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개설되면 500평 규모, 전국 세 손가락 안 드는 사이즈
지역 약국가는 '아직 건물도 없다, 수익성도 떨어진다' 지적
'임대료를 띄우려는 연막작전 아니냐' 비판적 시각도 존재

거대 약국이 열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잇는 수원 모 택지지구 내 현수막. 사진= 이우진 기자.
거대 약국이 열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잇는 수원 모 택지지구 내 현수막. 사진= 이우진 기자.

수원특례시 택지지구 한 건물 부지에 '창O형 약국' 입점 예정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리자 지역 약국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건물 부지에 현수막이 걸렸지만 용도 문제로 실제 입점은 장담할 수 없다며, 임대료를 올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히트뉴스>가 10일 방문했더니 해당 필지는 공사를 위해 철제 벽이 세워진 상황으로 밖에서 건물 모양은 보이지 않았다. 바깥에서 확인 가능한 것은 공사지원 용도로 쓰이는 컨테이너 몇 개 뿐이었다.

현수막에는 '지상 1층 160평, 지상 2층 340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슬로건과 함께 건물 연면적과 규모가 적혀 있었다. '창O형 약국 오픈예정'이라는 문구를 액면 그대로 해석할 때 창고형 약국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 약국이 실레 지어진다고 가정하면 현재 개설이나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약국 부지 중 서울 용산전자상가내 개설을 예고한 약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시설이 된다.

 

택지지구 상업지 한복판에 거대약국?

지역 약국들 '가성비 떨어진다' 회의론

약사사회를 비롯해 지역 약업계는 이 지역에서 창고형 약국을 차리기에는 산적한 과제가 너무 많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곳 택지지구는 현재 총 5200세대가 넘는 단지 중 일부만 지어진 상황으로 최근에서야 병원과 약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업시설을 입찰받은 곳은 많지만, 그에 비해 상업시설은 더디게 올라오고 있다.

인근 신도시와 인근 지역인 안산시, 화성시와 접근성 등을 감안했을 때 다소 외진 곳인 만큼 실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 이야기도 약국가에서 나온다.

해당 택지지구 내 파란색 원은 현수막 내 적혀져 있는 약국 입점 예정지다. 개인보호 등을 위해 지명 및 건물명 등은 모자이크처리했다.
해당 택지지구 내 파란색 원은 현수막 내 적혀져 있는 약국 입점 예정지다. 개인보호 등을 위해 지명 및 건물명 등은 모자이크처리했다.

현재 창고형 약국이 오픈 예정이라는 이곳 부지의 경우 건물이 아직 지어지지 않아 보건소의 개설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건물이 지어진 후 약국 허가 등을 감안하면 최소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해당 용지는 상업용지다. 약국 개설허가를 받으려면 '제1종 근린생활시설'이어야 한다. 물론 상업용지 내 '근린생활시설' 용도의 건축물을 만들어 약국이 진입할 수는 있다. 이는 약국 개설신청이 들어왔을 때 보건소가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 인근에 입찰을 받은 근린생활시설 용지가 있는데 굳이 상업시설용지를 받아서 금싸라기 1층과 2층에 창고형약국을 넣는 것은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지난 2024년 진행된 용지 입찰 공고 내용. 해당 용지는 상업시설을 위한 용지로 등록돼 있다.
지난 2024년 진행된 용지 입찰 공고 내용. 해당 용지는 상업시설을 위한 용지로 등록돼 있다.

때문에 지역 약국가 일각에서는 '창ㅇ형 약국 현수막'이 지어질 건물의 임대료를 높이기 위한 '연막작전'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이 건물이 위치한 사거리는 택지지구 초입 쪽에 있고 최근 대형 건물이 두 곳 정도 올라왔다. 상업지역으로 적합한 곳이다.

다만 과거 내집마련 열기가 뜨거웠던 상황에서도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말이 나왔었고 실제 초기 청약과정에서 일부 평수 미달이 나왔던 전례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아파트의 건축 속도 대비 상가의 수가 적어 아직까지 거주자들이 차량으로 5~10분 정도 이동하는 인근 신도시에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상가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건물을 올리기 이전 미리 계약 사실을 알려 '붐'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이래서 나온다.

해당 현수막을 '창O형' 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 창고형 약국 관련 내용을 홍보했다가 지역 내에서 문제가 된 사안을 의식하지 않았겠냐는 게 약사사회 관계자의 말이다.
해당 현수막을 '창O형' 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 창고형 약국 관련 내용을 홍보했다가 지역 내에서 문제가 된 사안을 의식하지 않았겠냐는 게 약사사회 관계자의 말이다.

 

장점만큼 과제 여전한 '메디컬 빌딩'

창고형 약국 부동산 띄우기 카드 희생양 우려도

'창고형 약국'이 국민보건증진이냐, 소비자 편익이냐의 문제와 관련, 의견이 갈리는 약업계도 여기저기 생겨나는 '창고형 약국의 붐'이 땅값을 올리기 위한 '카드'로 사용되는 것 같다는 지점에서 공통된 인식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서울과 성남 분당 등에서 시작됐던 메디컬빌딩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2000년 초반 메디컬빌딩이 등장했을 당시 상업시설 내 근린생활시설 용도 및 의료시설 전용 설계, 주차 및 엘레베이터 확충 등 의료시설 이용을 편하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면서 부동산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었고 의료기관 집중 입점 건물이 하나의 '장르화' 됐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불거지는 부작용 중 하나가 과도한 홍보로 인한 건물주 및 병원-약국간 갈등, 메디컬빌딩이라는 분양 콘셉트와 다른 시설 문제로 벌어지는 다툼이다.

창고형 약국도 결국 처음에 등장했던 메디컬빌딩의 목표와 달리 부동산 가치 상승을 위한 카드로 쓰이며 향후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개발붐을 조성하고 개설허가 신청이 없는데도 임대료를 높이기 위해 현수막을 걸거나 홍보를 하다가 보건소 처분을 받은 사례가 최근 몇건 있었다는 약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는 미래 갈등을 암시하는 하나의 방증이기도 하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개설 여부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해당 부지에 창고형 약국이 생기기엔, 주목도는 높아도 수익성이 다소 낮다"며 "최근 전국에서 이런 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일단은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