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에서 마이크 잡은" 살롱 마니아
"대통령 앞에서 마이크 잡은" 살롱 마니아
  • 박찬하
  • 승인 2019.05.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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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양재혁 베스티안병원 대외협력실장
대통령 참석 살롱오송 특별판 사회를 보는 양재혁 실장.
대통령 참석 살롱오송 특별판 사회를 보는 양재혁 실장.

살롱(salon). 상류사회 부인들의 사교모임을 통칭했던 살롱이 바이오산업계에서도 열린다. 그들은 왜 살롱이 필요했나. 궁금했다. 2012년 사노피아벤티스 R&D 총괄이었던 이승주씨(오름테라퓨틱 대표)가 대전에서 혁신신약을 이야깃거리로 시작했다는 살롱. 판교로 확산되고 오송으로 퍼지면서 이제는 대구까지도 내려갔다. 혁신신약살롱이라는 간판에 각 지역의 명칭을 붙여 가맹점이면서도 스스로 본점의 역할을 하는 바이오산업계 민간 커뮤니티라고 하면 딱 맞을 모임으로 성장했다.

성장했다고 살롱이 똑부러지게 대외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만나 교류하고 이야기할 뿐인 살롱에 왜 사람들은 주목할까. 평소의 룰을 깨고 대낮에 살롱을 열어 대통령과 바이오산업을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급작스레 관심이 늘었지만, 살롱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열리는 살롱일 뿐이다. 혁신신약은 역량있는 개인만의 작품으로 탄생하기 어렵고, 정보와 정보, 기술과 기술, 민과관이 소통할 때 닿을 수 있는 목적지라는 점을 이들은 잘 안다. 그래서 모일 뿐이다.

히트뉴스가 오송 모임을 주도하는 베스티안병원 양재혁 실장을 만난 것은 그가 바이오 분야의 비전공자이면서도 전공자 이상으로 이 분야의 핵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이오 분야에서 정보의 소통이 중요하다면, 아마 양실장은 소통의 혈을 눌러 기운을 돌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려고 하지 않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살롱 사람들은 모임의 주선자들을 마담이라 부른다. 그는 혁신신약살롱 판교의 세 마담 중 1인이면서 오송의 유일 마담으로 활동 중이다. 대통령이 참석한 살롱 오송의 진행자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혁신신약살롱 오송 참석자들.
문재인 대통령과 혁신신약살롱 오송 참석자들.

-혁신신약살롱 오송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어요. 그때 이야기부터 해 볼까요. 어땠나요?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발표를 오송에서 하면서 살롱에도 오신거죠. 우리는 살롱이 바이오산업의 열린 문화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살롱 시간을 저녁에서 낮 시간으로 바꾼 거 외에는 필터링 자체가 없었어요. 발언 순서 외에는 정해진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사회보는 제가 걱정이 됐어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까봐. 민간의 이런 자율적 열정을 보니 가슴이 뜨겁다고 대통령께서 말씀 하셨는데, 참석자들 모두 그 말에 용기를 얻었을 거에요.”

-대통령이 참석한 살롱으로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혁신신약살롱 이야기로 들어갈게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지금은 오름테라퓨틱을 창업한 이승주 박사가 사노피아벤티스 R&D를 총괄했을 당시(2012년) 대전에서 처음으로 생겼어요. 지금은 일반적인 말이지만 오픈이노베이션을 그때 이 박사님이 한거에요. 대전에만 있었는데 주로 연구자들이 모였지요. 이걸 응용해서 서울에서 제가 바이오IR·PR협의회를 열었어요. 애널리스트, 기자, VC 등이 모였는데 대전으로 1박2일 살롱투어를 가기도 했어요.

2016년에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를 중심으로 싸토리우스코리아 김문정 상무 그리고 제가 참여해서 살롱판교를 시작했어요. 김 상무님은 해외출장 2~3번 가는 비용을 개인적으로 모임비용으로 내놓기도 했어요. 2017년부터는 삼양사가 꾸준히 도와주고 있고요. 살롱이니까 모임 운영진을 마담이라고 하는데, 이정규 대표, 김문정 상무, 제가 판교의 마담이에요.“

-대전, 판교에 이어 지금은 오송, 대구에서도 살롱이 열리게 됐죠?

