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CHECK | 바이오 투자 시장 ⑱
'대세' 떠오른 푸드테크 앞세운 이그니스 348억 조달 '톱픽'
혁신신약 개발 벤처보다 헬스케어 주목도 높은 트렌드 지속

2023년 9월 한 달간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에 11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올해 월별 기준 가장 많은 자금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섹터에 몰렸다.
자금 조달을 마친 곳은 17곳으로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과거 혁신신약 개발업체 중심으로 움직이던 비상장 바이오 투자 시장은 시대 변화에 따른 '뉴노멀(New Normal)' 트렌드가 완전히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단연 헬스케어가 자리하고 있었다.
1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 17곳이 지난달(주금 납입일 기준) 총 1080억원의 자금 조달을 마쳤다. 더불어 8월(17곳)에 이어 올해 기준 가장 많은 업체가 투자 유치 소식을 알렸다.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가 6곳, 나머지(11곳)는 헬스케어 서비스 및 의료기기 업체였다.
지난달 투자 성과를 통해 최악의 조달난을 우려하던 투자 시장 분위기가 완연하게 바뀐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동기와 대비해도 조달 규모나 업체 수가 대폭 증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2022년 9월의 경우 총 5곳의 업체가 790억원을 조달했다. 특히 작년 9월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 상장 문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시리즈 C나 프리 IPO 등 후기 투자가 사라지고, 시리즈 A와 시리즈 B에 집중됐다. 하지만 지난달 이러한 투자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투자 라운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시드 투자부터 프리 IPO 후속 투자까지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지난달 시드 및 기타 투자로 자금을 모은 곳은 7곳, 프리 라운드를 포함한 시리즈 A는 4곳 시리즈 B는 3곳, 시리즈 C 2곳, 프리 IPO 후속에 해당하는 라운드로 1곳이 투자금을 조달했다.
해당 기간 신약 개발업체 5곳은 약 222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이는 헬스케어 섹터에 유입된 자금(약 858억원)의 약 4분의 1에 그친다. 신약 개발업체 5곳을 세부적으로 의료용 대마로 뇌전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네오켄바이오(시리즈 B)가 1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대표적인 암치료 부작용 구강점막염(CRIOM)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토이뮨테라퓨틱스(시리즈 B2, 52억원), 삼성벤처투자의 4번째 투자처인 에임드바이오(시리즈 A, 5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프리 IPO 투자를 마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진행 중인 넥셀은 10억원의 추가 투자를 마무리했다. 작년 마무리한 프리 IPO 라운드보다 신주발행가액을 소폭 증액한 점이 눈길을 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반 신약 개발과 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병행하는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다. 앞서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자생력을 확보한 뒤 신약 연구개발(R&D)까지로 확장하는 사업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모처럼 바이오ㆍ헬스케어 투자 시장에 오버부킹(Overbookingㆍ초과 청약)과 멀티클로징(Multi closingㆍ추가 증액) 소식도 들렸다. 민간 영장류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키프라임리서치는 지난달까지 IMM인베스트먼트, 데일리파트너스, 엑스퀘어드, 유진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100억원의 자금 조달을 한 차례 마무리했다. 이어 2차 납입을 통해 총 목표 조달액인 200억원을 채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투자자들의 러브콜로 조달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해당 기간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업체는 '푸드테크'를 전면에 내세운 이그니스다. 기능성 간편식 브랜드 '랩노쉬'를 운영 중인데, 온ㆍ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장해 가며 지난해 50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그니스의 사업 성격은 유례의 바이오ㆍ헬스케어 업체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섹터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는 점, 푸드테크에 기반한 건강기능식품으로의 확장성 등이 두루 고려되며,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구주 거래까지 포함하면 체외 진단키트 개발업체 큐브바이오의 거래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큐브바이오 측이 밝힌 총 거래액은 620억원, 별도로 회사가 밝힌 지난달 말 기준 1차 투자금(신주 모집) 납입 완료 규모는 320억원이다. 다만 이번 집계에는 주금 납입이 완료돼 등기부등본상에 등기된 내역만 포함시켰다.
2011년 11월 설립된 큐브바이오는 소변 내 존재하는 바이오마커에 대한 분석법을 통해 소변으로 암의 유무를 조기에 발견하는 기술 및 제품을 R&D 중이다. 지난 8월 말 발행한 15회차와 지난 5월 발행한 14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 2건(총 29억3000만원)이 마지막으로 확인 가능한 자금 조달 내역이다. 실제 회사가 밝힌 유입 자금 중 일부인 것으로 확인된다.
'강남언니'를 서비스하는 힐링페이퍼 역시 해당 기간 구주 거래를 진행했다. 별도의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재무적투자자(FI)인 KB인베스트먼트가 30억원어치의 구주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힐링페이퍼는 강남언니의 미용의료 플랫폼 사업을 글로벌 단위로 확장할 계획이다. 마지막 자금 조달 이력은 2022년 말 단행한 시리즈 B였는데, KB인베스트먼트는 시리즈 B 투자 라운드 당시 처음으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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