 차려 3년째 참여하고 있다. CES는 심사를 거쳐 참여할 수 있고, 헬스케어, 자동차,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나눠져 있다. 그에게 올해 CES를 참여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을 묻자 한국기업의 선전이었다고 했다. 척박한 한국 헬스케어의 싹을 봤다고 했다.

“올해는 자동차와 헬스케어가 큰 주목을 받았다. 헬스케어 기업의 지형도가 많이 바뀌었다. 핏빗(Fitbit,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의 자리에 우리나라 안마의자 기업 바디프렌드가 들어왔다. 노키아가 있던 자리에 인바디가 들어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선전이 반가웠다.”

웰트는 올해 미국 NBC 방송이 선정한 BEST 제품 6개 중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NBC 방송에 출연해 웰트에 대해 소개했다. 스타트업 기업으로 주목은 끌었다. 이렇게 얻은 관심을 직접 사업의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게 과제로 보였다.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오는 6월 파리 최대 남성패션쇼에 갈 것이다. 스위스 바젤에서 하는 시계 박람회에 스마트워치를 선보였을 때 디자인은 말도 안됐다. 우리도 물론 명품 브랜드에 비해서 패션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 패션쇼에서 웰트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고 싶다. CES에서 패션을 이야기했다면, 패션쇼에서는 역으로 IT 기술을 말할 것이다. 양쪽에서 이단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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