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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만 하면 끝?' 인식 퍼져"
유행 따라가는 태도 지양 필요

"그래서 지금 무슨 주식 사야 돼?"
주변 사람에게 '제약·바이오' 기업을 취재한다고 하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내가 그걸 알면 지금 일하고 있겠냐! 부자인 백수로 살겠지'라고 둘러대려고 한 순간, 다들 입을 모아 "아니다. 제약바이오주 사면 망한대"라는 말이 들려온다.

왜 제약·바이오주는 '믿고 거르는' 대상이 됐을까. 단순히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실적', '신약개발' 정도에 그쳐서 그런걸까. 실적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고, 신약개발의 낮은 성공확률과 긴 소요시간은 모두가 아는 제약·바이오 업종만의 특성이다.
실적도 신약개발의 어려움도 아니면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앞선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대부분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는데 '상장만 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전했다.
왜 본업인 신약개발보다 상장에 집중하게 됐을까. 이 관계자는 "상장을 하게 되면 들어오는 돈이 상당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보다는 높은 기업 가치를 받는 것에 집중하는 회사가 꽤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높은 가치로 상장을 하게 되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VC, 수수료를 챙기는 주관사, 부자가 되는 경영진 이 세 가지가 맞아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는 "더 나아가 건물 구매나 골프 등에 빠져 기존 사업이 부가적인 항목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가를 위해 유행처럼 똑같은 것을 개발하는 사례가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유행하면 모두가 ADC를, 비만치료제가 핫하면 비만 관련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겠다고 뛰어든다"고 지적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약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데, 각 회사의 강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눈 앞에 있는 상황만 보고 도전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성공률이 극악에 달하는 신약개발인데, 회사의 방향성을 생각하지 않은 개발은 실패에 더 빨리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부진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 폐업위기에 처한 기업이 많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명한 모습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어떻게 해야 투명한 모습으로 외부에 보일까. 임상의 진행 과정이나 리스크 등의 공개는 이미 많이 거론됐으니 다른 걸 강조하고 싶다.
바로 기업 스스로에게 솔직한 자세다. 패션, 화장품처럼 신약 개발에도 트렌드가 있다. 그러나 유행을 따라가는 자세보다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기업을 설립할 때 세운 목적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수익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많고 많은 사업 중 제약·바이오를 선택한 이유는 신약개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소망을 다시 떠올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업계 관계자는 산업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지만 차츰 나아진다고 바라봤다. 한파의 해소와 함께 '믿고 거르는' 제약·바이오에서 '믿을 수 있는' 제약·바이오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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