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우리도 미국처럼 기술기반 투자로 변화돼 나갈 것"

'불금(불타는 금요일)'. 우리가 토요일이 아닌 금요일에 ‘불타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휴일을 앞둔 설렘 때문일 것이다. 기자는 지난 1일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를 만났다. 설을 앞두고 5일 간의 비교적 긴 연휴가 시작 되기 하루 전날, '불금'보다 더 큰 설렘을 갖고 판교 에이비엘바이오 본사를 찾았다.

상장으로 주주, 투자자에 대한 책임감이 한층 무거워진 이 대표는 이제 빨간날도 쉬지 않는다고 한다. 2년여 만에 상장에 성공해 마냥 좋을 것만 같았던 그에게서 상장은 자부심과 함께 막중한 책임으로 다가왔다.

히트뉴스는 상장 이후 바이오벤처회사의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자처한 그에게 비교적 빠른 템포로 상장할 수 있었던 전략부터, 앞으로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질문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상장 이후 시장과 고객이 달라졌다" 

▶2016년 2월 16일 창업 이후 2년여 만에 상장에 성공했다. 비교적 빠른 템포인데 전략이 있었나?

상장 이후 한 달 반이 막 지났다. 작년에 3건 이상의 기술수출이 있었다. 회사 차원에서 자본을 더 투자받아 사업을 확장시켜야 겠다는 비전 아래 상장 시기를 결정했다. 상장하고 되돌아 보니 국내 시장에서 결코 상장이 최종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커졌다. 

상장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자면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느낌이다. 모든 환경이 변했다. 고객도,  시장도 모두 이전의 방식으론 예측할수 없다. 특히 주식시장의 역동성은 예측하기 힘들다. 

상장을 (구체적인 비전없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전없이 상장에 나설 경우 반드시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췄다고 판단했을 때 상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회사에 장미빛 미래만 있진 않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자본을 투자 받아 기술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상장은 이러한 목표를 이루는  한 방식이다.       

▶상장 이전과 이후, 회사 전략은 어떻게 달라졌나.

상장 이전에는 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파트너 회사와 재정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취했다. 앞으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라이선스 인' 등을 통해 우리가 신약개발 단계를 더 끌고 나가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상장을 통해 자본력이 생겼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외부 파이프라인도 도입할 계획이다. 

상장 이전에는 임상 1상을 완료하기 위한 비용도 부담이 컸다.  평균적으로 전임상(pre-clinical) 개발에 3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후 1상까지 완료하는 데 추가로 2년이 걸리고. 개발부터 임상1상 완료까지 약 5년 동안 쓰이는 비용만 100억원 규모다. 우리가 가진 파이프라인 20여개를 우리가 다 개발한다고 했을 때 드는 비용은 어림잡아도 2000억원이 될 것이다. 이 비용을 다 감당할 순 없다. 이러한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상장 전에는 국내외 파트너십을 통해 재정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취했다. 

또 다양한 기술이전과 공동연구를 통해 파트너사의 신약개발 노하우도 배울 수 있다. 우리의 신약개발 기술 역량도 성숙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우리 연구원들도 공동연구 등을 통해 신약개발 노하우를 쌓아나갈 시간이 필요하다. 

상장 이후 전략은 안정된 재정을 바탕으로 빅파마 등과 함께 좀 더 큰 단위로 기술수출 계약을 맺을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우리와 공동 연구할 파트너를 찾고, 파이프라인을 직접 사들이기도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만의 신약개발 추가 플랫폼도 키워 나갈 예정이다. 

올해 1분기 내로 새로운 이중항체 플랫폼과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도입할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장기적으로 끌고 나갈 자체 플랫폼은. 빅파마가 가장 주목하는 파이프라인을 소개한다면.

단연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ABL-301'이다.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시뉴클레인(synuclein)을 타겟으로 한 항체(antibody)다. 이미 제넨텍, 로슈, 바이오젠, 아스트라제네카/다케다, 애브비 등이 시뉴클레인을 타겟으로 하는 단독항체 개발을 위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빅파마 파이프라인과 비교해 ABL-301의 강점은 시뉴클레인 중에서도 파킨슨병 등 질병에 걸렸을 때 흔히 발견되는 응집(aggregation )된 형태의 시뉴클레인에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데 있다. 항체약품의 경우 투여양의 0.1~0.2% 만이 혈액뇌관문 (BBB)을 통과해 뇌에 도달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우리 회사는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를 통해 혈액뇌관문(Blood Brain Barrier, BBB) 통과능력을 향상시킨 플랫폼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뇌의 최종 장벽인 BBB에 통과하는 항체의 개수가 많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우리 회사 기술 노하우를 살려 항체 엔지니어링 과정을 거쳐 BBB에 통과할 수 있는 우월한 이중항체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을 통해 기존 단독항체로 개발중인 시뉴클레인 항체보다 훨씬 더 많은 항체가 뇌를 통과해 우월한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BL-301 파이프라인 개요[출처=에이비엘바이오 공식홈페이지]
ABL-301 파이프라인 개요[출처=에이비엘바이오 공식홈페이지]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코스닥 시장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성과 보여야

▶흔히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와 달리 ‘미래가치’에 투자한다고 한다. 투자가들은 이 미래가치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봐야 하는가?

