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보건의료인으로서 공적 판매에 나서기는 하는데…
번호표 · 판매대장 · POS 등 약국 별로 아이디어 속출
일부 소비자 사재기도 문제…관건은 절대 물량 늘려야

전국 2만3000여 약국이 '공적 마스크'를 판매, 공급한 지 사흘째가 됐지만 마스크 대란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수백 통의 문의전화와 함께 "왜 없느냐"는 항의와 실랑이에 시달렸다.

약국을 열기 전부터 시민들은 줄을 서 기다렸고 공적 마스크는 10분도 되지 않아 모두 팔렸다. 약국별로 적게는 50장부터, 많게는 150장씩 마스크가 공급되는 '불균형'도 여전했다. 

지난달 29일 공적마스크 품절 관련 안내문을
게재한 약국. (사진제공=서울시 참약사약국, 김병주약사)

기다리는 시민들의 혼란을 줄이기위해 약국은 임시방편으로 번호표, 판매시간을 정해 돌려보내거나 그대로 줄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그마저 소량 공급에 불과한 만큼 마스크 구입에 실패한 시민들은 "숨긴 것 내놔라, 거짓말 하는 약국이다, 망해라" 등 빈정거리거나 저주를 퍼부으며 항의했고, 약사들은 피로와 자괴감에 시달렸다.

"공급량 태부족… 판매 포기하고 싶지만, 공적 역할· 보건의료인으로서 참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일 전국 약국, 농협,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 약 587만7000개의 공적 마스크가 출하됐는데 약국에 236만7000개가 나갔다. 

약사회는 이를 약국 당 80~100장씩 배분, 지오영과 백제약품을 통해 공급하겠다고 안내했었지만, 현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10분도 안 돼 동이 나고, 약국 업무는 마비되다시피 한다. 

부산 사하구 A 약국장은 "오늘 마스크 대란이었다. 오전부터 기다리는 손님들로 줄이 길었다"며 "오후 3시반이 되어서야 마스크가 왔는데 구매를 못 한 손님은 고함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하고 갔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B 약국장도 "오늘 오후 마스크 50장을 받았다. 급히 판매대장 양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연락처와 이름 정도만 적어가게 해, 동일인이 중복 구매를 하지 않게 관리했다"고 했다.

이 처럼 약국 자체적으로 '판매대장'을 만들어 물량을 관리하거나 2매 내외로 판매 매수를 제한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소량이나마 사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국 약국들은 '공적 마스크' 공급에 대한 부담과 고통을 호소하면서 보건의료인으로서 약사의 역할과 사명으로 "버티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도약사회 임원 약사는 "(공적 마스크로) 약국은 이익보는 게 없다. 오로지 접근성과 역할로 약국이 국민 곁에 있기 때문에 마스크 판매에 참여하고 있다"고 어려운 상황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 시민 사재기 · 되팔기도… 약국, 자체 해결 방안 마련 안간힘. 근본적 해결은 '공급량'"

일부 소비자들은 꼼수를 부려 사재기를 하거나 구입한 마스크를 재판매하는 사례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조직적으로 약국 앞에서 기다리다 배송차량이 오면 마스크를 구매하고 바로 차량을 뒤따라 이동해 구매한다는 것이다.

약국들은 자체 대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마스크 포장에 표시를 하거나 POS를 활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판매 시간을 맞추면 이동하며 구매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도 자신을 '약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공적 마스크 판매에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Drug Utilization Review)를 활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약사회와 지오영, 백제약품의
공적 마스크 수급 원활화 관련 간담회
(사진제공=대한약사회)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약국에서 주민등록번호로 일주일 당 구매 개수를 등록하면 다른 약국에서 사재기를 할 수 없다는 이유다. 유통량을 통제할 수도 있다는 주장.

하지만 심평원은 DUR을 활용한 공적마스크 통제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처방전 간 점검에 한해 진행되는 '의약품' 정보 서비스라 의약외품인 공적마스크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마스크 수급 문제는 공적 판매처에 대한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약국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대한약사회와 지오영, 백제약품은 지난 2일 긴급 간담을 갖고 수급 원활화 방안을 논의했다. 매일 240만 장의 마스크가 공급된다고 해도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라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주 안에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면서 "공적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고 공급방식은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는 답변을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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