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아닌 살기 위해 절박하게 해야

hit 초대석 김기호 상무(씨제이헬스케어 전략지원실)

"CP(Compliance Program) 없는 성장은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잔잔한 바닷물에도 모든 게 쓸려갈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씨제이헬스케어 자율준수관리자인 김기호 전략지원실 상무의 철학에는 힘이 있었다. 그는 단호했다. 이는 제약업계 전반에 걸친 일련의 사건들을 되돌아볼 때 더욱 더 의미심장한 말로 다가온다.

그는 "CP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이제는 절박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정도경영·윤리경영이 가능하며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진정한 CP는 조직뿐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CP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약자로 기업에서 경쟁 질서를 확립하고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정·운영하는 내부준법시스템이다. 씨제이헬스케어는 2014년 6월 CP 강화 선포식을 열고 김 상무를 자율준수관리자로 지정했다. 이어 2016년 12월 이사회를 통해 강석희 대표이사를 자율준수관리자로 공동 선임했다.

김종철 씨제이헬스케어 CP팀 부장(좌), 김기호 씨제이헬스케어 전략지원실 상무
김기호 씨제이헬스케어 전략지원실 상무(오른쪽)과 김종철 씨제이헬스케어 CP팀 부장.

최고경영자는 왜 자율준수관리자를 겸임했을까

기업은 공정거래 관련 리스크(Risk) 예방을 위해 CP를 도입한다. 이때 임명된 자율준수관리자는 CP를 수립·운영하며 집행 과정 전반을 감독하는 총 책임자 역할을 한다. CP 도입을 위해서는 자율준수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법률·경제·회계 등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경험을 갖춘 임원이 대개 임명된다. 반드시 법률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자율준수관리자는 임원이 맡을 수도 있고, 최고경영자인 대표이사가 임원과 동시에 겸임할 수도 있다. 강석희 대표이사의 경우 김 상무와 같은 자율준수관리자이지만, 역할과 책임은 구분돼 있다. 김 상무는 "최고경영자는 더 광범위한 책임을 지며, 임원은 실무적인 권한·책임을 위임받는다. 강 대표가 자율준수관리자를 겸임하는 건 CP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의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CP는 '계획을 세워(Plan) 행동하고(Do) 평가(Check)를 통해 개선(Action)하는' 'PDCA 사이클'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속성과 개선 활동이다. 씨제이헬스케어는 CP의 지속성을 위해 2015년 1월부터 CP레터를 2주에 한 번씩 발행해 임직원에게 CP에 관한 모든 활동을 알린다.

2015년 4월부터는 임원 중심의 CP위원회를 매달 열어 사내 자율준수 이행 수준을 평가한다. CP위원회는 CP 운영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대외환경 이슈와 최고경영자 의지·모니터링 결과 보고, 공정거래법·하도급법 등 교육 내용, 위반사항 상정, CP 관련 규정 보완·개정 등을 다룬다. 또 우수 직원 시상, 규정 위반자의 징계 등을 결정하기도 한다.

김 상무는 "한 달간 CP 운영 내용을 정리해서 CP위원회에 보고한다. 이 과정은 반복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CP를 단순히 흉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진짜로 할 수 있다"며, "예방을 위해서는 마음을 여는게 중요하며, 이 점에서 CP위원회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조직별 팀장급 실무자로 구성된 CP실무위원회도 2016년 6월 발족해 매월 운영하고 있다. 김 상무는 "CP가 지속·개선되려면 기업 문화로 안착돼야 한다. 임원과 실무자의 갭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전 임직원의 CP 내재화를 위해 CP실무위원회를 발족시켰다"고 설명했다.

CP, 완벽도 어떤 타협도 없다

씨제이헬스케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CP 등급 평가에서 2017년 12월 업계 최고 수준인 'AA'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 공정경쟁연합회가 주관하는 CP포럼에 초청돼 전 회원사 대상으로 자사 모범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 상무는 "CP포럼 사례발표 때 'CP가 제대로 되려면 인식이 내재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CP위원회가 임직원들의 갭을 줄이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매월 개최하다 보니 CP 인식이 지향점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물론 완벽한 건 아니다. 그것이 CP의 핵심이다. 사회생활에서도 완벽은 없다. 계속 개선해야 한다. 그런 활동들은 회사 전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작은 시스템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씨제이헬스케어 CP문화의 원천은 특히 최고경영자로부터 나온다. 강 대표는 'CP에 대해서는 어떤 타협도 하지 마라'라고 항상 강조하고 있다. 강 대표는 전년에 이어 올해에도 CP를 최우선 기치로 내세우며 전 임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자율준수(Compliance), 정도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주주·임직원·고객의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상무는 이 같은 기업 구호가 씨제이헬스케어에서는 실제 실행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CP를 하지 않으면, 이제 모두 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시대다. CP는 나를 위해 절실하게 해야 한다. 나를 지켜야만 조직을 지킬 수 있으며, 기업의 윤리경영·지속 성장도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ISO 인증? 제대로 실행해 가는 게 중요"

CP는 경영시스템이 아닌 프로그램이다. 이를 경영시스템화한 것이 바로 반부패경영시스템 'ISO 인증'이다. 이 중 ISO 37001은 조직에서 발생 가능한 부패에 대해 합리적인 조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갖춰야 할 국제적인 요구사항이다. 국제표준화기구 ISO는 영국왕립표준협회(BSI)가 제정한 BS10500을 토대로 2016년 ISO 37001을 제정했다.

규제준수경영시스템 'ISO 19600'은 준법 경영 시스템을 구현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을 표준에 맞게 벤치마킹하려는 기업을 위한 지침이다. ISO 19600은 뇌물 수수 방지, 부패 방지, 독점 금지, 사기, 위법 행위 등의 분야에 초점을 맞춘 일반적인 준수·위험 관리 목표에 적용된다. 이를 기반으로 한 'ISO 37301'은 준법경영시스템으로 오는 2020년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김 상무는 "ISO 19600은 인증프로그램이 아니며, 반부패·반뇌물과 관련한 국제 인증시스템은 현재는 ISO 37001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많은 회사와 공공기관에서 이 인증을 받고 있으며 우리도 올 11월을 목표로 ISO 37001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ISO 인증은 받는 것도 의미있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의미 자체가 상실된다"고 했다.

이어 "CP와 관련한 인증프로그램인 ISO 37301이 개발되면, 회사는 ISO 37001로 갈 것인지 ISO 37301로 갈 것인지 회사 상황에 맞춰서 결정하면 될 것 같다. ISO 37301은 공정거래법과 연관성이 강한 반면, ISO 37001은 전반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건 사업 성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회사 면피용 아닌 '내'가 살기 위한 수단 

김 상무는 "CP는 불행한 일을 예상한 회사가 면피 받기 위해 도입하는 게 아니다. 나를 위해 하는 거다. 내가 발전해야 조직이 발전한다. 일부에서는 사고가 생겼을 때 회사가 빠져나가려는 용도로 CP를 도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제 CP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해야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 상무는 CP 없는 성장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모래 위의 성은 잔잔한 바닷물에도 쓸려나가는데, 회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운명을 단순한 운에 맡길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정도경영은 기업 구호로서 일반화된 말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상황으로 보면, 정도경영·윤리경영은 주변 협력원과 조직원이 전부 연관돼 있다. CP를 하지 않으면 모두 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이제 CP는 그냥이 아닌 굉장히 절박하게 해야 한다. 즉, 내가 살기 위해 참여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CP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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