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한국로슈 성지연 이사-한국로슈진단 조승희 팀장
"OS 데이터도 몰랐던 그들이..."

2억1500만달러(약 2529억원). 4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금액이다.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를 하기 위해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겠다는 개념은 빠르게 퍼졌다.

최근에 유전체 정보에서 더 나아가 전자의무기록(EMR), 리얼월드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우리나라 정부도 ‘4차산업혁명’이라는 화두 아래 인공지능, 빅데이터, EMR 인증제 사업 등 정밀의료에 필요한 요소들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1년 전 황태현 클리블랜드 클리닉 인공지능 학술팀 그룹 리더는 장 바이오학회 워크숍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정밀의료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가 암을 진단받고 난 뒤, 여러 치료법이 모두 실패해 아무런 치료 옵션이 없을 때, 취할 수 있는 선택지다.”

한국로슈 의학부 country medical lead 성지연 이사(왼쪽), 한국로슈진단 tissue diagnositcs 사업부 조승희 팀장

그의 말은 정밀의료에 대해서 시시하는 바가 크다. 아직 정밀의료가 실현되기 위해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 이런 와중에 보도자료를 통해 끊임없이 ‘맞춤의료’를 말하는 제약사가 있었다. 단순한 구호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진단과 의약품 사업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최근엔 데이터 관련 회사를 인수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로슈.

궁금했다. 그들이 그리는 ‘맞춤의학’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맞춤의학이 환자, 의료진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한국로슈진단 조직진단 tissue diagnostics 사업부 조승희 팀장, 한국로슈 의학부 country medical lead 성지연 이사를 만나 이에 대해 들어봤다.

▶맞춤의료라는 말이 몇년 전부터 회자되고 있습니다. 아직 이 개념이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 느낌도 있어요. 현재 맞춤의료가 어디까지 왔고 로슈는 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성지연 의학부 이사(성)=로슈 그룹 전체가 지향하고 있는 정밀의학은 비단 암뿐만은 아니에요. 뇌신경 의학, 감염 등 여러 질환에 걸쳐 정밀의학을 지향하고 있죠. 한국은 주로 암 분야를 중점적으로 선도해 나가고 있어요.

항암제를 처방할 때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는 것. 이것이 현재 단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정밀의료에요. 쉽게 말해 특정 (유전자) 타겟을 목표로 치료제를 처방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엔 차세대염기서열법(NGS) 방식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몇 백개 단위의 유전자변이를 한꺼번에 찾아낼 수 있게 됐어요.

로슈는 그룹 내에 진단과 제약이 함께 있어, 세밀한 진단 과정을 통해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조승희 조직진단 사업부 팀장=맞춤의료 개념은 간단해요.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치료를 하자는 것이죠. 로슈가 진단과 제약이 함께 있기 때문에, 맞춤의학을 실현해 나가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결국 로슈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모니터링 하는 전 주기를 모두 연계해 최적의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어요. 여기에 유전체 정보,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합해 신약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정밀의료 실현은 바이오마커 발굴을 통한 치료라고 보면 되나요?

조=현실적으로 보면 그렇죠.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현재 암 치료에 있어 바이오마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요. NGS 분석을 통해 더 많은 유전체 정보를 토대로 환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NGS가 보험이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어요. 물론 이 데이터를 임상현장에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이 있지만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전체 데이터를 임상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에 있어선, 보험 적용 등으로 빨리 해 나가고 있다고 봐요.

성=물론 가장 이상적인 단계까지 정밀의료에 접근한 것은 아니에요. 분명한 사실은 유전체 분석 등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에요. 현 상황에서 몇백개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 정도는 경제적 이유로 못 할 정도는 아니에요. 물론 아직까지도 약의 허가사항, 규제 등으로 맞춤의료를 실현해 나가는 데 장벽이 있어요. 그러나 맞춤의료를 실현해 나가는 데 여러 기술들의 발전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로슈 본사는 최근 플랫아이언, 사이앱스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빅데이터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빅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슈 때문에 활용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로슈 내부에서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 리얼월드 데이터는 활용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성=국내는 (의료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더 엄격한 환경이에요. 그러나 의료진들도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있어 중요성을 느끼고 있죠. 서울대의 사이앱스 역시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아직까지 회사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국내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어려운 것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대한 계획은 없어요. 본사 차원에서는 데이터 회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죠. 플랫아이언을 인수한 것 역시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그룹 차원에서 바라보는 정밀의학은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신약개발까지 확장돼 있어요. 쉽게 말해 진단 등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신약을 개발을 해요. 더 나아가 우리가 개발한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처방될 때 개인 맞춤형으로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죠.

