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②
"응급의료 문제점 데이터로 해결 가능"
"축적된 헬스케어 데이터 활용 기반 만들 것"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세종시 스마트시티 구축 마스터플래너로 선정돼 2021년까지 총괄감독을 맡게 됐다. 정 교수가 그리는 스마트시티에서 약국과 병원의 모습은 어떨까? 그는 스마트시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응급 의료’라고 강조했다. 또 스마티시티를 통해 축적된 헬스케어 데이터를 활용해 장점과 단점을 미리 파악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세종시 스마트시티 구축 마스터플래너로 선정돼 2021년까지 총괄감독을 맡게 됐다.

- 스마트시티에서 약국과 병원의 모습은요?

“가장 중요한 건 ‘응급의료’입니다. 현재 응급 상황에서 연락이 가면 병원 정보는 모른 채 단순히 가까운 병원으로 환자를 옮깁니다. 가까운 병원에 병상이나 수술실이 없을 수도 있고, 의료진이 없을 수도 있을 텐데요. 환자는 이른바 골든아워로 생사를 넘나 들고 있는 상황인데도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응급실 상황, 입원실 병상 숫자, 의료인력 현황, 수술실 상황 등을 데이터화 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요. 심지어 스마트시티에선 교통흐름 정보도 데이터로 구축돼 있어 환자가 병원까지 도착하는 시간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생존율이 가장 높은 상황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환자들이 개인병원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겁니다. 가령 이런 겁니다. 현재는 모두 배가 아프면 가까운 병원에 들어 갑니다. 그 병원의 대기시간이 어떻고 어느 분과의 전문의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요. 스마트시티에서는 개인병원의 실시간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스마트 시티에서 약사와 의사들은 현재와 역할과 많이 다를까요?

“약국과 병원이 데이터를 통해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어떻게 쓸지도 분명 달라질 겁니다. 가령 약국 간 데이터를 통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조제, 환자들의 복용, 복용 후 효과 등이 데이터로 남게 됩니다. 또 약국 간 재고 현황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겠죠. 이러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시민들이 약을 적절하게 복용할 수 있게 해,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체가 되는 것이죠.”

-스마티시티에서 쌓인 헬스케어 데이터는 향후 어떻게 활용되나요?

“헬스케어 데이터는 매우 중요한 개인정보입니다. 철저히 보호돼야 하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헬스케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경로를 아예 막아 놨어요. 심지어 비식별데이터 조차도요. 헬스케어 데이터를 바라볼 때 우리는 2가지 상충된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유출로 인한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 마음. 다른 하나는 데이터가 많이 축적됐을 때 가질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누리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이런 두 가지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블록체인’이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우리에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개념으로 익숙한데요.

“블록체인 기술을 헬스케어 데이터에 접목할 때는 ‘비식별화’가 핵심입니다.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비식별화 과정을 거치면 데이터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이죠. 또 이 데이터의 경우 사용내역이 분산돼 저장되기 때문에 투명하게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특정 누군가가 데이터를 조작했다면 그 과정이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명하게 관리된 데이터를 공유해 서로 간에 이익을 얻게 되면, 이런 이익 역시 공유할 수 있어요. 이를 가상화폐인 ‘코인’ 형태로 받을 수도 있어 기본소득의 역할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스마트시티에서는 규제로 묶인 헬스케어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건가요?

“규제를 한 번에 푸는 것은 위험하니, 일단 스마트시티를 통해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이죠. 실제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보니 정말 악용되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스마티시티를 통해 일단 2년 정도 관련 사업을 진행해 볼 수 있고, 2년을 더 연장할 수도 있어요. 여기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법 개정 작업도 이뤄지겠죠.

스마트시티 시민 2만5000명에 대한 헬스케어 데이터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스마트시티에서 우선 여러 시도들을 해 보고 시행착오를 먼저 경험한 뒤, 시민들의 헬스케어 데이터를 보호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전략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스마트시티에서 병원과 약국을 구상하며 보건 의료인과 따로 접촉했나요?

“아직까지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계신 측면도 있어요. 기존 약사와 의사가 전문성 테두리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지만 변화의 흐름은 감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약국이 국민건강을 관리하는 최전선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스마트시티에서 약국과 협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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