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각막모델 국내 최초 OECD 표준 안자극시험법 채택

[hit 초대석]바이오솔루션 이수현 책임연구원

바이오솔루션 이수현 책임연구원

“과학자 입장에서 봤을 때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실험을 그대로 인간에 대입하는 것 자체의 문제도 있다. 특히 안점막실험은 현재 토끼로 이뤄지고 있는데, 토끼가 사람보다 훨씬 민감하다.”

이수현 바이오솔루션 책임연구원은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에 답했다. 어려운 전문용어는 풀어서 설명해 줬다. 이해하기 어려운 절차에 대해서는 준비해온 서류를 내밀며 그림을 보여 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차분한 설명 덕분에 인터뷰를 통해 의약품, 화장품 연구에서 인체조직모델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차분하던 이 박사의 톤이 올라간 지점. 동물실험데이터를 인체에 그대로 적용했을 때의 과학적 오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인체각막모델을 설명하던 중 그는 과학자로서 동물실험 자체의 정확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서두와 같이 말했다.

히트뉴스는 바이오솔루션을 찾아 지난해 OECD에서 안자극시험법이 표준시험법으로 채택된 의미와 활용도에 대해 들어봤다.

 

-바이오솔루션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요?

“2000년에 설립해서 벌써 19년이 됐네요. 처음에는 피부 세포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설립됐어요. 그래서 주로 피부 연구에 매진했죠. (다른 의약품 개발 바이오벤처가 그렇듯)저희도 의약품 개발 중간에 수익 사업 모델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시작한 사업이 세포를 이용해 인공 피부를 만들게 됐어요.”

-인공 피부를 가지고 어떻게 수익화 구조를 만드셨나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06년경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차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을 포착했어요. 당시 식약처에서 인공 피부를 이용해 피부 자극성 시험을 하는 용역 연구과제가 발표됐어요. 당시 이 분야는 선진국조차도 제대로 된 시험 가이드라인이 없었고, 식약처에서는 이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해보자는 움직임에서 시작됐어요.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인체 조직을 활용해 동물실험 대신 독성시험을 하는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어요. 현재 회사는 인체조직모델과 세포치료제 두 사업 군입니다. 조직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약과 인체조직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체각막모델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요즘에는 연구소 실험실에서도 피부나 각막 조직만 있으면 출판된 논문을 가지고 인공 조직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문제는 ‘재연성’입니다. 표준운영지침(SOP)대로 인체각막모델로 실험을 했을 때 일정한 결과가 도출돼야 합니다.

저희 인체각막모델을 가지고 설명 드리면 이렇습니다. 각막이식수술 후 폐기되는 조직이 있습니다. 이 조직을 가지고 각막세포를 분리해 이를 실험실에서 배양합니다. 배양 과정을 거치면 세포수가 늘어난 인체각막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동물실험을 대신해 인체각막모델을 이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보통 안점막실험을 이용되는 동물은 토끼입니다. 토끼 3마리 당 한 물질만 실험할 수 있죠. 이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토끼의 눈을 (억지로) 벌려 목을 움직이지 못 하게 날로 가둬 놓습니다. 토끼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저희 실험법은 이런 동물 윤리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과 비교해 한 번에 여러 물질을 동시에 실험을 있어요.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대량 고효율 시험법(HTS)입니다. 또 동물실험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력, 시간,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체조직모델의 가능성

-구체적으로 인체각막모델이 어떻게 활용되나요?

“현재는 화장품 쪽에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마스카라, 팩트 등 화장품 염료 물질의 독성시험에 활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콘택트 렌즈와 같은 눈에 접촉하는 의료기기에도 활용될 수 있어요. 또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으로 환경오염과 연관된 연구도 많이 진행돼, 여러 오염물질이 점막이나 피부에 접했을 때 어떤지 알아보는 연구에도 활용됩니다.

의약품에서는 안약 제제 중 광독성(빛에 의해 독성이 발현되는) 여부를 알아보는 곳에도 활용됩니다. 이처럼 눈과 관련된 기초연구, 독성연구 등 다양하게 이용됩니다.”

-향후 이런 인체각막모델이 인공장기 연구로도 발전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저희도 인공각막을 만들려고 이 연구를 시작했어요. 현재는 독성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각막이식, 섬유화 질병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도 수행할 예정입니다. 또 (인체각막모델을) 고도화 해서, 칩 형태로 나오는 인공장기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3D 프린팅을 이용해서 대량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고요.”

-국내 최초로 OECD에서 표준시험법으로 채택됐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말 그대로 OECD 회원국 이라면 어느 나라든 저희 각막모델을 이용한 독성시험법을 채택하게 된 것이죠. 개인 회사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죠. 국가를 대표해서 지원하는 것이니깐요. 식약처의 도움이 컸고, 처음부터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쳤어요. 처음부터 목표도 엄격한 목표를 잡아서 기존에 표준을 채택된(미국, 프랑스, 일본)보다 위음성율을 낮추려고 했습니다.”

-미국, 프랑스, 일본이 이미 표준모델로 채택됐다고 들었어요. 바이오솔루션 모델만의 차별점은요?

“독성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음성율입니다. 위음성을 독성이 있는 것은 독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위음성율을 낮추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그 결과 저희 각막모델은 위음성율이 1%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모델은 5%, 프랑스 모델은 4%로 나타났습니다.

이 밖에 미국 모델은 각막조직 대신 피부조직을, 유럽은 불멸화 세포주를 활용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피부조직은 점막조직인 각막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또 불멸화 세포주는 무한 증식을 위해 상당 부분 세포 기능을 잃게 됩니다.”

-독성 연구자들이 와 닿을 만한 시험법 상의 간편함이 있을까요?

“결국 이 시험법은 세포 생존율을 통해 독성을 보는 것입니다. 세포 생존율은 육안으로 시약 색깔을 통해 측정하는 것이죠. 보통 미국이나 유럽 모델은 알코올, 에탄올, 아세톤을 이용해서 세포를 터뜨려 죽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저희 모델은 이 과정이 필요치 않습니다 저희 시험법은 시약 자체가 저절로 세포 밖으로 방출됩니다. 이 때문에 세포 상층액(serum)을 따서 세포가 얼마나 죽었는지 바로 측정할 수 있어요. 또 남은 조직은 2차 연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동물대체시험법을 잘 쓰고 있지 않아요. 사실 대체시험까지 가지 않아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세포실험만으로도 분자구조를 통해 독성을 예측할 수 있어요. 심지어 이런 방법이 동물실험보다 과학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도, 규제당국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식약처는 기존 심사자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 기간을 길게 잡아요. 그러면 기업 입장에서는 동물대체실험을 할 이유가 없죠. 어떤 것이 더 과학적인 접근인지 규제당국과 과학자들이 고민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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