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탁생산 A사, 수 개 업체에 '생산 불가' 통지
'생산단가 감당 안 된다'… 일시적 약가 인상 조치 나올까

'세파계 항생제' 수탁생산을 담당했던 A사가 최근 일부 업체들에 '생산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품귀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질 예정인데, 업계는 이미 항생제 계열의 판매를 접는 곳이 많은 상황이라 수지 맞지 않는 제품을 억지로 생산할 수는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모 제약사는 최근 자사의 '세파클러 항생제(시럽 제형)'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영업사원에게 전달했다. 해당 제약사가 제품을 팔지 못하는 이유는 수탁생산을 맡은 A사의 공급 중단 통보로 인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생산을 중단한 회사가 한 두 곳이 아니라는데 있다. 1월말까지만 해도 자사 영업사원 및 영업대행조직(CSO) 등을 통해 세파계 항생제의 판매를 중단한 곳은 약 8곳에 달한다. 이 중 수개는 A사가 대신 생산해주는 제품이다.
또 다른 세파계 항생제 수탁생산업체인 B사 역시 지난 1월 일부 회사에 세파클러 성분 항생제의 제품 생산이 어렵다는 내용을 밝힌 상황이다. B사 측에서는 당시 위수탁 생산 단가가 맞지 않아 판매액이 적은 일부 회사에 생산 중단을 통보했다고 전했었다.
세파계 항생제 특히 '세파클러'의 경우 인후두염을 비롯해 기관지염ㆍ폐렴은 물론, 편도염 등 다양한 질환에 처방된다. 이에 의료 현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품목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독감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의심 환자의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 추이를 보이면서 갑작스럽게 늘어난 호흡기질환 환자 증가 등으로 세파클러의 처방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인지도가 있는 유명 제품의 경우 현재까지 의약사 대상 온라인몰 등에서 찾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영업이 적었던 회사 품목의 재고가 조금 남아있는 정도다.
제품의 수량을 쉽게 맞출 수 없는 회사들은 이 때문에 먼저 자사 수량을 맞추기 위한 생산 중단을 통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세파계 항생제의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원료의약품의 수요는 물론, 단가 등이 증가했다.
여기에 인도 등에서 작년 10월 일어난 홍수로 인도산 원료의약품의 수급까지 끊기면서 생산단가는 더욱 높아지며, 결국 제품 생산을 위탁한 회사들의 금액을 맞춰줄 수 없는 수준까지 상승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미 작년 상반기 국내 세파계 항생제를 생산하는 모 회사가 위탁사의 규모를 크게 줄인 시점에서 이번 생산 중단은 결국 다시 다른 회사의 품목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새로운 회사를 찾자니 수탁사를 최대 3개로 제한하는 '1+3 규칙'이 발목을 잡고, 자사 생산으로 전환해 판매하자니 별도의 시설을 갖춰야 하는 현 규정에서 투자를 쉽게 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제조원 변경을 위한 유전 독성 등 자료의 미비는 결국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다들 예상된 것 아니었나 싶다.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어떤 품목이 (생산단가가 보험약가의) 100%를 넘어가는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미 100%를 넘어가면서도 일단 생산을 하고 있는 약이 몇 개 있다"며 "아세트아미노펜처럼 불가피한 문제가 생기면 일시적 약가 인상 등 조치가 있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판매를 접는 업체들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