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에 해학 담은 약사들… 만화 · 안내문, SNS서 화제
"허탕 친 시민 · 전국 약국 · 자영업자 힘든 만큼 웃음 잃지 말자"

"마스크 없어요, 다 팔렸어요. 마스, 마...."

온종일 전화와 방문을 통한 소비자 문의에 응대하느라 약사들은 오늘(28일)도 조제·투약 업무에 적잖은 차질을 빚었다.

언론을 통해 정부 발표를 접한 국민들이 '공적 마스크가 있느냐'고 묻고 또 묻는 통에 약사들은 앵무새가 됐다. "마스크 없어요." "없어요."

서다빈 약사가 그린 웹툰
'마스크없무새' (사진제공=서다빈 약사)

피할 수 없으면 즐기게 되는 것일까. '마스크 대란 현장'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한 컷 만화와 사진이 마스크 대신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유통됐다. 

"마스크 다 팔렸다… 우린 마스크 없(앵)무새"

경기도 고양시 약국에 근무하는 서다빈 약사는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저의 하루 요약입니다"라는 짧은 글과 함께 약사 가운을 입은 앵무새 웹툰을 올렸다.

서 약사는 "마스크 다 팔려서 몇 시간째 오는 사람들에게 같은 말 계속했다. 복약지도보다 더 많이 했다"며 "하루빨리 상황이 좋아져 이 생물(마스크 없무새)이 멸종하는 날이 오길…"이라고 기원했다.

서 약사가 직접 그린 웹툰에는 "마스크 없어요" "마스크 다 팔렸어요"라는 말을 외치는 앵무새가 있었다. 학명은 'Coronattamuns Mask Defalithacus(코로나타문스 마스크 다팔리따쿠스)', 별명은 '마스크없무새'라는 내용.

이 웹툰은 약사사회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돌고돌며 화제가 됐다. 서 약사는 "취미생활로 만화를 그린 지 3개월 됐다. 4컷 짜리 만화를 올리고 있다. 약국 생활은 물론 개인적 경험, 연애 이야기 등 다양하게 그리고 있다"며 "일상의 낙으로 소재가 떠오를 때마다 그렸을 뿐인데 (화제가 돼) 기쁘다. 하지만 안쓰럽다. 조금이라도 웃고 이번 사태를 다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스크 대란에 대해 묻자 그는 진지모드로 전환했다. "좋지않은 상황에 가격은 오르고 소비자 불만만 커진다. 섣부른 발표로 약국과 소비자들에게 가장 힘든 한 주가 됐다. 면 마스크라도 쓰시고 활동하길 부탁한다"고 했다.

오해도 풀고 싶어했다. 그는 "약사들이 자기 쓰려고 안 파는 게 아니고, 약사들도 아껴쓰는 상황이다. 매점매석과 폭리를 취하는 자는 엄벌에 처했으면 좋겠다"며 "정상 영업을 하는 약사들도 매도돼 반감을 사고 있다. 공적마스크가 원활히 공급돼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하루 80~100장은 너무 적다. 5분도 못 버틴다"고 말했다.

"없어요로 도배된 약국 문, 옆 가게 주인도 웃고 가"… "몸에 안내문 붙인 약사도"

이상록 약사가 근무하는 약국의 안내문
(사진제공=이상록 약사)

경상남도 양산시 한 약국에는 25일 "마스크 없음!! 에탄올 없음!!! 체온계 없음!!! 진짜 없어요!!!!", "마스크 없음!! 에탄올 없음!!! 완전 품절!! 입고 날짜 미정!!", "손소독제 없음!!!! 지금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그 모든 것들이 없습니다!!!!"라는 안내문 4장이 나 붙었다. 

느낌표와 빨간 글자여서 흡사 '경고문'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약국에 근무하는 이상록 약사는 "더 이상 없무새(전국 약사 사이에서 '마스크 없습니다만...외치는 앵무새' 신조어)를 피하기 위해 만들었다. 진짜 없다"는 내용의 SNS(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이 약사가 올린 글과 사진 또한 약사 채팅방에서 공유가 돼 호응을 얻었다.

(해당 내용=https://www.instagram.com/p/B9Djod9nxZH/?igshid=loaxva908q1p)

이 약사는 27일 SNS에서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 마스크가 없는 약국들, 손님이 떨어진 점주들, 모두가 날카롭고 힘든 시기"라며 "답답한 마음에 약국 앞에 붙여보았던 안내 전단지가 최근 지친 전국 약사들의 여러 단체 (채팅)방에 돌면서 많은 분들이 즐거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인천시 강근형 연수구약사회장의
약국 근무약사가 A4 용지 안내문을
붙힌 채 약국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강근형 약사)

이 약사는 "마스크를 사러 왔다가 허탕친 시민들도 짜증 대신 많이들 웃고 사진도 찍어 갔다"며 "손님 떨어져 힘든 옆 상가들 점주님들도 구경 와서 사진을 찍고 웃고 갔다"고 했다.

그는 "날카로운 모두를 잠깐이라도 부드럽게 만들어 준 그 흔한 키워드. #웃음. 힘든 때일수록 모두가 웃음을 잃지 않길. 힘냅시다"고 격려했다.

약사가 스스로 '안내문'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인천시 연수구약사회장을 맡고 있는 강근형 약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삶의 현장의 모습이 이렇다"며 약국 근무약사가 '현재 KF94황사마스크 품절입니다. (입고예정 미정)'의 A4 용지 안내문을 붙인 모습의 사진을 올렸다.

강 약사는 "약국 밖에 안내문을 몇 장 붙여놔도 소비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와 물어본다. 요며칠 약국 업무가 마비됐다"며 "마스크 있나요, 마스크 파나요 물어보니 아예 몸에 붙여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 약사는 "공적 마스크의 판매 좋지만, 현장 수급이 원활했으면 좋겠다. 환자들이 사재기하게끔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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