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협상용 압박 카드' 평가 속 현지 생산 강화 기조 뚜렷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부터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다만, 세부 부과계획이 공개되지 않아 실제 시행 여부와 시점, 관세율, 적용 범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혜국(MFN) 약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라는 분석과 미국 내 생산 투자를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교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브랜드·특허 의약품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적용은 10월 1일부터인데, 미국 내 생산시설을 건설 중인 기업에는 면제하겠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유예기간 없이 10월부터 바로 시행할지, 최대 관세율 100%가 고정인지 단계적 상한인지, 유럽·일본 등 기존 무역협정 체결국에 15% 수준의 차등 관세를 적용할지, 한국이 사실상 최혜국 대우 15% 적용 대상에 포함될지 등등 모두 불명확하다.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관세 대상에서 바이오시밀러·제네릭이 제외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브랜디드제네릭·개량신약 등은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선 이후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내세운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잇따르고 있었다.

글로벌 제약사 미국 투자 내용
글로벌 제약사 미국 투자 내용

지금까지 빅파마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일라이 릴리는 270억 달러 규모로 4곳의 초대형 메가사이트 건설을 예고하며 원료의약품과 주사제 중심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MSD는 항암제 키트루다 생산을 위한 10억 달러 규모의 델라웨어 신규 공장을 착공했고, 노스캐롤라이나 HPV 백신 공장에 이은 투자 확대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향후 5년간 230억 달러를 투입해 10개 생산시설 신·증설, 방사성의약품·siRNA 라인 구축 등을 추진하고 애브비는 10년간 100억 달러를 들여 원료·제형·펩타이드·디바이스 생산시설을 확장할 예정이다. 로슈는 노스캐롤라이나 홀리 스프링스에서 7억 달러 규모의 비만치료제 완제 거점을 시작으로 미국 투자 계획을 본격화했다. 

길리어드는 추가 110억 달러 투자로 신규 최첨단 시설 3곳과 기존 거점 업그레이드를 병행하고, 사노피는 2030년까지 최소 2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내 생산·R&D를 확대할 계획이다. 존슨앤드존슨은 4년간 550억 달러 투자로 3개 신규 제조시설 신설과 전방위 확장을 예고했다. 다만 다수 CEO는 관세보다 감세·인센티브가 미국 제조 유치에 더 효과적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관세 정책에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미국 투자 현황
국내 기업 미국 투자 현황

국내 기업들도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북미 공급망 내재화를 위해 현지 거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 브랜치버그의 바이오의약품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초기 운영비를 포함해 총 7000억원 투자에 이어, 유휴 부지 증설로 최소 7000억 원 이상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BMS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해 북미 생산 기반을 확보했고 차바이오텍의 미국 자회사 마티카 바이오는 텍사스 CGT 공장을 가동하며 2년 내 2000리터급 증설을 계획했다. GC(녹십자홀딩스) 자회사 메이드 사이언티픽은 뉴저지에 신규 GMP 제조 시설 및 본사를 개소했다. SK팜테코는 미국 CBM 경영권을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이번 발표가 글로벌 빅파마와 MFN 약가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고 보면서도 미국 내 생산 강화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 임원은 "관세가 높으면 의약품 가격을 낮출 수가 없기 때문에 자국민에게 결코 유리한게 아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결국 미국 내 투자, 미국 내 생산 강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본사와 계속 회의를 하면서 관련 내용을 팔로우업(follow up)하고 있다. 디테일한 내용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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