한국의 코스닥, 미국의 나스닥 모두 ‘가치(value)’에 투자하는 시장이다. 다시 말해 코스닥 시장 투자가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기대치’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 기대치를 실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코스닥 바이오 벤처 분야에서는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빅파마에 이전하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상장사는 당연히 기관과 개인 투자가에게 기술이전 등을 통해 성과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매년 임상승인신청서 제출(IND filing)을 마친  파이프라인 1개 정도를 기술수출 할 수 있는 성숙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투자가의 기대치를 올려 투자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선순화 구조를 올릴 것이다. 

▶올해는 덜 했지마 보통 JP모건 컨퍼런스, 바이오 USA 등 해외의 굵직한 행사가 있으면 주가가 오른다. 투자가에게 이 행사들을 정확히 설명해 준다면?

JP모건 컨퍼런스는 '자본(finance)'를 위한 행사이고, 바이오 USA는 각 회사의 파이프라인을 소개하는 박람회다.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많은 회사가 기술이전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는 컨퍼런스 2-3년 전부터 이미 수 많은 협상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JP모건은 당장의 기술이전과 같은 결과물을 내는 곳 만이 아니다. 잠재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자리다. 파트너와 자사의 기술력을 검증받고, 보다 진보될 기술을 소개하는 소통 공간이다. 대한민국 20개 회사가 JP모건에 참여한다고 한 꺼번에 모두 기술이전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기대는 금물이다. 

바이오 USA는 회사가 가진 기술을 소개하는 곳이다. 주로 파트너 미팅에 중점을 둔다. 실제로 바이오 USA에 가면 일대일 미팅 부스만 수백개가 있다. 행사가 열리는 기간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미팅이 이뤄진다. 미팅 한번을 할 때 약 30분의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반면 JP모건은 미팅룸이 없다. 실제로 JP 모건은 호텔룸, 식당, 복도, 커피숍,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비즈니스 이야기가 오고 간다.  

▶상장 이후 JP모건은 어떤 느낌이었나.

파트너십 상대가 좀 달랐다. 새로운 파트너와 금융쪽 인사들을 만났다. 상장 이후에는 회사의 예측 가능성(forecast)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전 세계 10위 권 안에 드는 빅파마 4곳과도 미팅했다. 이 자리에서 ABL-301에 대한 이야기도 작년 JP모건, 바이오 USA 이후 지속적으로 소통했던 것보다 더 심도있게 논의가 이뤄졌다.  

국내 제약바이오, 아직 자동차·반도체와 비교 무리
성장 가능성은 높아

▶제약바이오 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말이 많다. 현 수준을 냉정하게 진단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숙했다고 볼 순 없다. 아직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다만 제악바이오산업의 5~10년 뒤 성장을 위해 제약바이오 생태계 전체가 커져야 한다. 전통적인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함께 커 나가야 한다. 

제약바이오 성장 가능성은 높다. 특히 한국 과학자들의 재능은 뛰어나다. 내가 제넨텍에 다녔을 당시만 해도 박사학위 소지 한국인 과학자는 회사에 4~5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10~20명이라고 한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이제 학계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인력 노하우가 결국 한국 바이오 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충분하다고 보나.

규제 등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역으로 묻고 싶은게, 과연 우리나라만큼 제약바이오 산업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는 곳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정부의 지원으로 셀트리온, 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나왔다. 물론 시밀러를 혁신신약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이를 발판삼아 혁신신약 개발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에는 엄청난 자본이 몰려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 노력을 부정할 순 없다. 현 시점에서 봐도 바이오벤처는 증가했고, 정부 지원 규모도 커졌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어떤가.

중국은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크다. 아직까지 임상시험에 대한 신뢰도는 우리보다 낮다. 우리와 달리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없다. 시밀러 개발에 대한 제도적 혜택이 없어서 모두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거대한 자본과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한 템포 빠르게 투자하고 있다.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 우시 바이오에는 항체 디스커버리(discovery) 인력만 250명 이상이다. 국내 신약개발 전문인력을 다 합쳐도 250명이 안 될 것이다. 우시의 신약항체 디스커버리 인력은 셀트리온, 삼성과 같은 시밀러를 하는 그룹이 아니라 신약 항체 의약품을 개발하는 팀이다. 

중국은 우리보다 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개발에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직 기초과학(basic science) 쪽에는 우위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더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아직 일본과 직접 접촉해 보지 않았다. 다만 주변 지인들에게 일본에 좋은 기술이 많다고 들었다. 올해부터는 일본과 직접적인 교류를 고민 중이다. 일본은 기초과학이 워낙 튼튼하기 때문에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향후 산업에 진출하거나 바이오벤처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할 게 있다면.

투자가의 엄격한 잣대를 통해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특히 투자가들이 기술을 평가할 때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잣대가 엄격할수록 우리나라 바이오 생태계도 올바른 길로 나아갈 것이다. 

미국의 경우 내가 접촉한 회사도 초기 회사 가치는 250억원 정도였다. 중간에 기술이 실패하니까 가치가 150억원이 됐고, 이후 다시 기술이 잘 돼 300억원으로 올라갔다. 미국 투자가들은 기업의 성과에 따라 가차없이 가치를 매긴다. 한국은 아직 이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종에 ‘묻지마’ 투자가 종종 이뤄지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기술 기반 투자 방향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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