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효자였지만 '외품 아저씨 품목' 전락

약국가에서 국내 제약사 콘돔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사들이 최근 콘돔을 출시했지만 약국보다 자사 온라인몰이나 올리브영 등 다른 유통망을 통해 판매 중이다. 한때 최고 효자 품목 중 하나였지만 약사들의 관심도 줄어든 모습이다.
16일 서울시 노원구와 강남구 인근 약국을 둘러봤지만 국내 제약사의 콘돔은 보지 못했다. '윙크와 센스데이 콘돔이 있냐'는 질문에 약국장들은 "듀렉스와 바른생각만 있다"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약국이 콘돔 전문 회사 제품만 판매 중이었다.
약국가에서 국내사 콘돔이 사라진 이유가 뭘까. 매출 감소가 첫째 원인이다.
약사는 "과거와 달리 약국가 콘돔 매출이 확연히 줄었다"며 "고객들은 대부분 콘돔을 심야 시간대에 찾지만 약국은 그때 문을 닫는다. 오히려 편의점이 24시간 문을 열기 때문에 접근성 면에서 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찾는 사람들이 줄어 약사들도 크게 관심이 없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제조한 콘돔에도 자연스레 이목이 줄었다. 굳이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들여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약사의 비율'이 높은 점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 여약사는 "국내 제약사들이 콘돔을 적극적으로 약국에 들여올려고 노력해도 애초에 여약사들이 많아 영업 효과를 얻기 어렵다"며 "남성 고객이 눈을 피하거나 쭈뼛거릴 때가 많다. 여성과 대면 구매를 하고 싶지 않은 남성들의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콘돔 제품에 대한 약국 영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약국 보다는 편의점, 대면구매 보다는 온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 제약사들도 약국이 아닌 온라인몰 쪽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진이 좋아 약국의 효자 품목이었던 때가 있었다. 제약사들이 약국 영업에 힘을 쏟았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콘돔은 재고 회전율이 높지 않아도 반품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수의 품목만 들여오고 있다. 이른바 '외품 아저씨'만 관리하는 품목으로 전락했다. 국내사들도 이런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