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체 대비 BBB 통과율 유의미하게 높아
대조군 대비 운동 증상 40%이상 개선 확인

에이비엘바이오가 또 한 번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놨다.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신경질환을 겨냥한 이중특이 항체 'ABL301(SAR446159)'의 전임상 연구 결과가 'Nature' 자매지인 'Parkinson’s Disease'에 지난 22일 게재됐다.
논문에는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 혈액-뇌 장벽(BBB), IGF1R 셔틀 같은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치료 물질을 뇌 깊숙이 전달해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덩어리만 골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히트뉴스>가 이번 논문의 핵심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시누클레인병은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DLB), 다계통위축증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들 질환은 모두 뇌에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가 쌓이는 병리적 특징을 공유한다. 이 응집체는 도미노처럼 옆 단백질을 잇달아 끌어들여 또 다른 응집체를 잇따라 만들어낸다.
치료제 개발은 그동안 이 '쓰레기 덩어리(응집체)'를 찾아 제거하는 방향으로 연구돼왔지만, 두 가지 큰 한계가 있어왔다. 정상 단백질을 건드리지 않고 응집체만 골라내기 까다롭다는 점과, 무엇보다 혈뇌장벽(BBB)에 가로막혀 투여한 약물이 뇌에 거의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SAR446159'는 이 두 한계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시도다.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에 딱 들어맞는 열쇠인 '항체'에 혈뇌장벽을 넘어갈 수 있는 입장권인 '그랩바디-B'를 붙인 것이다.
연구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SAR446159는 기존 항체보다 BBB를 훨씬 잘 넘어 뇌와 뇌척수액 속에 도달했다. 둘째, 그렇게 도달한 항체가 실제로 병리와 행동 증상을 줄였다.

세부 데이터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먼저 SAR446159가 어떤 단백질에 얼마나 강하게 붙는지 확인했는데, 정상 단량체에는 거의 결합하지 않고 쓰레기 덩어리(응집체)에는 10만배 이상 강하게 결합했다. 환자 뇌 조직에서도 같은 패턴이 관찰됐다. 파킨슨병 환자의 루이소체와 루이신경돌기, 다계통위축증 환자의 응집체에 뚜렷하게 붙어, 세포 수준을 넘어 사람의 뇌조직에서도 작동함을 보여줬다. 즉 '정상 부위는 거의 안 건드리고, 응집체만 탁 결합한다'라는 선택성이 입증됐다.

BBB 투과성도 입증됐다. 쥐와 원숭이에 항체를 주사한 뒤 뇌와 뇌척수액 농도를 비교한 결과, 뇌로 가는 입장권이 없는 기존 항체 1E4는 뇌 안에서 거의 관찰되지 않았지만, SAR446159는 뇌와 뇌척수액에서 몇 배 높은 농도가 관찰됐다. 더 주목할 점은 혈관 벽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뉴런과 미세아교세포가 있는 뇌 조직 깊숙이 침투했다는 점이다.

장기 실험에서는 실제 치료 효과도 확인됐다. 장기간 실험에서는 응집체(PFF)를 직접 주입해 병리학적 특성을 유도한 뒤, 항체를 6개월간 주 1회 투여했다. 시간이 지나면 보통 도파민 뉴런이 줄고 쥐가 운동을 잘 못하게 되지만, SAR446159를 맞은 그룹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응집체는 40~55% 줄었고, 도파민 뉴런 소실도 절반 가까이 억제됐다. 무엇보다 쥐의 운동 능력이 40% 이상 개선됐다. 즉, 병리 억제뿐 아니라 실제 기능 회복으로 이어진 셈이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동물 모델에서 얻은 결과가 사람에게서도 재현될지는 미지수이며, 최적 용량과 투여 간격, IGF1R 표적화의 장기 안전성, 질환 아형별 차이도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응집체만 정확히 겨냥한다'와 'BBB를 충분히 넘는다'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음을 전임상 수준에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SAR446159는 임상 1상(NCT05756920)에서 건강인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약동·약력학을 평가 중이다. 본격적인 승부는 2상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임상 2상에서는 환자에서 운동 증상 개선이나 바이오마커 변화 같은 임상적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에 SAR446159을 기술이전해 1억2500만달러를 확보했다. 임상 2상 진입 시 추가 기술료를 수령할 예정이며, 이후 임상은 사노피가 단독으로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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