“바이오산업에서 정보의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거에요. 오송은 제가 마담인데 2018년 12월에 시작했어요. 베스티안 오송병원 허가 때문에 거의 오송에서 살았는데 정부기관들과 기업들이 같은 지역에 상주하는데 의외로 정보 사각지대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통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살롱을 열었는데 지금까지 5회 진행했습니다. 대전은 연구자, 판교는 언론부터 애널까지 다 모이는 개념이라면 오송은 정부기관에서 참여하는 살롱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역 특성이 그러니까요. 5회 중에 2번 식약처에서도 오셨어요. 민관이 공감대를 가지고 소통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혁신신약살롱 뒷풀이 장소도 혁신.
혁신신약살롱 뒷풀이 장소도 혁신.

-말하자면 네트워킹인데, 이게 변질되면 부정적으로 비칠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민관의 네트워킹이라면 더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네트워킹이 열려 있느냐 닫혔느냐가 문제겠지요. 의견을 모아서 협력된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거라면 문제될게 있을까요. 공정한 게임이 되려면 합리적인 룰이 필요하고 그 역할은 민관이 함께 하는 살롱에서 기본적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봐요. ‘나는 가수다’라는 TV프로를 예전에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요, 끼리끼리 문잠궈놓고 하는 건 공정하기 어려워요. 바이오업계에도 이런게 필요합니다. 상대가 누구이건 소통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바이오 분야 전공하셨어요? 아니면 화학? 약학?

“아니요. 저는 경영학 전공했고 바이오 쪽에 들어온 이후 의료경영을 공부하기도 했어요.”

-어떠세요? 비전공자로서 이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계시는데.

“한보철강 아시죠? 제가 신입사원으로 들어간 해에 부도가 났어요. 당진 인사팀에 있다가 서울 본사 정리계획팀으로 차출됐는데 여기서 채권자 상담하고 법원 일 처리하고 등등 특공대처럼 일했어요. 인터넷 마케팅을 하는 IT벤처를 설립했다가 6개월만에 망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2002년에 바이오벤처협회에 들어왔는데, 물론 바이오에 ‘바’자도 몰랐지요. 당시에 회원사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터넷마케팅을 하면서 얻은 경험 덕분이에요.”

-정보의 중요성을 일찍 눈뜬거라고 봐도 되나요. 그게 양실장님이 지금 바이오업계에서 하고 있는 소통의 시작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너무 거창해서 그런거 까진 아니고 저는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그들간에 소통을 돕고 시너지를 목격하는 일에 보람을 느껴요. 바이오 관련 뉴스를 모아서 회원사들에게 보내고 정보를 취합하다보니 명함을 수집하게 됐고... 그 다음은 세미나나 포럼을 여는 일에 열심이었어요. 바이오 트렌드를 전파하는데 이것 만큼 좋은 수단은 없어요. 세포유전자치료제 조찬포럼도 만들고 바이오CEO 클럽을 조직해서 핑거푸드 먹으면서 하는 파티문화을 접목하기도 했어요. 처음엔 대표님들이 의자 없자고 핀잔을 주셨는데, 외국가면 전부 이렇게 하잖아요. 바이오의 궁극적인 상대가 다 외국인데 미리미리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살롱 뒷풀이 현장. 왼쪽 가운데 브이자를 그린 인물이 양재혁 실장.
살롱 뒷풀이 현장. 왼쪽 가운데 브이자를 그린 인물이 양재혁 실장.

-저도 비전공자라 취재하면서 늘 한계에 부딪히는데, 바이오 분야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협회 오면서 영어학원부터 등록했어요. 그리고 세미나 듣고 인터넷 찾아보고 기사 읽고 그랬어요. 공부하다 모르면 전화로 물어보는 멘토 분들이 계셨는데, 신정섭 상무님(KB인베스트먼트), 이주연 대표님(메디클라리스), 화일약품에 계셨던 김수동 박사님, 씨트리에 근무하셨던 김순옥 박사님 등 많이 괴롭혔던거 같아요.”

-지금은 베스티안병원 대외협력실장으로 근무하세요. 바이오와 병원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협회에 있을 때도 병원의 중요성을 참 많이 느꼈어요. 신약개발의 한축을 병원이 담당하는데, 기업은 병원의 생각을 모르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협회에 있을 때도 바이오와 병원을 연결하는 세미나 같은 걸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캐취해서 바이오라는 그릇에 담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베스티안에서 하는 역할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바이오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끝으로 질문 드립니다.

“정보 비대칭이 분명히 있어요. 저를 밤새게 하는 건 이런 거에요. 비대칭의 사각에 있는 분들과 정보를 연결해주는 역할, 그래서 비즈니스가 커지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 분야 전공자는 아니지만 오히려 기술에 묶이지 않아서 제가 그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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