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소이식모델로 연구 재연성·신약 재창출 모두 높일 것”

[hit 초대석]플랫바이오 김선진 회장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1조원 기술 이전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이내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해 기술 반환이 되는 사례도 나온다. 문제는 전임상 데이터가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이전과 오픈이노베이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다. 특히 아직까지 신약개발 전 주기를 끌고 갈 역량이 부족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공동연구, 기술이전 등의 전략을 펼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기술이전과 공동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선 바이오벤처가 있다. 주인공은 플랫바이오.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을 만나 ‘동소이식모델’을 이용해서 어떻게 기술이전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인지 들어봤다. 또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신약개발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김선진 회장은 일본 국립암센터, 미국 택사스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엠디엔더슨 암센터 중개연구센터의 교수 중앙 연구소를 거쳐 한미약품 부사장까지 학계와 산업계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동소이식모델이 뭔가? 이 모델을 이용하면 어떤 것이 좋나?

“동소이식모델을 사용하면 동물실험(전임상) 데이터와 임상시험 데이터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기존의 피하모델을 통해서는 각 장기별 암세포가 작동하는 특징(signiture)이나 전이 양상을 정확히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같은 암세포라 하더라도 각 장기 환경에 따라 작동하는 특징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항암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때 피부에 암세포를 주입해서 전임상 데이터를 도출해 낸다. 앞서 말했듯 같은 암세포라도 피부, 폐, 뇌, 등에서 보이는 특징이 모두 다른 데도 불구하고. 이런 양상으로 계속 전임상 실험을 진행하다 보니, 이 데이터를 통한 기술이전을 한 것이 임상에서 효능의 한계나 예측하지 못한 독성을 보여 돌아오는 것이다.”

-동소이식모델은 국내 제약사에서는 채택하고 있지 않나?

“동소이식모델 플랫폼의 독보적 기술에 대한 특허와 이에 연관된 특허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제약·바이오 회사가 우리에게 의뢰하면 동소이식플랫폼을 이용해 실험을 해주고 이를 통해 컨설팅을 해 주기도 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컨설팅을 해 주나?

“컨설팅을 해 주면서 전 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지 말라고 한 회사도 있다. 성급하게 생각해서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거나 공동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가치를 키우라고 조언한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기술 파이프라인이면) 전임상 단계에서 공동개발 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작은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당장 수억원 단위의 연구개발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을 넘겨 받을 수 있는 자금과 임상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자금의 가치는 수십배에서 수백배가 될 수도 있다.”

-작년에 설립한 회사지만, 신생 바이오 벤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플랫폼이나 파이프라인이 탄탄해 보인다. 특히 동소이식모델은 실제 컨설팅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수익도 발생하는 것을 보이고. 투자 단계나 상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

“투자는 받지 않았다. (다른 회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자금이 확보됐다. 또 (동소이식모델을 활용해) 위탁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수익도 있다. 회사를 설립하며 창립 멤버와 약속한 것이 있다. 특허와 파이프라인 개수로 평가받는 상장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이런 것은 일절 강요하지 말라고 각서까지 받았다.(웃음) 상장은 구체적인 약물이 보일 때 하고 싶다. 임상 2상 정도에서 상장을 고려해 볼 생각이다. 또 바이오벤처가 꼭 상장을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인수합병 등에 대한 가능성도 다양하게 열어두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상장’을 고려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바이오벤처 쪽에 필요 없는 공포가 많다. (투자를 받게 되면) 자금 압박을 계속 받기 마련이다. 당연하다. 벤터캐피탈 쪽에서도 자선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투자금 회수가 필수이니. 이런 과정에서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기도 한다. 너무 이른 단계의 연구 성과를 과장해서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플랫바이오가 보유한 고유 기술을 이용하여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구체화하고 최고의 가치로 끌어올린 후에 상장을 고려해 볼 것이다.”

-한미약품을 떠나 바이오벤처로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

“동소이식모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과 함께 하는 연구진들의 역량에 확신을 갖고 창업했다. 또 큰 기업의 경우 조직문화가 상대적으로 (바이오벤처와 비교해) 경직될 수 밖에 없다. 최근에 바이오 사업 쪽에 자본도 많이 몰리고 있어 (제대로 된 기술만 있다면) 꼭 큰 규모가 아니라도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는 어느정도 마련돼 있다고 봤다.”

-바이오 분야에 자본이 몰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50대 50으로 본다. 자본을 통해 산업이 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이를 버틸 역량이 부족하다. 미국 바이오 업계도 우리처럼 소위 말하는 사기꾼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처벌하고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황우석 사태 이후로 얼마나 이 업계와 학계가 자정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등을 발표하며 정부에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가 크다.

“이런 움직임이 처음 있는 일인가? 모두 BK21(Brain Korea) 사업은 다 잊어버린 것 같다. 오히려 그때 분위기가 지금보다 더 좋았다. 아직도 국내 제약계는 1조 클럽 운운하지만 노바티스 글리백 프랜차이즈가 한해 가동할 수 있는 자본만 10조원대이다. 한 기업이 아니라 한 약물 프랜차이즈가.

예전처럼 정부나 큰 기업이 나서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주어진 금액이 몇조가 아니라 200억원이라면 우리는 그에 맞는 인력과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언제까지 정부에게 예산만 늘려 달라고 할 것인가? 이렇게 정부만 바라보니 BK21에 그 많은 돈을 쏟아 붓고도 가짜 재현이 안되는 논문이 만들어 지고되고, 산업에서 실현된 기술이 하나도 없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젠 우리가 왜 실패했는지 분석해야 한다. ‘평가’가 아닌 ‘분석’을 해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미국, 유럽, 중국 등과 경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실정에 맞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 가혹할 정도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 바이오벤처가 이런 직접 산업화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주체가 돼야 한다. 대기업은 인력을 양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 줘야 하고.

또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이 많이 회자되는데. 단어 그대로 정말 새롭게 혁신 하는 것(이노베이션)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오픈이노베이션은 큰 회사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라이선스를 받아들여서 신생 바이오벤처 기술을 쉽게 획득하는 형국이다. 반면에 바이오벤쳐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기술을 쉽게 넘기고 경제적 보상을 받기도 한다. 왜곡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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