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이병일 올리브헬스케어 대표
피험자와 임상센터 다리놓은 플랫폼

시끌벅적 소란스러운 강남역 스타벅스. 주변 소음을 뚫은 그의 답변은 국내 임상시험 환경에 대한 울분 등으로 점철된 감정과 임상시험 여건을 주도적으로 바꾸겠다는 희망찬 포부가 섞여 있었다. 가족 때문에 임상시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이병일 올리브헬스케어 대표. 무엇보다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에 갈증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대표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임상시험 참여자와 임상시험 센터가 만날 수 있는 플랫폼 ‘올리브씨’를 만들었다.

이병일 올리브헬스케어 대표
올리브씨 플랫폼

올리브씨는 각종 임상시험 정보가 담긴 웹 기반 임상시험 지원 플랫폼이다. 임상시험 정보가 필요한 참여자들은 올리브씨 플랫폼에서 다양한 임상시험 정보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참여 절차 안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또 임상 연구자는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지원자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와 임상 연구자가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 밖에 버스, 지하철, 신문 지면에서만 이뤄지던 임상시험 공고를 통합해 이른바 ‘임상시험 전용 종합 광고’를 대행해 주기도 하고, 임상시험 절차 교육을 받은 인력이 콜센터에 상주하며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에게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기획 기사를 위해 국내 임상시험 인프라에 대한 자문을 구하러 갔던 자리였는데, 그의 답변은 더 거침이 없었다. 인터뷰에는 다소 정제된 언어로 그의 말을 전할 수 밖에 없지만 그의 말 속엔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놓치는 ‘임상 참여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임상시험 하면 신약개발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10년전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되는 임상 200건을 살펴보면 제네릭 생동성 시험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을 살펴보면 ▲바이오·합성 신약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화장품 ▲디지털의료기기 등 분야가 훨씬 다양해졌다.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뿐만 아니라 예방의학에 초점을 맞춤 임상시험도 늘고 있다."

-임상시험을 바라보는 참여자들의 시선은 어떤가?

“지하철 광고로만 이뤄지다 보니, 거부감은 크다. 심지어 화장품 등은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을 하지 말자는 주장이 기업 사회공헌캠페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런 것을 마케팅 일환으로 활용하는 걸 보면 아직도 임상시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체감한다.”

-부정적 인식 외에 다른 문제는 없나?

“임상시험이 끝나고 난 뒤 참여자에게 별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임상시험이 어떤 방식으로 끝났는지. 원칙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이전에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적어도 임상시험 참여자는 해당 임상시험이 어떤 결론을 맺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왜 영어로 된 저널을 통해서만 임상결과가 발표돼야 하나? 임상 참여자 중에는 하루라도 빨리 신약개발이 이뤄지길 염원하는 환자 혹은 가족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강국인가?

“전 세계 임상시험 점유율로 봤을 땐 3.5%다. 정확하게 보자면 임상시험 기술이 뛰어난 게 아니라 임상시험을 해 주는 서비스 업체로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대학병원 교수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주니까 마다할 리 없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2000병상을 가진 대학병원, 우수한 의료진이 임상시험을 진행해 각종 외국학회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임상시험의 ‘산업’적 가치가 자주 강조되는데.

“의료 분야에서 ‘산업’을 이야기하면 영리화와 직결시켜 자본의 논리에 휘둘린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임상시험 등 의료 분야는 우리나라가 엔터테인먼트 산업만큼 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영역이다. (미국이나 유럽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만큼 높은 수준의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임상시험이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걸림돌은?

“가장 큰 문제는 소위 국내 빅5병원(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성모병원)이 임상시험에 관해 유기적으로 연결이 안 돼 있다는 점이다. 삼성병원과 아산병원이야 대기업 투자가 있지만 그 외 병원은 교육부나 종교 재단 산하에 있어서 투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의 임상시험 발전 속도가 무섭다고 하는데…

“중국은 이미 2년 전에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백신 등에 있어 신속심사트랙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타미플루 개발사 로슈는 이미 북경과 상하이에 임상시험센터를 구축했다. 아직 항암제 등 중증질환 신약을 다루는 임상시험센터는 우리가 비약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지만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중국의 전문병원에 이미 암센터를 구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신약개발 경험이 축적돼 있었으나 폐쇄적이 경향이 커 그동안 큰 주목을 못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 일본도 적극적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임상시험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일단 전 세계 어디도 우리나라만큼 의료 인프라가 잘 돼 있는 곳이 없다. 전국민 의료보험 체계로 인한 높은 의료 접근성을 자랑한다. 임상시험 분야도 점점 다양해 지고 있다. 요즘에는 한약 등 대체의학 시장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임상시험센터를 구축했다. 비단 신약 뿐만 아니라 화장품, 기능성건강식품, 의료기기기 등 넓어진 임상시험 시장을 통합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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