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캔서테이너 활동을 하는 것은 요,
환우들이 사회에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움 주고 싶어..."

 암? 난, 너에게 절대 주눅들지 않아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고 널리 전파하는 암 환자 커뮤니티가 있다. 바로 '캔서테이너'다. 캔서테이너란 '암(Cancer)'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쳐 만든 용어다. 본인의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캔서테이너. 히트뉴스는 가지각색의 캔서테이너를 만난다. 편집자

① 사회적 기업 '박피디와 황배우'를 이끄는 박지연-황서윤 대표
②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수빈 씨
③ 유튜브 청년, 어엿한 어른이 되다, 김세형 씨
④ 프리랜서 강사에서 '암환자뽀삐'까지, 조윤주 씨
⑤ 스물 일곱, 평범한 삶을 꿈꾼다, 한윤정 씨
⑥ 행복을 찾기 위해 세상을 탐헌한다, 조연우 씨

⑦ 공감 속에서 희망의 목소리를 전하다, 박미라 씨 

박미라 캔서테이너가 히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미라 캔서테이너가 히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암이라고 했을 때부터 인생은 암흑처럼 느껴졌어요. 이제 달라졌죠. 삶의 태도, 관점 등 모든 부분이 긍정으로 변했고, 무엇이 소중한 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알게 됐어요. 열정을 쏟고 있는 오늘 지금이 너무 소중해요."

박미라 캔서테이너는 2020년 7월 한식당 매니저로 일하던 도중 간암 판정을 받고, 8월 기적적으로 간 절제술을 받아 현재 항암치료의 일환인 면역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그는 미술품 경매회사에 입사해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하며 사회복귀 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박미라 캔서테이너가 근무하는 '서울옥션'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미라 캔서테이너가 근무하는 '서울옥션'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가 일하는 '서울옥션'에서 만난 박미라 캔서테이너의 첫인상은 당당함과 유연함이었다. 

박미라 씨는 '박피디와 황배우(대표 박지연, 황서윤)'에 소속된 캔서테이너다. 이 회사는 '문화'를 매개로 암 경험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대한암협회와 암 경험자 주간캠페인 '다시 푸르른 나의 일상으로'를 기획하고 공동 운영하며, 전국 13개 센터로 운영중인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다양한 토크콘서트 및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직장 생활과 다른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같은 우려에 그는 "저에게 캔서테이너 활동은 힘든 부분보다 힐링 요인이 더 컸어요. 다른 암 환우 분들을 만나보면 그들의 얘기에 공감하게 되고,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힘을 받아요."라고 했다.

박미라 캔서테이너가 음악 콘서트 '암 너머 음악을 노래하다' MC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박미라 캔서테이너가 음악 콘서트 '암 너머 음악을 노래하다' MC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캔서테이너로서 그의 주된 역할은 '진행'과 '패널'이다. 지금까지 전국 암 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토크쇼에 패널로 나서 간암환자로서 얘기를 펼치거나, 암센터가 운영하는 음악회 등 행사의 진행을 맡았다. 최근 광주 전남 암 센터가 주최했던 음악콘서트도 진행했다. 

"토크쇼 패널 참여, 그리고 최근 MC로 활동한 음악콘서트 등 정말 저에게 뜻하지 않은 큰 기회였어요. 제가 암환자로서 경험했던 일들이나, 속내 등을 청취자에게 공개함으로써 그들과 공감 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가능하다면 어떤 행사든 무서울 것 없이 다 참여하고 싶습니다."

박미라 캔서테이너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싱글즈'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 : 싱글즈) 
박미라 캔서테이너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싱글즈'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 : 싱글즈)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싱글지'와 진행한 화보 촬영을 뽑았다. "사실 전 모델이 꿈인 적이 있어요. 한번 암으로 아픔을 겪고 나니까 진짜 해보고 싶은걸 생각으로라도 꿈꾸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걸 말하고, 경험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예순이 넘은 후에도 시니어 모델로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미라 캔서테이너는 과거 대학교에서 뮤지컬 무대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박미라 캔서테이너는 과거 대학교에서 뮤지컬 무대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암을 만나기 전 박미라 씨는 어땠을까. "대학에서 학교 홍보 목적의 뮤지컬 무대 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전공으로는 아니고, 비전공자들끼리 진행한 무대였죠. 근데 학교 안팎에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비전공자들끼리 무대를 기획하고, 창의적으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환호해주셨죠. 이 때, 무대가 주는 희열과 매력을 알았어요."

그는 호주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학원에서 6년간 일했으며, 카메라 렌즈 회사에 소속된 경험도 있다. 과거 한식당 매니저부터 현재 미술 경매회사 종사 경험과 수평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이 업무들이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고, 지금도 계속 발현되고 있다고 했다.

"과거 제 경험들은 일맥상통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영역으로 바뀌어 왔어요. 근데 경험들 사이에서 배운 연기, 노래, 신체적 능력, 사람을 대하는 법 등 모든 것들이 지금 저를 만들어준 요소였어요."

그는 본인이 경험한 모든 것을 연결 짓고, 긍적적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에 와서는 제가 과거 어떤 활동을 했고, 어떤 매체와 인터뷰를 했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진행한 캔서테이너 활동, 인터뷰 등이 제 목소리를 전달해주신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많은 암 환우들의 사회복귀 어려움에 대해서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저도 그랬지만, 항암 치료를 하게되면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져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항암 치료 중 계속해서 사회 복귀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게 되요. 암 환자에 대한 선입견이 남아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용기를 내라고 했다. "다시 발을 내딛어야 뭔가 시작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발을 내딛는 게 두려워 내딛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그 분들이 두려운 생각을 떨칠 수 있도록,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캔서테이너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미라 씨는 히트뉴스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주변에 암 환우 분들이 계시다면, 다른 것보다 한번 안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넌 정말 열심히 살아 왔어', '많이 힘들었지?', '지금도 괜찮아' 이 말 한마디로 그 환우가 현재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변화를 위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