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식약처 양진영 의료기기안전국장
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수입대행...인공혈관 등 4월부터
의료기기 관련법 국회 통과, 하위법령 꼼꼼히 준비해야

양진영 식약처 의료기기안전국장.
양진영 식약처 의료기기안전국장.

AI나 3D프린팅 등 혁신기술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의료기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정비와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식약처 양진영 의료기기안전국장이 밝혔다.

지난 2월 보직발령을 받은 양 국장은 고어사 인공혈관 수급 문제가 터지면서 눈코 뜰 사이 없는 시간을 보냈다. 고어사와의 협의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지난 2일 그는 전문신문출입기자단과 마주앉아 그 동안의 소회 등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인공혈관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희소의료기기 공급문제와 관련한 실무적인 시스템 정비와 의료기기 관련 2가지 법령의 국회통과를 계기로 관련산업을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적 환경 마련을 주요업무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부임 초기 얼떨떨했을 그를 고민하게 만든 인공혈관 문제부터 물었다.

-의료기기안전국장이 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어사 인공혈관 문제가 터졌어요. 신고식이라고 하기엔 꽤 센거 같은데, 어땠습니까?

“제가 2월 18일자로 발령을 받았는데, 2개월 채 안됐지만 시간이 어떻게 빨리 갔나 싶을 정도로 여러 사건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대응하고 그러면서 보냈습니다. 이번 건을 겪으면서 국민들께 알릴건 적극적으로 알리고 또 들어야 할 따끔한 질책은 가감없이 언론을 통해 듣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어사 인공혈관 문제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고어 측과 협의 완료된 현재까지의 상황을 설명해주시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복지부와 함께 공동 대응합니다. 알려진대로 고어측이 수술에 급한수량 20개를 먼저 주겠다고 한 상태에요. 화상회의를 했는데, 다 밝힌 순 없지만 90% 이상 고어측과 합의를 봤습니다. 인공혈관과 인조포, 봉합사 등 긴급 필수품목을 공급받는 걸로 했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절차는 서한을 통해 합의하고 있습니다.”

-긴급한 필수물량은 어떤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오나요. 정부가 대행하나요?

“작년 9월에 희귀·난치질환에 필수적이지만 시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31개 희소의료기기를 지정하고 이에대한 국가공급체계를 만들었는데, 그 시행일이 6월이에요. 인공혈관 사태가 터졌는데 당연히 앞당겨서 시행할 수 있도록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수입대행을 하는데 4월부터 진행할 수 있도록 세팅한 상태입니다.”

-국가대행의 장점은 어떤게 있나요? 가격관리나 품목선정 등 여러 가지 세심하게 신경쓸 일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희소의료기기는 대개 독점적이거나 대체제가 없는 품목들이 많아요. 개인이 직접 콘트롤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는데, 독점기업들을 상대하려면 일정부분 페이버(favor)가 필요합니다. GMP 심사나 이런 부분을 면제해주고 들여오는 방식이 됩니다. 신속히 들여오는 효과도 있고요. GMP를 면제한다고 안전성 측면을 소홀히 한다는건 아닙니다. 다른 나라의 사용현황 등등 필요한 요소들을 꼼꼼히 체크해서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합니다.”

-정부가 우선 비용을 대고 의료기관이나 환자들로부터 구상받는 형태가 되겠네요. 가격 문제가 민감할 것 같아요. 인공혈관 가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가격 문제는 복지부에서 주관합니다. 저도 아는 바가 있지만,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수입이나 해외구매가 어려운 품목을 리스트화하고 의료기기안전정보원을 통해 정부가 구매한 후에 의료기관이나 환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국가가 좀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면 좋겠지만 재원에 한계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일각에서는 의약품처럼 국가가 직접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공급이 안되는 필수의약품은 국가가 기업에 제조 의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방식을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정부의 협상력도 올라가고.

“희소의료기기에 대한 국가공급체계를 생각하다 보면 대안으로 그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국가가 직접 제조하자는 건데요, 의료기기의 경우 품목이 워낙 세분화되어 있는데다가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기반이 영세한 상황이라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어요.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가 3283개가 있는데 이중 81%가 매출 10억 미만이에요. 특정품목을 위탁해서 제조할 수 있는 업체가 몇 개나 있는지 품목마다 따져봐야 할 게 많습니다.”

-다시, 고어사 문제로 돌아가 볼게요. 원천적으로 궁금한게 있어요. 고어사의 불만은 도대체 뭐였기에 시장철수까지 갔나 하는거에요.

“2017년 10월에 한국에서 철수했어요. 철수할 때 10여개 병원에서 물량을 사전 확보했는데, 이게 동이 나면서 문제가 터진겁니다. 고어측 불만은 시장이 크지도 않은데 약가는 너무 낮다는 겁니다. 국내는 소아심장병 수술에 들어가는 인공혈관이 연간 50~70개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보험약가도 원하는 수준만큼 반영이 안됐고. GMP 심사를 받는데 따른 부담도 고어측이 이야기한 거 같아요.”

-GMP심사 이야기는 처음 나온거네요. 심사를 면제해달라는 이야기인가요?

“국내에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기업들은 모두 예외없이 GMP 심사를 받아요. 최초 수입할 때 원제조사, 고어사가 되겠죠? 이 회사를 방문해서 시설이나 소프트웨어를 심사하는건데 고어측이 여기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고 해요. 유럽은 매년 받는데 우리는 3년에 한번이거든요. 솔직히 부담스럽다는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다른 나라보다 더 엄격하거나 부담을 주는 그런 심사 시스템은 아닌데 말이죠.”

-인공혈관 건은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국장님은 제3자적 관점일 수도 있다고 봐요. 대응에 있어 객관적으로 아쉬운 대목을 말씀해주세요.

“잘잘못을 말하는건 아니지만, 철수 이야기가 나왔을 때나 병원들이 나서서 물량 확보를 하는 시점 등등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솔직히 있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재발방지인 것 같습니다. 식약처 차원에서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나요?

“앞에서도 말씀 드린 것 처럼, 희소의료기기의 공급문제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이나 법률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봐요. 이제 운영을 어떻게 잘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식약처 혼자 힘으론 어렵습니다. 관련된 환자단체나 학회 등이 머리를 맞대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필요한 품목에서부터 재고량 확인 등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할 대목이 많아요.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의료기기 때문에 수술을 못 받는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희소의료기기의 국내공급 문제는 시간을 갖고 지켜볼 일인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실 것으로 믿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 볼게요. 의료기기 업계가 현재는 영세하지만 혁신분야에 대해 도전한다면 의약품 못지 않은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AI, 3D프린팅 등을 접목한 새 의료기기 분야의 발전속도가 놀라울 정도입니다. 향후 산업적 측면에서 의료기기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인식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업계가 영세하지만 식약처가 절차적 규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지원해주는 방안을 찾는다면 업계의 잠재력이 살아날거라고 기대합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 그런 측면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되겠네요.

“그럼요. 두 법 모두 관련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혁신제품의 상업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안전확보와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요. 두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하위법령들을 꼼꼼히 준비해서 산업계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만드는데 힘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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