로슈가 실현하고 있는 정밀의료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진단과 제약이 실제로 어떤 협업을 통해 정밀의료를 실현해 나가고 있나요?

성=대표적으로 알레센자와 벤타나 검사법과 연계해 진단-제약이 협업하고 있어요. 분기별로 제약과 진단이 모이는 자리를 가져요. 이런 자리를 통해 정밀의료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 전략적으로 공유하고 있어요.

조=기본적으로 협업은 서로의 역할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맞춤의료라는 공통의 아젠다 아래 제품의 허가, 등록, 학술대회, 제품설명회까지 의료진에게 ‘맞춤의학’을 전달하는 과정을 같이 해 나가고 있어요.

사실 제약과 진단을 매우 다른 분야에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몇 년 동안 제약 쪽 분들과 미팅을 하면서 이해도에 대한 차이를 줄일 수 있었어요. 처음 제약팀과 미팅할 때는, 그쪽에선 어떤 말을 하는지 조차 몰랐거든요.

▶실제로 두 팀이 협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 더 듣고 싶어요.

조=일단 제약과 진단이 쓰는 용어 자체가 달라요. 진단 쪽에 있는 제 입장에서는 처음엔은 OS(전체생존기간), PFS(무진행생존기간)이 무엇인지도 몰랐어요.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이런 용어 자체를 이해하는데도 쉽지 않았어요.

성=서로의 용어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 세션도 많이 진행했어요. 저희 제약 팀은 질환에 대해서 진단 분들께 임상현장의 치료 과정을 설명했어요. 진단 분들은 어떤 조직(tissue)로 어떤 검사를 시행하는지 알려 주셨죠. 이런 과정이 반복돼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업무의 효율성도 늘어 났어요.

또 기본적으로 저희는 대응하는 고객 자체도 달라요. 제약은 내과의사(physician, oncologist)라면,진단은 병리과 의사 분들이죠. 고객이 다르기 때문에 제약과 진단은 ‘맞춤의료’를 대하는 태도나 전략 자체도 달랐어요. 또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는 부서와 절차 역시 의약품과 진단키트가 달랐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죠.

▶의료진들이 ‘맞춤의료’와 관련해서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뭔가요?

성=의료진은 무엇보다 맞춤의료를 환자에게 적용해 실제로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 가장 궁금해 하시죠. 또 환자들의 의료정보를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해 더 좋은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있으세요.

조=진단과 관련해서는 그 진단결과를 의료진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얼마전 종양내과 학회에서는 바이오마커를 검사할 때 표준화된 절차가 없어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실제로 의료진이 진단 결과를 신뢰하는 못 하는 경우가 많나요?

조=우리나라는 동반진단이라는 개념이 들어오면서 신뢰도에 대한 문제는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실제로 식약처에서 2015년에 체외진단가이드라인을 맞춰 검사법을 제한하고 있죠. 임상시험에서 적용됐던 시스템이 그대로 임상현장 검사실에서 적용돼요. 의료기기, 시약, 프로토콜 부문에 있어 국내는 어느정도 표준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어요.

▶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레센자(알렉티닙)의 동반진단 검사법인 ‘벤타나 ALK 검사법(VENTANA anti-ALK (D5F3) CDx Assay)’에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 되잖아요. 벤타나 검사법이 기존 검사법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요?

조=세 가지로 요약해서 말씀드릴 수 있어요. ▲ 동반진단 가이드라인에 의해서 표준화된 검사 ▲ 검사의 효율성 ▲판독의 용이함이 그것이죠.

우선 벤타나는 식약처의 동반진단 가이드라인에 맞춰 표준화된 시약, 프로토콜을 사용하죠. 동일한 조건으로 검사를 시행할 수 있어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죠. 또 기존 검사법은 이틀 정도가 소요됐지만, 벤타나는 4-5시간이면 결과를 볼 수 있어요. 검사시간도 줄고, 검사를 위한 인력도 이전에 비해 줄었죠. 마지막으로 검사를 판독하는 것이 더 쉬워졌어요. 예를 들어 이전 검사법은 50개의 암세포를 모두 봐야 했다면, 벤타나는 한 개의 세포를 가지고도 판독이 가능해 졌어요.

정부, 오피니언리더, 언론에 의해 수많은 말들이 만들어진다. 4차산업혁명이 처음 알려진 시기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 이 단어는 이제 보건산업계에도 들어와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치료와 신약개발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맞춤의료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일까? 아니었다. 결국 로슈가 그리는 맞춤의학 생태계의 핵심은 ‘협업’이었다. 진단과 제약의 소통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해 나가는 것. 이것이 맞춤의료의 핵심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해 주는 수단일 뿐. 성지연 이사도, 조승희 팀장도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은 ‘협업’. 즉 나 혼자 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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