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문한림 큐어랜케어리서치 대표

문한림 큐어랜케어리서치 대표 
문한림 큐어랜케어리서치 대표 

FDA 등 미션, 신약개발 돕는 것...식약처는?

친정과 시댁 직계만 의사가 13명인 이른바 '의사 가족'의 일원. 의사출신으로 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 연구 총괄자로 활약한 의과학자.

구글링을 통해 확인된 '문한림'이라는 이름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문한림 큐어랜케어리서치 대표(62)는 안정적이던 가톨릭의대 혈액종양학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GSK, 사노피 아벤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 항암제 연구총괄자로 일해왔고, 현재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임상 전략을 자문하는 큐어랜케어리서치 대표직을 맡고 있다.

히트뉴스 기자와 만난 6월20일은 마침 국가임상시험재단에서 주최하는 포럼이 있는 날이었다.

문 대표는 이날 중국임상동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근 제약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는 말은 이제 새로울게 없다. 임상 분야는 어떨까. 다음은 문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글로벌 제약사에게 임상파트너로 한국을 어느 위치에 있나요?

“GSK 항암사업부를 2012년까지 이끌었어요. 당시 한국은 다국적제약사들의 글로벌 임상허브 컨트롤 8개국 중 하나였죠. 보통 미국, 유럽 5개국을 포함하면 총 2개 자리가 남는데, 사실상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은 들어갈 자리가 없죠. 그럼에도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을 임상 허브 국가로 뽑은 건 대단한 일이었죠.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열정 덕분이라고 봅니다.”

-최근 중국 임상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요.

“사실 중국과 일본은 시장규모가 커서 우리나라처럼 임상 인프라 수준을 언급할 필요가 없는 국가들이죠. 임상 인프라가 좋지 않더라도 시장 확보 차원에서 꼭 챙길 수 밖에 없어요. 제약사 입장에서 임상시험은 단순히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만을 입증하는 수단은 아닙니다. 시장에 출시할 약물을 (의사들에게) 미리 선보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더해서 중국은 임상 인프라가 날로 발전하고 있죠. 당연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큰 위협인 것이죠.”

-중국이 단기간 내 임상 인프라가 좋아진 건가요?

“아닙니다.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특히 임상시험 인력에 큰 공을 들였죠. 미국 FDA 사무관이 중국에서 15년 정도 상주하면서 그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했어요. 개인 차원의 네트워킹이 아니라 미국 FDA와 중국 규제당국이 연계한 것이죠. 물론 중국 제도개혁은 비교적 단기간 내에 이뤄졌지만요.”

-글로벌 제약사가 아시아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이젠 한국이 아닌 중국을 우선 선택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에겐 굉장히 위협적인 상황입니다. 제가 존슨앤존스 중국 연구개발 자문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중국지역 글로벌 제약 파트는 임상시험을 자국 내에서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승인을 받지 않은 약물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일본 모두 자국에서 임상을 막아 뒀죠. 그런데 이제 이런 규제가 다 풀렸어요. 중국에서 승인받지 못 한 약물이라도 임상시험 승인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죠. 예전에는 일본이나 중국에서 승인을 받으려면 한국인 데이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글로벌제약사도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시행했던 것이죠.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중국 임상 규제에 대해서 더 듣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미국에서 승인을 받은 약물에 한해서만 임상이 가능했어요. 그래서 승인을 받고 5~6년이 지나야 자국에서 약물을 쓸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일본도 마찬가지였고요. 이젠 이럴 필요가 없어요.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서 경향성(trend)만 보여주면 돼요. 중국인 20% 정도만 포함시켜서 임상을 진행해 결과를 입증하면 됩니다. 또 중국인 숫자가 너무 적을 경우에도 승인 후 임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그동안 3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사실 연구 업적 측면에서 보면 가치는 3상보다 1~2상에 더 있어요. 사실 3상은 환자 수만 채우면 되거든요. 과학적인 피드백과 산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 임상은 1상과 2상이에요. 1~2상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신약개발 성패가 갈리기도 해요.”

-한국기업은 오히려 글로벌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많은데요.

“물론 나쁜 전략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우리나라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죠. 가령 미국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을 받기 위해서 미국 임상센터와 한국 임상센터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할 수 있어요. 데이터 질만 담보되면 두 국가의 데이터를 통합해 제출하면 되니깐요. 한국내 임상은 임상의 질도 나쁘지 않고 뿐만 아니라 속도도 훨씬 빨라요.”

-두 국가 간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면 임상비용은 어느정도나 될까요?

“두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하면 비용이 늘긴 하죠. 하지만 임상 속도 측면을 고려하면 추가되는 비용 대비 효용성은 훨씬 크다고 봅니다. 또 최근 바이오벤처 투자규모를 보면 감당 못 할 정도도 아니고요.”

-중국 규제기관의 인력 규모도 우리보다 훨씬 많잖아요. 우리나라 식약처도 규모면에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약물에 대한 공부와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봐요.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규제당국의 미션은 환자를 위해서 좋은 약이 나오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합니다. 결코 규제를 목표로 한다고 하지 않아요. 과연 우리나라 식약처가 능동적으로 좋은 약이 시판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식약처의 심사 인력 등을 늘려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중국이 무서운 건 불과 1년 반 사이에 500명도 안 됐던 심사 인력을 2000명으로 늘렸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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