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16일 '세계바이오써밋 2025' 단독 부대 행사 개최
호주·싱가포르·한국 군까지 적용된 루닛 AI…맞춤형 학습 전략

서범석 루닛 대표 / 사진=루닛

암은 조기 발견이 생존율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그러나 전문 인력 부족과 판독 지연이 빈번한 공공의료 현장에서는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치기 쉽다. 루닛(대표 서범석)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인공지능(AI)으로 보완하며 공공의료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16일 루닛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차 APEC 보건과 경제 고위급 회의' 및 연계행사인 '세계바이오써밋 2025(World Bio Summit 2025, 이하 WBS 2025)'의 단독 부대행사로 ‘AI 기반 암 진단과 정밀의료’를 주제로 한 세션을 개최했다. 

서범석 대표는 세션의 기조연설을 통해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통한 혁신 촉진 △국가 단위 보건 프로그램의 실제 적용 사례 △현지 맞춤형 개발 전략 및 연구 성과 등을 통해 입증된 신뢰성과 글로벌 확장성을 언급하며, 글로벌 의료 혁신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AI, 국가별 공공의료 활용법

그가 제시한 전략은 루닛이 실제 공공의료 현장에서 구축한 다양한 AI 적용 사례와 맞닿아 있다.

루닛은 호주와 싱가포르, 한국 군 병원, WHO 결핵 프로그램, 페루 공공의료 프로젝트 등에서 AI 기반 진단 솔루션을 적용하며 조기 진단의 효과와 공공의료의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

조경식 루닛 일본 GM은 "호주는 세계 최초로 공공 유방암 검진에 AI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두 명의 전문의가 판독하고 불일치 시 세 번째 판독까지 거쳐야 했지만, AI를 두 번째 판독자로 투입하자 판독 지연이 줄었고 암 발견율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싱가포르에서는 흉부 X-ray 공공 클러스터에 AI를 적용해 1차 판독을 AI가 수행하고, 전문의는 이상이 표시된 케이스에 집중하면서 환자 대기시간과 진단 효율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군에서도 AI는 전문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있다. 조 매니저는 "군 병원에서 집단 발병 위험이 있는 폐렴이나 결핵을 조기에 찾아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WHO 역시 결핵 검진에 AI 활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루닛은 페루 정부와 협력해 ODA 기반 공공 검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국가 단위 검진 사업에서 AI가 조기 암 발견률을 높이고 불필요한 재검을 줄여 공공의료 효율성을 개선한 점을 강조하며 "AI는 이미 필수이며, 공공의료 참여와 검증이 있어야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를 쓰는 진료가 결국 AI를 쓰지 않는 진료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성과는 앞으로 APEC 회원국들의 보건 정책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전망이다.

의료 환경 차이 극복할 맞춤형 모델 전략

그러나 각국의 의료 환경 차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김태수 루닛 AI팀 리더는 "AI는 모든 병원에서 똑같이 작동하지 않는다. 장비, 프로토콜, 데이터 분포에 따라 성능 차이가 발생한다"며 기존 빅데이터 전략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의 경우 방사선량 기준이 미국보다 최대 여섯 배 높아 같은 질환이라도 영상 품질이 달라지고, 이 때문에 AI가 내놓는 결과도 달라진다.

김 리더는 해법으로 맞춤형 학습을 제시했다. "적은 양의 로컬 데이터로도 특정 병원 환경에 맞게 모델을 학습시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작정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병원과 지역의 상황에 맞게 AI를 훈련시켜야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리더는 또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활용의 '피라미드 모델'을 소개하며 "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 맥락이 주어질 때 정보가 된다"며 "정보가 통찰과 경험을 만나면 비로소 지혜가 된다. 이것이 우리가 AI를 개발할 때 적용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이런 전략을 토대로 실제 현장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 여러 종류의 의료 데이터를 결합하는 연구, 수술 보조 시스템 개발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 대형 병원 데이터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개발도상국, 군 병원, 농촌 의료기관의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

 

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 임상에도 적용 가능

서 대표는 치료 영역 확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병리 데이터 분석을 통해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ADC 신약 임상시험에 협력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임상에서 검증되고 있으며, 2~3년 내 실제 진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FDA와 유럽 EMA가 인공지능·머신러닝 기반 소프트웨어 검증 가이드라인을 잇달아 내놓는 상황에서 루닛의 경험은 향후 국제 표준 논의에도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범석 대표는 "루닛은 의료AI를 통해 공공 가치를 창출하고, 암 정복과 보건 형평성 실현이라는 인류적 과제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WBS 2025는 WHO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 정부 최대 보건행사로, 올해는 APEC 보건과 경제 고위급 회의와 연계돼 규모와 위상이 더욱 확대됐다. 이번 행사에는 필리프 뒤네통 Unitaid 사무총장,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각국 보건부 장관과 주한 대사, 국제기구 및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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