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경험자 일상과 사회복귀 위해 암 인식 개선 하고 싶다

암? 난, 너에게 절대 주눅들지 않아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고 널리 전파하는 암 환자 커뮤니티가 있다. 바로 '캔서테이너'다. 캔서테이너란 '암(Cancer)'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쳐 만든 용어다. 본인의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캔서테이너. 히트뉴스는 가지각색의 캔서테이너를 만난다. 편집자
① 사회적 기업 '박피디와 황배우'를 이끄는 박지연-황서윤 대표
2016년 뮤지컬 배우 황서윤(박피디와 황배우 공동대표)씨에게 행운과 불행이 같이 찾아왔다. 세계적인 감독 박찬욱 감독이 이끄는 영화 '아가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행복함도 잠시, 가슴에 혹 하나가 만졌다. 어떤 예고도 없이 암 환자가 돼 버렸다. 분노가 치밀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지인들의 위로는 별도움이 되지 못했고, 불특정 다수의 연민과 동정이 불편했다. '그래, 이래저래 뒷말을 듣느니, 차리리 내가 공개를 하자'라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암밍아웃'을 했다.
"분노의 감정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어요. 암을 진단받자 마자 모든 일을 그만뒀거든요. 그러니 같이 일하던 업계 분들과 동료 사이에 제 소식이 전해지고, 잘 알지도 못 하는 분이 건네는 위로와 연민 중간 사이의 말들이 편하지 않았어요. 좋은 소식도 아니라, 차라리 제가 직접 전하자 싶었어요. 페이스북 포스트를 통해 박피디(박지연 박피디와 황배우 공동대표)님과 오래전 인연이 다시 시작됐죠."
황배우보다 1년 먼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박지연씨는 황배우가 겪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치료와 식습관 조언부터 수술 동행까지 암 선배(?)로 박피디는 그의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두 대표가 암으로 진단 받던 시기만 하더라도, 암밍아웃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지 않았고, '암=죽음'이라는 인식이 꽤 뿌리깊이 자리잡아 있었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하던 그들은 암 경험자와 보호자들이 유쾌한 암 이후의 삶을 꿈꿀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시작은 자신들의 소소한 수다를 팟캐스트로 암 경험자와 공유하는 것이었다. 2018년 5월 두 대표는 환자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유쾌한 기운을 선물하려 팟캐스트 '내가 암이라니'를 시작했다. 박피디는 당시 팟캐스트를 시작을 이렇게 회상했다.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에 암환자 200~3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해 암 경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을 한다면, 어떤 내용이 담겼으면 좋을지 알아봤어요. 대부분의 답변이 올바른 정보와 함께 밝고, 즐겁고, 유쾌한 방송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우리 둘도 그리 진지한 성향은 아니거든요(웃음). 대학병원 의료진의 자문을 토대로 정보를 전달하되, 노래 등으로 유쾌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2018년 5월 시작해 1년 동안 매주 업로드 해 약 60회의 방송을 완성했어요. 팟캐스트를 하다보니, 좀더 체계적인 조직을 만들어 암 경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영상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야 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직접 암을 겪어보니, 암에 대한 인식개선부터, 치료 이후 일상과 사회 복귀까지. 사회 전반에 암에 대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선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했다. 2019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사회적기업으로서 첫 발을 내 딛게 됐다. 박피디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암 경험자의 사회적 자립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출범한 뒤, 암 경험자를 위한 토크콘서트, 건강운동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캔서테이너(Cancertainer)들을 관리(manage)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 3년 차에 접어들어 해야 할 일이 더 많지만, 향후 암 경험자들이 우리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성장해, 암 경험자 고용 환경 저변을 넓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박피디와 황배우는 '문화'를 매개로 암 경험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대한암협회와 암 경험자 주간캠페인 '다시 푸르른 나의 일상으로'를 기획하고 공동 운영했다. 이 외에도 전국에 13개 센터로 운영중인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다양한 토크콘서트 및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전문위원으로 시작할 당시 두 대표는 실제 암 경험자를 고려하지 않은 행사가 좀더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의료진, 환자, 보호자를 잇는 역할을 맡은 황배우는 세부적인 환자들의 쌍방향이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들과 의료진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어요. 되도록 쌍방향이 소통이 되도록 하되, 세부주제를 통해 암 경험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젊은 암 경험자, 암 환자 보호자들이 겪는 문제가 모두 다르거든요. 세부주제로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병원, 제약회사, 환자,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모두 간극이 존재할 수 밖에 없어요. 정말 환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를 수 있고, 환자들 역시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나 시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박피디 역시 앞으로 보다 세분화된 토크콘서트를 열어 암 경험자들이 자신의 병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향후 암종 별로 토크콘서트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암 경험자가 똑똑해야 치료 이후의 삶이 좋아질 수 있어요.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하고,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합니다. 암 경험자 중에 치료가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은데, 사실 그 때부터 시작이에요. 이건 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에요."
암 진단을 받으면 치료가 최우선이니, 보통 암 치료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암 치료 이후 일상복귀, 더 나아가 사회복귀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두 대표는 강조한다. 암 치료 이후 심리적 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방암을 비롯해 세 암종을 경험한 박피디는 자신은 세 개의 암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죽음 앞에 가치있는 삶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저는 세 개의 암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처음 유방암 진단 당시 너무 힘들어 죽음까지 생각했어요. 막상 죽음까지 생각해 보니, 제 삶에서 이제 딛고 올라가는 일 밖에 없더라고요. 하루하루가 가치있게 다가왔어요. 두 번째 암이 찾아왔을 당시 죽음이 제 삶과 정말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 번째 암이 찾아 왔을 때는 정신적으로 흔들렸어요. 이때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었어요. 누구나 암에 걸릴수 있고, 암 진단 이후 자기 삶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박피디와 황배우는 다양한 암 경험자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암 경험자를 주축으로 하는 캔서테이너 매니즈먼트 업무도 보고 있다. 암환자뽀비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조윤주 씨를 비롯해 8명의 캔서테이너와 함께 황배우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젊은 암 경험자를 주축으로 암 경험자 유투버들의 방송과 인터뷰 섭외 업무를 도와드리고 있어요. 토크콘서트 영상 협업도 하고 있죠. 앞으로 다양한 암 경험자 콘텐츠를 만들 때, 유기적으로 진행하고 싶어요."
암 경험자의 일상과 사회복귀를 위해 암 인식 개선을 하고 싶다는 박피디와 황배우는 환자들과 제약회사, 병원을 이을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피디는 무엇보다 암 경험자들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에 주목하고, 황배우는 코로나19 대면 행사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암 경험자들이 치료 이후 겪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서 병원, 제약사에서는 모를 수 밖게 없습니다. 우리가 암 경험자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공유해 병원, 제약사들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우리 기업의 모토인 '암을 넘어 새로운 삶의로의 도약'이라는 말처럼 암 경험자들이 값진 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암 환자분들이 진단 이후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암 환자들이 즐길만한 문화적 행사들도 많이 없고요. 코로나19가 잠잠해 지면 암 환자들이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콘서트 등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싶어요. 그곳에선 편하게 가발을 벗을 수도 있고, 소리를 맘껏 지를 수 있는 편한 행사를 기획해 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