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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양지 법무법인 율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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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 일요일, 복지부가 드디어 '제2차(2024-2028년)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보건의료정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건강보험정책의 큰 틀거리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의료기관, 제약기업 등 보건의료 현장의 운영과 직결되어 있고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터라 관심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계획에서 특히 두 부분이 궁금했다.

하나는 향후 보험재정 상황이었다. 보험재정이 어려우면 보험당국은 보험료를 올리고자 할 것이고 우리는 부담스러운 보험료 고지서를 받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계획 기간에는 1955년∼1963년 출생한 베이비붐세대 710만명이 고령층에 진입하게 된다. 65세이상 고령인구가 '2024년 전체인구의 19.2%에서 '2028년 23.6%까지 증가함에 따라 초고령사회(고령인구가 전체인구의 20% 이상 차지, 25년 진입)로 급속히 전환하는 시기다. 보건의료서비스 수요가 폭발할 것이므로 보험료 지출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1.9% 선에 머물고, 합계출산율은 0.7에도 못미치는 저출생 현상이 심화되는 등 보험료 수입에 대한 불안요소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다 집어삼키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의 발단이 된 필수 · 공공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건보재정을 10조 이상 투입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보험재정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지난 3년 동안 지속해서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준비금도 2018년 20조로 시작했는데, 올해는 약 30조(3.8개월 지급 가능액)로 시작한단다. 현재 7.09%인 보험료율도 연평균 1.49% 인상을 가정한다면 2차 계획 5년 동안 보험료율 법정상한인 8%를 개정할 필요도 없다고 하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보험료를 크게 더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들은 제약사들은 억울할 만도 할 것 같다. 재정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 보험당국은 왜 그동안 의약품의 비용효과성을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평가하고 관리한 것일까. 기등재약 기준요건 재평가, 급여적정성 재평가, 사용량-약가 연동 인하, 실거래가 인하.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사용범위 확대 때도 인하해야 하고, 신약 등 건강보험공단에서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의약품이 전단계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암질환심의위원회, 경제성평가소위원회, 위험분담소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 거쳐야 하는 각 위원회 단계마다 사전 가격을 인하해야 단계를 넘어갈 수가 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이번 계획에는 보험약가제도 나아가 제약산업에 대한 어떤 특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을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했던가. 보험약가 지출 효율화와 관련된 기존의 정책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1차계획에도 있었으나 아직 추진되지 않은 제외국약가참조 특허만료 약제 재평가도 있다. 보험약가제도에서 새롭다는 건 보장성에 대한 확대라기보다 약가인하에 대한 압박일 가능성이 높아서일까. 오히려 새로운 것이 없는 것이 어쩌면 다행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반면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성분을 국산원료로 사용한 제네릭에 대해 약가를 우대하여 원료에 대한 자급률을 높이고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한 안정적 수급체계를 마련하고자 한 것은 정말 시의적절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 제약사는 혁신형 상관없이 우대하겠다는 논의도 있는데, 리베이트로 인해 혁신형에서 제외된 제약사도 이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일까, 혁신형 기업 지정 시 리베이트 기준에 대한 완화 방안이 검토된다고 하는데 정책불협화가 생기지 않도록 함께 잘 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환자접근성 제고를 위한 대책들, 즉 혁신신약의 경제성평가 시 ICER값의 탄력 적용, 접근성 강화를 위한 등재기간 단축,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 확대 등 환자 치료와 제약기업의 발전을 위한 우대방안들은 새롭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이러한 방안들에 대한 강조가 말의 성찬이 아니라 제약기업들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과정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실행될 필요가 있다.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여러 방안들이 현행화되는 과정에서 정책 방향과 상반되는 규제와 검토과정의 벽에 부딪쳐 정책효과가 제대로 나지 못하는 경우가 그동안 너무 많았다. 또한,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의 정책효과성에 대한 철저한 사후평가와 피드백과정이 기본계획에는 다 담지못하더라도 연도별 시행계획에는 담길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계획 내용 중 개인적으로 반드시 추진되길 바라는 정책이 있다.  복합 · 만성 질환에 대한 다제약물 복용자 증가 등을 고려하여 약물부작용 및 건강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관리체계 구축 방안이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과 실시간 의료이용 확인시스템 등을 연계하여 과다․과잉처방을 관리하고 노인요양․돌봄과 연계하여 다제약물 복용자에 대해 약물점검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얼마 전 집 청소를 하면서 약통함을 정리하는데, 버리는 약이 1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 한가득이었다. 부모님댁에 가도 여기저기 약봉지들이 쌓여있다. 함께 드셔도 되는 것인지, 유통기간은 넘지 않은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쯤 되면 약의 오남용으로 인한 보험재정 낭비도 문제지만 환자의 건강이 위협받을 지경이다. 약물 오남용에 대한 체계적 관리는 환자의 안전과 보험재정을 모두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이것이야말로 계획기간 동안 시급하게, 무엇보다 확실하게 추진해야 될 정책이지 않을까. 

그랜드플랜은 발표됐다. 이제 남은 것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실천이다. 악마의 디테일이 아니라 신의 디테일이 될 수 있도록 우리도 Watch dog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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