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후보 물질발굴-개발 철저히 분리
설립 2년만에 '시리즈C' 투자 앞둬

[hit 초대석]김건수 큐로셀 대표

“경험을 사는 것이다.”

구중회 LB인베스트먼트 전무가 바이오벤처 투자를 빗대 한 말이다. 그는 신약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창업한 회사를 주의 깊게 보게 된다고 했다. 그가 이 ‘경험’을 기준으로 투자한다면, 김건수 대표가 이끌고 있는 큐로셀을 눈여겨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김 대표의 경험은 다채롭다.

큐로셀 김건수 대표 

그는 2000년 한화에서 휴먼지놈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연구원으로 제약바이오 업계에 몸 담은 것을 시작으로, LG생명과학에서 7~8년간 신약개발 연구와 기획 담당자로 일했다. 이어 차바이오텍으로 옮긴 뒤부터 본격적으로 세포치료제 개발을 경험하게 됐다. 큐로셀은 한화와 LG생명과학에서 쌓은 기획력과 차바이오텍에서 얻은 세포치료제 개발경험이 융합된 산물이다.

대전 큐로셀 본사에서 연구에 한창인 연구원 옆 회의실에서 그에게 CAR-T 치료제로 대표되는 큐로셀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어떻게 큐로셀을 창업하게 됐나요?

한화와 LG생명과학 시절을 거쳐 차바이오텍에서 처음 세포치료제를 접하게 됐어요. 한화와 LG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바이오의약품, 저분자화합물만 봐 왔기 때문에 세포치료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여겼어요. 차바이오텍에 와서 줄기세포, 면역세포를 본격적으로 다룰 기회가 생겼죠.

한때 차바이오텍에서 미국에 있는 회사와 CAR-NK 치료제 개발을 하겠다고 준비한 적이 있어요. 이때 본격적으로 세포치료제에 면역학 개념을 접목한 CAR-NK, CAR-T 치료제 연구에 대한 경험을 쌓게 됐어요. 차바이오텍에서는 기대와 달리 개발이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

이때부터 고민이 생겼어요. 계속 차바이오텍에 남아 줄기세포 연구를 해야 할지, CAR-T 치료제 연구를 더 심화시킬 지에 대해서요. 고민 끝에 항암제로 CAR-T와 CAR-NK 치료제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어요. 석사 때 면역학을 공부한 것도 CAR-T 치료제 연구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을 결심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도 고민은 있었죠. 저는 오랫동안 ‘연구기획’ 파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다 '과학'을 보강해 줄 분이 필요했어요. 그러던 차에 김찬혁 카이스트 교수가 CAR-T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 아이디어와 김 교수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큐로셀의 파이프라인을 형성하게 됐어요. 또 김 교수와 회사 창업을 준비하다가, 우리 기술에 항체 기술이 접목되면 더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 생각해 심현보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공동 창업자로 모시게 됐어요. 이렇게 2016년 12월 11일 3명의 공동창업자가 큐로셀 법인을 설립하게 됐어요.

▶CAR-T 치료제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인데요. 연구 인력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2017년 가을 LG생명학과학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 '총책'을 맡으신 분을 연구소장으로 모셔 왔어요. 처음에는 세포치료제를 잘 모르신다고 거절하셨지만, 삼고초려 끝에 모셔오게 됐어요.

(창업을 하며) 가장 고민한 지점은 개발 ‘속도’였죠. 현재 국내 세포치료제 기업 대표는 대부분 의사들이에요. 아무래도 제약회사에서 신약 개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신약개발 속도를 내기에는 더 최적이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비록 세포치료제는 아니지만 약품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분을 연구소장으로 모셔오게 됐어요. 이런 판단이 통한건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임상을 앞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LG생명과학에서 기획 파트 일을 하셨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신약개발에서 기획과 연구는 어떻게 다른가요?

연구는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의미합니다. 기획은 크게 보면 (신약개발을 위한) 전략을 짜고, 이를 위해 신약개발 전 주기의 예산을 배분하고 연구진과 경영진의 중간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큐로셀에서 대표님의 역할도 ‘기획’쪽인가요?

그렇습니다.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단계는 두 분의 교수님이 맡고 계십니다. 저는 의약품의 개발(develop)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요. 보통 비임상, 임상에 진입하기 위한 서류 작업을 만드는 일을 주로 합니다. 저는 ‘안유기시’라는 줄임말로 표현하는데, '안전성, 유효성, 기준 및 시험법'에 대한 서류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바이오벤처 창업에 대기업 경험이 큰 도움이 됐나요?

기획 경험이 많았으니, 이 일을 중심으로 말씀드려야 겠네요. 대기업에 몸 담으면서 신약개발 전 주기를 볼 수 있는 폭넓은 시야(view)와 각 주체와 ‘협력’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하게 됐어요.

