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구조 바꾸거나 기술 경쟁력/특화된 품목 생산하며 공략
정부 정책에 입지 축소… 시장 진입 늦고 약가 유지 까다로워
국내 제약업계에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의약품 수탁생산 · 계약생산대행) 사업이 예전처럼 활발해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편된 제네릭 약가제도와 품질 제고 명목의 식약처 방안이 CMO 생산을 억제하려는 정책에 가깝다는 게 제약업계 지적인 까닭이다.

더구나 제네릭에 대한 정부의 허가·약가 규제가 강화돼 자체 기술력과 설비 투자가 대형제약사보다 부족한 중소제약사들에게는 어려운 영업환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CMO는 생산시설 건설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제품을 확보하도록 생산을 대행해주는 업체를 뜻한다.
유사한 개념의 OEM·ODM 사업도 있지만 CMO와 다르다. OEM(Original Euqipment Manufacturing, 위탁자 상표 부착 생산)은 개발, 기술, 특허 등은 위탁자가 모두 가지고 있고 생산만 수탁 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식이다.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수탁자 개발 생산)은 수탁자가 자체 기술을 활용, 제품을 개발/생산한다.
CMO 주력하던 콜마파마도 걱정… 위수탁 사업 활성화 "알 수 없어"
지난 7월부터 시행돼 온 '계단식 약가제도'로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약가의 53.55%를 받기 위해서는 ▲직접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수행 ▲DMF(원료의약품 등록 사용) 요건이 모두 충족하고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하의 제네릭이 등재돼야 한다.
게다가 최근 식약처가 발표한 '국산 제네릭 품질 제고' 방안에 따르면 위탁 제네릭은 우판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허가기간은 지연되는 데다 낮은 약가를 받는 리스크까지 얻게 됐다.
정부가 위수탁을 억제하고 자체 개발을 강요하려는 의도라는 게 제약업계 불만이다. 특히 자체 개발 위주의 상위제약사에 미칠 영향은 적지만, 피해를 입는 건 중소제약사와 CMO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CMO 사업 전문 제약사인 콜마파마는 지난 5월 분기보고서를 통해 "현 정부 제도는 CMO 사업을 하는 제약사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예전처럼 활발한 CMO(위수탁) 생산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종의 허들이 생긴 데 대해 CMO 사업 주력사들은 '살 길 찾기'에 나선 분위기다. 유망 벤처 투자 등 사업다각화를 꾀하거나 동종업계가 인정할 기술 경쟁력을 갖춰 자사만의 CMO 사업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매출의 20% 이상이 CMO 사업이었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며 유망 벤처 투자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제약사는 ▲동구바이오제약(30%대) ▲메디포럼제약 (33%) ▲알리코제약(25%대) 등이 꼽힌다.
아울러 CMO 사업 전문인 ▲한국콜마 · 콜마파마를 비롯해 매출 20~30% 안팎의 CMO 사업으로 자사만의 특화된 제품 포트폴리오와 제제기술력을 기반해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하는 곳은 ▲서흥(38%) ▲지엘파마(30%대) ▲위더스제약(21%) ▲한국파마(20%) 등이 있다.
동구·메디포럼제약·알리코 "제네릭사? 우린 R&D 기회, 성장 동력 찾아 도전"
동구바이오제약은 'CGO(Chief Growth Officer, 글로벌 성장 대표)' 체제를 마련,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등 신사업에 나선다. 총 5곳의 벤처기업에 전략적 투자자가 된 동구바이오제약은 개방형 협력(오픈 콜라보레이션)을 구축, 시너지를 찾고 있다.
투자 수익과 함께 공동 연구개발(R&D), 제품 개발, 사업제휴 등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벤처가 성장, 기업공개(IPO, 상장)를 계획하면 추가 자본 이익도 볼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향남 제약공단 내 회사의 공장 증축 및 시설 증설, 설비 고도화 등을 진행해 제형별로 기존 대비 1.5~2배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자사생동 등 자사제조 품목을 확대해 약가인하 정책에도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씨트리에서 상호를 변경한 메디포럼제약은 CMO가 중심이던 비즈니스 구조에 CSO 방식을 도입했다. 이로써 매출은 직전년도 대비 77%나 성장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 6월에는 싱가포르 타우알엑스(TauRx)사와 알츠하이머 치료제 'LMTX'에 대한 국내 판권, 제조권, 지적재산권을 인수했다.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이스라엘 슈퍼트랜스메티컬 사의 다중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신약 개발에 투자, 아시아 독점 제조권 및 판매권을 보장받았다.
이밖에도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아픽사반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등 메디포럼제약은 제네릭 제조사에서 R&D 전문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알리코제약은 올해를 특화사업 시작의 원년으로 삼았다. 지난해 하반기 ▲약물전달기술을 보유한 벤처 ▲세포유전자치료제 전문 CDMO에 투자한 후 지난 6월 ▲의료기기 벤처 리브스메드에 창사 이래 최대 규모(금액 대외비)로 전략적 투자를 했다.
CSO 사업으로도 안정적 매출 성장을 이루는 알리코제약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근간으로 성장 원동력을 특화, 새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제형 · 제품군… CMO 특화 경쟁력 갖춘 중소사는 살아남는다
특화된 제제기술력과 생산설비 또는 강한 시장지배력으로 CMO 사업 기조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중소제약사도 있다.
서흥은 캡슐 제형 의약품 전문 제조·판매 제약사로 전공정 수탁 등을 하고 있다. 캡슐 의약품에 대한 수요는 고정적, 안정돼 있다는 게 회사 설명. 국내 하드캡슐 제조시장에서는 서흥이 95% 이상의 시장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캡슐 제형 제조에 있어도 국내 30% 이상 점유한다.
지난 2018년 제형설계 전문기업 지엘팜텍에 인수된 지엘파마는 성호르몬제 생산설비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보강해 수입에 의존하던 피임제 등 성호르몬제 CMO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엘팜텍은 제제기술과 마케팅 능력, 규제 대응 능력을 지엘파마에 전수했다. 이로써 지엘파마는 호르몬제 특화시설, 소량 다품목 생산 체제 시너지로 CMO·ODM 사업 기반을 닦고 있다.
최근 IPO(기업공개)를 추진한 위더스제약은 텔미사르탄제제 및 칸단테플러스 제제에, 한국파마는 정신신경계 제제(CNS) 제품군 생산 기술로 CMO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