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혁 교수 "폐경 전 유방암 환자에게 쓰기엔 아직 무리"

손주혁 교수

“지난 50년동안 4기 유방암 치료는 호르몬 치료를 기본으로 해 왔다. 그러나 CDK4/6 억제제인 버제니오, 입랜스, 키스칼리가 나오면서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 3가지 약제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부작용과 효과 면에서 매우 좋은 약이다.”

손주혁 신촌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5일 한국릴리 본사에서 열린 버제니오 미디어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이날 미디어세션에서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CDK4/6(사이클린 의존성 인산화요소) 억제제 계열인 한국릴리의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 한국화이자제약의 입랜스(팔보시클립) 등은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노바티스의 키스칼리(리보시클립스)까지 모두 호르몬 치료제와 병행했을 경우 좋은 치료효과를 낸다고 했다.

손 교수는 “CDK4/6 억제제는 세포 주기(cycle)을 조절하는 효소에 특이적으로 붙어 암세포의 분열을 막는 치료제로, 기존 화학요법에 비해 탈모 등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며 “설사와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편이지만 통제 가능한 범위”라고 했다.

또 3가지 약제를 직접 비교한 무작위 직접 비교임상(Head to head)은 없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 같지 않아 단순 비교하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버제니오가 휴약 기간 없이 매일 투여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버제니오는 하루에 두 번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입랜스보다) 투약하기는 더 불편하다”며 “현재 진행 된 임상이 모두 하위 그룹을 중심으로 이뤄진 임상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어떤 약이 더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릴리에서 버제니오는 혈액뇌장벽(BBB)를 잘 통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로 단순히 버제니오만 단정적으로 BBB를 잘 통과할 수 있다고 할 순 없다”고 했다.

(시계방향)릴리의 버제니오, 노바티스의 키스칼리, 화이자의 입랜스 

항암제에서 최종 치료 목표인 전체생존기간(OS)에 대해서는 3가지 약제 모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릴리 측은 올해 유럽 암학회(ESMO)에서 버제니오의 OS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버제니오에 앞서 입랜스에선 이미 OS 데이터가 발표됐다. 하지만 통계학적으로 P value가 유의하게 나오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최종 데이터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3가지 약제 모드 OS 데이터 측면에서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편, 국내는 미국·유럽과 달리 폐경 전 유방암 유병 인구가 높아 이에 대한 연구자 주도 임상이 진행돼 지난달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또 노바티스의 키스칼리 역시 폐경 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번에 ASCO에서 발표된 약물은 입랜스로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에서 연구자 주도로 진행된 임상이었다. 이번에 진행된 임상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국내 14곳 의료기관에서 등록한 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난소기능억제제, 호르몬억제제와 함께 CDK 4/6 억제제 계열 팔모시클립(입랜스)을 병용 투여하는 방식이다. 연구에서는 표준치료법인 항암화학요법(카페시타빈)이 비교 대상으로 쓰였다. 임상 결과, 새 치료법의 유방암 무진행생존기간은 20.1개월로 기존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기존 항암화학요법만 치료받은 환자들의 경우 14.4개월로 CDK4/6 억제제 병용요법과 비교해 5.7개월 짧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에 주도한 임상에 대해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폐경 전 유방암 환자에 대해서 이번 연구자주도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CDK4/6 약제를 쓸 수 있으면 좋지만 실제로 이번 임상을 토대로 식약처 승인을 받을 수는 없는 구조”라며 "현실적으로 폐경 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CDK4/6 억제제를 쓰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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