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CHECK | 바이오 투자 시장 ⑲
펀딩 성공 업체도 대폭 늘며 움츠러든 투자 흐름 반등 기대
시장 주도할 '톱픽' 부재 현상은 여전…"조달 전략 변화 필요"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이 올해 3분기(7~9월) 동안 300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조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조달 규모는 1000억원 이상 늘었다. 자금 조달에 성공한 업체들도 50곳을 넘어섰다.

조달 성과로 놓고 볼 때 올해 상반기 총합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일면 투자심리가 완연하게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 조달 건이 나타나지 않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8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 총 52곳이 올해 3분기(9월 30일 주금 납입 완료 기준) 자금 조달을 마쳤다. 총 자금 조달 규모는 2813억원이다. 2022년 3분기 조달액(1774억원)보다 1039억원(+58.5%) 늘었다. 올해 3분기 자금 조달에 성공한 업체(총 52곳)는 전년 동기 대비(투자액 미공개 건 포함, 19곳)의 3배에 육박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바이오ㆍ헬스케어 투자 시장이 겪던 최악의 투심 악화를 딛고 다시금 해당 섹터로 자금 유입이 이뤄졌다. 역시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한 올해 1분기(15곳, 1112억원)와 2분기(27곳, 2491억원) 조달 업체 수 및 조달 규모와 비교해도 유의미한 격차가 나타난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투자 시장은 작년 2분기부터 본격적인 침체 가도에 들어섰다. 작년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분기별 조달액이 줄어들었다(2022년 1분기 7746억원, 2022년 2분기 5220억원, 2022년 3분기 1774억원).

반면 올해의 경우 작년과는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조달 업체 수와 조달 규모 모두 순증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를 투자 라운드별로 살펴볼 때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 라운드는 시리즈 B였다. 해당 라운드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업체는 8곳, 총 조달액은 1033억원이다. 시리즈 B는 벤처투자 기준 후기 투자의 길목으로 여겨지는 라운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시리즈 B에 이어 많은 자금을 조달한 투자 라운드 순은 시리즈 A(15곳, 649억원), 시리즈 C(4곳, 429억원), 시드 및 기타(19곳, 377억원), 프리IPO(6곳, 324억원) 순이었다.

통상 시리즈 B를 마무리한 바이오ㆍ헬스케어 벤처는 초기 확정한 사업모델(BM)로 사세를 확장(Value upㆍ밸류업)하거나 사업 전환(Pivotingㆍ피보팅)을 선택하는 기로에 선 것으로 해석된다. 새로운 투자자 유치보다 기존 투자자들의 팔로우온(Follow onㆍ후속 투자) 비중이 높다. 더불어 그간 조달 라운드 가운데에서 시리즈 B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게 특징이다.

그런데 올해 3분기에는 시리즈 B 투자 라운드에서 '톱픽(Top-pickㆍ최선호주)'이 나왔다. 주인공은 '푸드테크' 업체로 자리를 잡은 이그니스다. 기능성 간편식 브랜드 '랩노쉬'를 운영 중인데, 푸드테크에 기반한 건강기능식품으로의 확장 가능성뿐만 아니라 온ㆍ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장해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낸 점이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투자 유치 결과를 살펴볼 때 시리즈 B를 마무리한 업체가 분기 톱픽에 올라선 사례는 앞서 이그니스를 제외하면 아이디언스(2022년 12월, 300억원)뿐이다. 아이디언스는 PARP 저해 기전 저분자화합물 '베나다파립'으로 항암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다만 아이디언스는 일동제약그룹의 계열회사다. 해당 투자 라운드를 벤처캐피탈(VC) 및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모회사인 일동홀딩스(250억원)의 전폭적인 팔로우온에 힘입어 마친 것도 눈길을 끈다.

더불어 올해 2분기에 이어 다시금 헬스테크(헬스케어+테크놀로지) 업체가 톱픽을 차지했다. 올해 2분기에는 '캐시워크'를 서비스하는 헬스테크 업체 넛지헬스케어였다. 최근 3년간 톱픽 추이를 살펴보면 자금 조달 최상위는 대부분 바이오의약품 기반 신약 개발 벤처들이 차지해 왔다. 자금 조달 시장의 주류로 신약 개발 업체들이 자리했다는 뜻인데, 이같은 흐름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결과로 분석된다.

톱픽 추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의 경우 1분기 지아이이노베이션(1603억원), 2분기는 루닛(720억원), 3분기 휴온스바이오파마(1544억원), 4분기 세레신(475억원)이었다. 2022년 톱픽(이하 분기 순)은 각각 아리바이오(1345억원), 아밀로이드솔루션(407억원), 케어링(300억원), 아이디언스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3분기에도 2020년 이후 줄곧 목격됐던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 조달 건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올해를 통틀어 이같은 빅딜이 사라진 점은 바이오ㆍ헬스케어 벤처 투자 시장의 문을 두드리려는 업체들의 자금 조달 및 사업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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