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출하 이후 물량 부족으로 미판매 재고만 급증
일각선 '상황 고려도 않고 물건만 밀었느냐' 비판도

최근 의약품 유통업계 등에서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경쟁이 시작된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성분 시타글립틴)' 제제의 재고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기 제조 물량을 발송한 이후 수급 불안 문제 등으로 제품 영업을 포기하는 곳이 생기면서 결국 갈 곳 없는 약만 창고에 쌓이는 일이 벌어진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물량 밀어내기'가 낳은 촌극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통업계 내에서 시타글립틴 성분 제제의 미판매로 인해 팔리지 않는 부동재고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역 모 유통업채의 경우 200여개 품목의 동일 성분 제제 중 오리지널 등을 비롯한 일부 제품 외 절대 다수가 실제 약국으로 추가 출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들은 경우 지난 9월 시작된 제네릭 경쟁에 맞춰 입고됐지만, 이후 약국으로 나간 것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이들 제품 중 시타글립틴 복합제의 경우에는 출시 이후 한 통도 판매되지 않은 제품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지역 한 유통업체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다. 200개가 넘는 제품이 연이어 나왔지만 현재 정상적으로 약국으로 넘어가는 품목은 채 10개 품목도 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서울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역권에서는 오리지널 등이 아니면 이들 제품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불만은 이들 제품이 등장하기 전부터 예정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올해의 경우 유난히 '당뇨 대전'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특허 만료로 인한 여러 당뇨병 치료제가 잇따라 출시됐다. 그러나 지난 4월 출시된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 다파글리플로진)'가 생산단가 및 여러 문제들로 인해 특정 회사에 매출이 집중되면서 많은 회사들은 큰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기세를 스스로 꺾었다.

이후 이어진 대형 품목이 9월 시작된 자누비아의 제네릭이다. 게다가 올해 병용시 2개 제제 중 1개의 급여가 삭제됐던 'SGLT-2 억제제+DPP-4 억제제' 처방이 급여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출시 전까지만 함량 및 성분 구성이 다른 239개의 제품이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영업에 힘을 줘야 하는 복합제 서방정의 위탁 단가가 약가의 70% 수준에 도달하며 해당 제품을 팔기에는 수지가 안맞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수수료 등을 앞세우며 영업을 하려는 회사까지 공급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르며, 결국 허가를 위한 생산분 이외에는 판매를 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급 불안이 쐐기를 박으면서 이들 제품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등장한 모 제약사의 제품 지연이다. 제품을 제조해주는 제약사가 당초 위수탁 물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해 제공하기로 했으나, 발주량을 맞추지 못하면서 제품의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업계에서 제조를 수탁받은 주요 회사들이 적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의약품 공급을 지연하는 과정에서 시타글립틴 제제도 동일한 상황을 겪으며, 결국 초기 생산을 위한 배치 이외에는 제품을 출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업 현장에서도 의료기관에 처방코드를 넣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추가적으로 물량이 들어오지 않는 제품을 판매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통업계 등은 이 정도 사태가 벌어질 것을 미리 예측했다면 밀어내듯 제품을 쏟는 일은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급 시점이나 지연 등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면 출고 시점을 살짝 늦추거나 하는 등의 상도덕은 필요한 것 아니냐"며 "유효기간이 너무 많이 남은 제품인 이상 반품 등도 힘든 상황이다. 재고 보관을 위해 창고까지 다시 조정한 상황에서 이같은 태도는 너무한 듯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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