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원만한 중재와 리더십...그 날만큼은 큰 '어른'으로 느껴졌다

지난 1월부터 기자는 대한약사회를 출입하기 시작했다. 대한약사회 출입이 처음이기 브리핑에 참석하고 행사를 다닐 때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낯설다. 2015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10년에 접어들었지만 대한약사회 회관에 들어설 때마다 신입 시절 느꼈던 긴장감이 몰려온다. 

대한약사회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대한약사회 대의원 총회'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거대한 스크린, 수백명의 약사, 수많은 주요 인사들에 압도됐다. 호흡이 빨라지면서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한 순간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각 지역의 약사를 대표하는 수백명의 대의원들이 모여 약사 직능의 중요 안건을 결정하고 토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약사들이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구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취임식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권 회장이 최광훈 전 약사회장으로부터 회기를 건네 받는 순간 대의원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회기를 흔들며 '사즉생'의 각오를 외치는 권 회장의 모습 속에서는 열정이 느껴졌다. 

긴장은 설렘으로, 설렘이 곧 편안한 마음으로 바뀌면서 기자의 시선은 '김대업 총회 의장'에 쏠렸다. 김 의장의 축사와 연설 그리고 총회 진행 방식에서 드러난 리더십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연설을 통해 "약국에 약이 없다. 필수의약품들의 품절이 상시적인 일이 됐다"며 "약국에 약이 떨어지면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나, 의약품 품절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약국을 중심으로 경고음이 수없이 울리는데 이를 무시한다면 복지부와 식약처는 물론 어느 정권이 견딜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날 김 의장 바로 옆에는 오유경 식약처장이 앉아 있었다. 오 처장 옆에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자리를 지켰다. 김 회장이 고위 정부 관료 앞에서 정면으로 의약품 품절 사태의 심각성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권 회장과 대의원들은 김의장 지적에 공감했고 이는 의약품 품절 사태 촉구를 위한 결의안 채택으로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의장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총회의 원만한 진행을 이끌었다. 2024년 사업실적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안건 심의에 돌입했을 당시, 대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수차례 이어진 순간에도 김 의장은 리더십을 발휘했다. 

한 대의원이 "동아대학교 앞 한약사 약국을 해결해야 한다", 다른 대의원은 "대한약사회가 70년만에 만든 로고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회의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 의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두 대의원들이 굉장히 일리 있는 지적을 해주셨다"며 상대를 높였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사업실적 보고 안건을 위한 심의가 우선이다. 해당 이슈들은 중요 안건 토의 이후에 기회를 드리겠다. 괜찮으신가"라고  되물었다. 결국 두 대의원은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갔고 대의원들은 총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대의원이 정기총회 책자의 오탈자와 직함의 통일성을 지적한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의원은  "회무 연도 표기가 상당히 잘못됐고, 직함이 통일되지 않았다. 회의 숫자도 틀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분위기가 냉랭해졌지만 김 의장은 "회의록을 굉장히 꼼꼼히 보셨다"고 칭찬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대약 사무처 국장은 앞으로 대의원 총회 회의록을 만들 때 날짜, 고유명사, 오탈자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봐달라.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대의원의 제안을 '합리적인 문제제기'라고 프레임을 전환하면서 중재에 나서 분위기를 풀어냈다.

김 의장이 총회 말미에 대한약사회 임원과 대의원들을 향해 당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대의원 총회가 제 역할을 해야한다"며 "대의원회가 무시받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그냥 넘어가면 된다, 지나가면 그만이다'를 용서하시면 안 된다. 대의원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렇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기자는 결국 다섯 시간에 달하는 총회 내내 김대업 의장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김대업 의장이 원만한 리더십으로 회의를 중재하고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가 발언할 때마다 그의 '30년 약업 역사'가 오롯이 보였다. 그날만큼은 김 의장이 약사 사회의 큰 어른으로 느껴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