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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산업 발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입을 모아 '제약바이오 강국'을 만들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책은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을 찾자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 인센티브 확대 등 글로벌 진출 기반 마련과 자국화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신약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최근 기자가 만난 여러 명의 현업 종사자들은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보수적인 면의 완화'라고 주장했다. 더 잘할 수 있는 기회 요소가 있지만, 한국만의 특징과 규제로 인해 제한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제한은 신약 개발에 있어 '속도 감소'라는 결과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만의 특징과 규제는 무엇일까? 한국이 임상시험에서 보수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내용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국가는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 후 만 30일을 경과하는 동안 아무런 피드백이 없을 경우 임상을 시작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승인 제도'라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전보다 빨라지기는 했지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리는 점은 어쩔 수 없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앞선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 임상도 마찬가지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하는 임상임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없으면 한국에서는 진행할 수 없다"며 "결국 다른 나라에서 수행하고 데이터를 가지고 와야지만 초기 임상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로 인해 거부되는 임상도 간간이 나오는 상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도 다른 외국 국가처럼 '환자 중심의 임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분산형 임상시험(DCT) 등 임상 운영의 방식이 다양해졌지만, 한국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시절 해외는 원격으로 임상을 진행했지만, 한국은 기관을 방문했다"면서 "정보기술(IT) 환경과 기술은 갖춰져 있지만, 원격의료가 되지 않아 (원격 임상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의 원격 진료와 임상에서 원격은 다르지만, 원격의료가 되지 않아 임상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의견이다.
기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심포지엄에서 매번 DCT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서로 다른 연설자가 떠올랐다. DCT란 임상의 일부 또는 전체가 기존 임상시험기관이 아닌 참가자의 집 또는 지역 의료시설 등에서 진행되고, 연구 데이터는 온라인으로 수집되는 형태를 말한다. 참여자 입장에서는 접근성 개선과 시간 절약이라는 이점이 있으며, 임상진행기관 측도 비용 절감, 환자 참여 증가 등의 장점을 갖는다. 이에 선진국들은 DCT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추세지만, 아직 한국의 경우 단일 국가 기준 DCT 진행 비율이 1%대에 불과했다. 영국이 12%대인 것과 비교하면 이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총선을 약 일주일 앞둔 지금, 여야 그리고 정부 등 모두가 제약바이오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지는 동일했으며, '신약 개발'을 핵심으로 내세운 점도 똑같았다. 그럼 그다음은 '정책'이다. 정책의 효과를 톡톡히 보려면 정책을 잘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정말 한국을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제대로 키울 생각이라면, 지금은 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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