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물량 소진시 제품 생산 중단 밝히는 회사 등장
업계에선 '다른 약은 잘만 올려주더니…' 볼멘소리도

'아목시실린' 복합 성분 항생제의 가격 인하를 두고 "너무한 것 아니냐"는 업계 불만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일부 회사가 '자사의 재고 물량 소진시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공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관지염 등 정작 필요한 약가를 이렇게까지 깎으면 안된다"는 말도 이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 2차 기등재 약가 재평가에 따라 약가 인하가 예정돼 있는 품목에 '아목시실린'과 '글라불란산' 복합 성분 시럽 제제가 포함돼 있다는 공지가 올라오고 있다. 2차 기등재 약가 재평가는 3월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이들 약제는 현재 건강보험 내 등재된 약가 중 현행 제네릭 약가 기준 2가지(자체 생동 및 DMF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중 충족 여부에 맞춰 약제상한금액 즉 약가를 내리는 것을 말한다.
각 회사가 영업사원 및 영업대행조직(CSO) 등에 공지한 내용을 보면 ㅁ제약, ㄷ제약, ㅂ제약,ㄷ제약, ㅁ제약 등을 비롯해 이미 20여개의 제약사가 각각 자사 시럽 제제에 대한 약가 인하를 알렸다. 해당 약제는 편도염을 시작으로 '감기'라고도 흔히 불리는 상기도감염, 피부 감염, 중이염, 부비동염 등 각종 염증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항생제다. 건조시럽이라는 제형의 특성상 유소아의 복용이 주로 이뤄지는 약제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에 해당되는 약가 인하 대상 품목은 2월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개 기준 51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내 현재까지 허가받은 동일 제제 품목이 55건이고, 이 중에는 갱신을 포기하며 유효기간 만료 등으로 제품 판매를 끝낸 회사가 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부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렇게까지 제품의 약가를 떨어뜨리면 사실상 제품을 생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이야기한다. 아목시실린의 원가가 길게는 2000년대 이전부터 오르기 시작해 코로나19를 겪으며 원료 수급선이 무너져 제조단가가 크게 뛰었음에도 정작 제품의 약가는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내에서는 이번 약가 인하 이후 제품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모 제약사의 경우 '이미 현재 물량 이후에는 추가 공급이 어렵다'는 공지를 보냈고, 또 다른 제약사는 '이미 3월 초부터 해당 제품의 재공급 일정이 미정'이라는 말과 함께 판매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 곳까지 나오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재평가 과정을 특정 약제만 별도로 선정할 수 없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아목시실린은 1년 내내 감기 등으로 처방량이 매우 높은 항생제임에도 약가를 많게는 20% 가까이 깎을 경우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생산 단가가 맞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체들의 우려는 실제 지난해 서영석ㆍ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해 국회에서 열린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소 및 안정 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에서 언급된 바 있다. 당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발제를 통해 "1999년 의약품 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아세트아미노펜은 2022년 가격이 인상돼 79% 수준이지만, 아목시실린 항생제는 45%까지 떨어졌고 바클로펜은 54%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시장에서 어느 정도로 원가가 유지될 정도의 약가를 유지해달라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 제제의 경우 생동성 시험을 진행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DMF 원료의약품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제조단가가 올라가니 더욱 상황이 불편하기까지 하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업체들은 이로 인해 제약사가 제품을 포기할 경우 향후 호흡기질환 유행 등의 문제에서 정부가 자유로울 수 있겠냐는 볼멘소리까지 내고 있다. 더욱이 균등 공급 등으로 인해 일부 제품을 올려준 상황에서 유사시에는 약가를 일시적으로 다시 올려주는 '병 주고 약 주고' 식의 방책을 쓸 것이냐는 말도 나온다.
해당 제제를 생산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제품이 있다. 약가 인하가 된 만큼 업계 내에서는 이미 적자 판매로 이어지는 회사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런 업체가 '공급하기가 어려우니 판매 재개 미정'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약을 볼모로 잡는 건 아니지 않나. 최소한 필요 약제에서만큼은 어느 정도의 원가 보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