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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 필요해"

약 4년 전 우연히 만난 선배는 한 제약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정확히 무슨 회사였는지 기억은 희미하지만 "내 스스로가 사라지는 것 같아"라고 말한 것은 생생하다. 그리고 그 선배는 현재 영업직군 자체를 떠난 상태다. 물론 직업 만족도는 본인의 성격이나 가치관, 목표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A는 관뒀지만 B는 잘 다니는 등 각자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관련 소식을 들은 순간 이전에 선배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던 '씁쓸함'이라는 감정의 불씨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 달에 보도된 '불법 리베이트 의사 1000명 이상 연루 정황'부터 이미 과징금 부과 처벌을 받은 제약사까지, 사실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는 하루 이틀 발생한 일이 아니다. 불법 리베이트를 시행한 제약사뿐만 아니라 받은 의사도 처벌받는 쌍벌제 도입 등 근절을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제약사는 정해져 있는 약가에서 판매량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처방에 영향을 끼치는 불법 리베이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의사 또한 처벌보다 얻는 이익이 더 커서다.

결국 불법 리베이트를 줄이기 위해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은 단순히 대안을 모색해야 된다는 말보다는 '제약사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대부분의 제약사의 매출은 '제네릭'이 주를 이루고 있어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 활동이 불가피한 상태다. 중소제약사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성분과 효능이 동일한 상황에서 리베이트는 타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거의 유일한 전략인 셈이다.

선배는 "회사 측에서는 의사들에게 뒷돈은 주면 안된다고 하지만 리베이트 없이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사나 간식 등은 다른 회사 영업사원들도 하기 때문에 좀 더 다른 전략이 필요한데, 돈은 주면 안 되지만 실적은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이 모순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비행기나 호텔 대신 결제 등 정말 말 그대로 돈을 직접적으로 주진 않지만 다른 방향으로 돈을 쓰는 전략을 이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영업의 경우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차등 지급되기에 사원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앞선 그는 끊임없는 경쟁과 불법 리베이트가 보도됐을 때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반응을 보는 게 힘들었다고 부연했다. 과연 영업사원들이 다른 걱정 없이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일까.

최근 제약사들은 깨끗하고 투명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추세다.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 의지도 이전보다 발전됐다. 불법 리베이트 근절, 제약사도 책임을 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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