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희 약사회장 "약사 정체성 훼손...대화와 설득하겠다"

23일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약사회 제공 

'창고형 약국'을 표방한 약국이 최근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서 문을 열면서 연일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0평 규모 약국에서 카트를 끌고 쇼핑을 하듯이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 2500개 이상 품목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약사들의 우려'를 인식한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을 약사의 전문성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시도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23일 전문언론 기자단과 간담에서 "먼저 이름부터 '창고 대방출'이란 의미를 주는 것이 문제"라며 "마치 약국이 가격 유인 행위만 있으면 되는 것처럼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창고형 단순 판매 방식은 약사를 단지 약을 판매하는 사람으로 전락시킨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약사는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건강을 지키는 전문가'다. 약사의 사명과 직업윤리는 약사윤리강령에 규정된 대목"이라고 밝혔다. 실제 약사윤리강령에는 '약사는 국민보건 향상을 위하여 헌신하여야 하며 약업의 공익성을 지켜야 하고, 약업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하여 상호 협조와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권 회장은 "창고형이라는 공산품 판매 방식의 시도는 100년 가까이 보건의료 최일선에서 약료서비스를 제공해온 약사의 직업윤리와 정체성을 훼손한다"라고 비판했다. 

약사의 정체성 훼손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고도 강조했다. 권 회장은 "의약품은 필요한 시기에 적정량이 사용돼야 한다"며 "하지만 가격 경쟁만을 앞세운 의약품 난매는 약사의 역할을 방기하게 만들어 오남용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약사의 전문적인 약물검토와 중재, 복약지도가 제외된 시스템이 초래되며 이는 의약품 오남용, 부작용 발생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민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한다고도 경고했다.  

약사회 집행부는 창고형 약국의 저지를 위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다만 권 회장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대화와 설득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약사회 집행부가 '다이소 저가 건기식 판매 사태'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창고형 약국의 운영자도 약사"라며 "먼저 창고형 약국이 약사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고 약사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점을 최선을 다해 설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창고형 약국이 약사 직능과 국민건강을 훼손하는 시도인 것이 분명하다"라며 "창고형 약국 약사를 대상으로 1차적으로 설득과 종용을 하고 장기적으로 입법 활동과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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