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구매하러 약국에 가보니... '높은 가격'에 잠깐 고민

약국에서 쌀을 판다. 그것도 약사들이 제약사가 만든 쌀을 적극 홍보 중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바로 동성제약이 최근 출시한 '당박사쌀' 이야기다.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오늘은 혈당 걱정 없는 건강한 오므라이스 레시피를 알려줄게"라는 제목의 영상을 접했다. 밥 위에 케첩과 계란 프라이가 올려져있는 먹음직스러운 오므라이스가 등장했다.
영상을 공개한 인플루언서는 "동성제약이 만든 당박사쌀은 국내 유일 크롬 효모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당박사쌀로 오므라이스를 만들면 혈당 케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약 50초 짜리 릴스이지만 무려 4만명이 시청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몰이 중인 영상이었기 때문에 영상 추천 알고리즘에 당박사쌀 홍보 영상이 등장한 것이다.
올해부터 건강관리를 하기로 마음먹은 탓에 영상 말미의 "당박사쌀은 약국에서 약사의 추천을 받아 QR코드를 통해 구입 가능하다"는 홍보 문구에 눈길이 쏠렸다.
쌀집도 마트도 아닌 약국에서 건강에 좋은 쌀을 판매한다면 더욱 믿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후기들이 궁금했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 당장 '당박사쌀'이란 키워드를 검색한 이유다. 제품 실물 이미지와 함께 동성제약이 만든 전용 홈페이지가 등장했다. '내 주변 당박사쌀 약국 찾기' 코너에 약국 지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3000여 곳의 약국 이름과 주소에서 임의대로 주변 약국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약사는 "약국에서 저혈당 쌀을 파는 것이 맞다"며 "오시면 자세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약국에 도착한 순간 약사는 QR코드가 적힌 링크를 팻말을 보여주면서 "당박사쌀은 크롬이라는 성분이 주원료"라며 "당뇨는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져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인데 크롬은 민감도를 높여준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크롬은 인체의 가장 필요한 미네랄 요소 중에 하나다. 크롬을 쌀에 배합을 해서 만들었다는 게 제품의 특징"이라며 "당뇨약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보조식품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약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서 QR코드를 찍고 구매 사이트에 들어갔다. 하지만 5kg에 8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에 고민이 깊어졌다.
"쌀은 10kg에 보통 4만원대인데 너무 비싼 것 같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약사는 "가격이 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뇨 예방을 위해 효과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가치가 있다. 보통 자주 먹는 주식이 쌀이기 때문이다. 환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약사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었지만 구매하지 못했다. 비용 문제와 함께 현장에서 제품을 보고 도정날짜(벼의 껍질을 벗겨낸 시기)를 확인할 수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당박사쌀'이 당뇨 환자를 중심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는 약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당박사쌀을 실제로 구매했다는 구매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더구나 작년 12월 당박사쌀 출시 직후, 동성제약은 국내 생명보험사에 78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전국 약국 3000여 곳을 통해 당박사쌀을 공급 중"이라며 "해당 제품은 약사의 건강 멘토 서비스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투자 업계에서도 당박사쌀의 잠재력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KB증권의 한제윤 연구원은 투자보고서를 통해 "전국 약국을 통해 유통이 시작됐고, 향후에는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채널로의 확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2025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발생이 기대되며,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프로모션 (사은품)에 포함, 병원 및 요양원 급식 납품과 같이 B2B 사업 기회가 내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 당박사쌀이 고가인 만큼, 동성제약이 더욱 세밀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국의 약사들이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쌀을 팔 수 있도록 기획했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라며 "당뇨 환자는 물론 약사들이 당박사쌀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가격이 상당히 높게 형성됐고 약국에서 쌀의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더욱 세밀한 마케팅이 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