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토대로 인지 수사 가능
"범죄 검거 속도 빨라질 것" 예측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범죄를 향한 수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식약처는 하반기부터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을 증원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범죄 수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 사이에서는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이용해 수사에 착수한다면 의료용 마약류 관련 범죄 검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들린다.
1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3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으로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수사 권한을 확보했다. 5월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통해 특사경 증원의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는 기존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인원들을 대상으로 인사 절차와 교육을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에 5명을 신규 충원해 마약류 전담 수사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원 인력은 프로포폴, 펜타닐, 메틸페니데이트 등 주요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유통·오남용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하반기 충원이 완료되면 식약처 특사경은 기존 24명에서 29명으로 늘어난다.
경찰 관계자는 "특사경은 행정청이 경찰과 같이 수사권을 갖는 것"이라며 "기존의 행정조사를 통한 고발 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쇼핑, 과다 처방 등을 사전에 인지하고 수사를 개시해서 직접 검찰에 송치할 수 있는 권한이 바로 특사경"이라고 밝혔다.

의료용 마약류는 통상 불법 마약류에 비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에서 가해자가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등을 혼합 처방받아 사고를 일으킨 일이 대표적이다.
식약처는 2024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자 433곳을 점검해 188곳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수사나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올해는 펜타닐·메틸페니데이트 투약내역 확인 의무화, 프로포폴 '셀프처방' 금지 등 규제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단속 권한만으로 의료쇼핑 환자나 유통 범죄자를 즉각 수사하기 어려웠다. 경찰들은 마약류 수사 권한 확보로 식약처가 더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 마약전담팀조차 의료용 마약류 과다 처방 기관에서 이뤄지는 범죄를 포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처방 내역을 보기 위해서는 개인 정보가 담긴 진료기록부를 봐야하는데 통상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을 통해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용 마약류 수사 속도가 더딘 이유"라며 "그러나 식약처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의료용 마약류의 원료부터 의료기관 처방까지 쌓인 빅데이터를 토대로 유통 궤적 추적이 가능하다. 인지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데이터를 토대로 자백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검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오유경 식약처장은 2023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올라온 6억5000만개에 이르는 데이터베이스(DB) 분석을 토대로 프로포폴 과다 처방 의료기관 명단과 개인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연예인 A씨가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레미마졸람 등 4종의 의료용 마약류를 181회 투약하고 타인 명의로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매수한 혐의가 드러났다. A씨는 현재 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 불법 판매 문제도 심각하다"며 "단순 과다 처방이 아닌 의료인이 환자에게 직접 의료용 마약류를 판매하는 행위로 최근 심각성이 커지는 범죄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바탕으로 인지 수사를 개시하면 경찰 수사망을 피해온 불법 판매 문제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약류 수사가 조직범죄로 확대될 경우 장기적으로 경찰·검찰과 협업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물론 파견 검사 1명이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찰청 등과 공조수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