수많은 부서, 경영진 사이에서 협력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했어요. 이런 기술들이 잘 다듬어져 큐로셀을 창업할 때 2명의 교수님과 공동 창업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고, 이연제약, 파멥신과 소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어요.

▶큐로셀의 파이프라인에 대해 듣고 싶어요. 이미 나와 있는 노바티스 킴리아 등 기존 CAR-T 치료제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우선 CAR-T 치료제가 무엇인지부터 설명 드려야겠네요.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는 T 세포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 세포는 특정 표식(항원)을 인식해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일반적인 사람들 역시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암’이라는 질병을 걸리지 않는 이유는 T 세포가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이죠. 소위 암을 면역이 흐트러진 병이라고 하는 건 암환자의 경우 이 T 세포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해 암세포를 잘 죽이지 못 하기 때문인거죠.

CAR-T 치료제의 원리 

CAR-T 세포 치료제는 암환자에서 분리한 T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세포치료제를 의미해요. 이때 핵심 기술은 ‘유전자 조작’으로 암환자의 T세포 기능을 올려주는 데 있어요. 특히 CAR-T 치료제는 말기암 환자에게 많이 사용되는데, 암환자의 T 세포는 쉽게 말해 '지쳐(exhausted)' 있는 상태인데요. 이런 지쳐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PD-1과 같은 Exhaustion marker에요. 암환자의 T 세포에는 Exhaustion marker들이 많이 발견되죠.

오른쪽이 큐로셀 치료제. 기존 CAR-T 치료제에서 T 세포 활성화에 방해가 되는 요소의 결합을 줄여 T 세포 활성을 높인 것이 큐로셀의 전략이다. 

저희 기술의 핵심은 Exhaustion marker들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 짧은 헤어핀RNA(short-hairpin RNA;shRNA)를 CAR 구조에 삽입한 것이죠.

이렇게 저희가 개발한 CAR-T 치료제는 킴리아와 비슷한 구조로 만든 CAR-T와 비교한 동물실험에서 암 세포가 사라진 지속성(persistency)이 길다는 것을 입증했어요. 이러한 동물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을 준비하고 있어요.

▶통상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백인 데이터를 선호해 최근 국내에서도 라이선스 아웃 등을 위해 호주, 미국 임상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임상을 준비하는 이유는 뭔가요?

CAR-T 치료제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이미 글로벌에서는 경쟁이 심해요. 결국 글로벌 회사에 우리의 차별성을 이야기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가 필요해요. 명확한 임상데이터가 있다면 글로벌 제약사들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 봐요.

CAR-T 치료제는 약효가 나타나는 시기와 개발기간이 다른 항암제와는 달라요. 이미 시판된 CAR-T 치료제 예스카르타 개발기간은 3년이 채 안됐어요. 때문에 우리 역시 약효만 한국에서 확인하고 미국으로 넘어가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어요. 또 기존 항암제는 투여 1년 정도 '팔로우-업' 기간을 가져야 하지만, CAR-T는 대략 1~3개월 안에 약효가 나오기 때문에 개발 속도가 매우 중요해요.

개인적으로 CAR-T는 인종 간 차이도 없다고 봐요. 왜냐하면 CAR-T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기존 항암제처럼 특정한 항체나 저분자화합물을 넣어 인종 간 차이를 보는 전략과는 달라요.

▶이연제약과 조인트 벤처 설립, 파멥신과 공동연구 등 다른 회사와 교류도 활발한 것 같아요.

CAR-T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개발 주기가 빨라요. 그래서 한 템포 빠른 전략이 필요하죠. 저희가 3년 후 허가받는다고 가정할 때, 임상 GMP 시설을 만들고 이후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공장이 필요하죠. 그러던 와중에 이연제약이 유전자치료제 공장을 설립한다는 소식을 듣고 작년 여름부터 협의해 조인트 벤처를 설립논의를 진행하고 있죠.

향후 계획은 이연제약과 함께 DNA, 바이럴 벡터(viral vector), 세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것이죠. 파멥신과는 EGFR variant 3 항체, CAR-T 등의 시너지를 토대로 교모세포종을 타깃으로 한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2년 동안 바이오벤처를 이끌어 오시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운이 좋았어요. 보통 벤처를 하면서 어려운 게 돈, 사람, 기술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훌륭한 두 교수님을 만나 인복도 많았고, 저희의 기술력을 믿고 투자한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물론 국내에서는 CAR-T 치료제 개발을 선도하다보니 연구인력 채용에는 어려움이 좀 있네요.

▶큐로셀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CAR-T 치료제는 개발기간이 짧고, 소규모 임상으로 가능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요. 저희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가장 잘 되는 치료제를 빨리 찾는 게 목표입니다. 일단 빠른 템포로 임상 체계를 갖추는 게 단기적 목표죠.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 진행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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