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출신 손정민-이걸 공동 대표 손잡고 개발
'당근마켓'·'오늘의집'·'사람인' 기능 하나에 담아
중고거래·인테리어·구인구직·교육 서비스 담은 어플

두 사람은 한 때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동료였다. 온누리약국체인에서 이 걸 팀장은 약국 입지에 관한 방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였고, 약대를 나와 경영학을 공부한 손정민 약사는 약국이 약사와 고객에게 더 나은 공간이 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었다. 

두 사람은 각자 개인사업과 개국으로 회사를 떠났고, 3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왜 약국엔 세련된 어플 하나 없을까'라는, 지금이나 그때나 변함 없는 고민을 안고 말이다. 약국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의 어플에 담은 '모두의약국'이 시작된 배경이다. 

이 걸, 손정민 공동 대표를 두 차례 만났다. 한번은 6일 열린 8회 대한민국 약사학술제였다. 어플에 대한 약사들의 반응을 현장에서 살펴보고 싶었다.

모두의약국 손정민(왼쪽), 이걸 공동대표
모두의약국 손정민(왼쪽), 이걸 공동대표

① 어떻게 두 사람이 동업할 생각을 했나. '입지'와 '경영' 전문가 조합이면 다른 모델의 사업이 도출될 것 같은데.

이 걸 대표 : 사실 약국 입지 노하우를 활용한 사업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입지가 너무 중요해진 만큼 불법을 불사하는 세력도 많고 위험요소가 너무 높다. 20년 가까이 약국을 위해 일해왔는데 나혼자 돈 벌자고 굳이 위험한 사업을 벌이고 싶진 않았다. 약국에 필요한 게 뭘까 하던 차에 손 약사와 연락이 됐다. 

손정민 대표 : 온누리를 나와 약국을 한 지 3년 가까이 됐다. 실제 약국을 하며 약국 현장의 문제점과 현실을 절실히 느꼈다. 약사 개인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한계를 느끼던 차였다. 우연히 이 대표와 연락을 했는데 '이런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하다가 뜻이 맞다는 걸 알았다. 하던 약국을 접고 어플 개발에 뛰어들었다.

 

② '이런 이런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손정민 대표 : 말 그대로 여러가지다. 사소하면서 일상적인 것부터 큰 비용이 드는 큰 일까지 말이다. 약사 한 명 채용하는 것도 정보가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해야 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려 해도 바쁜 약국업무 시간을 쪼개 내가 수소문하고 만나야 했다. 개국약사들은 알겠지만 약국에는 이런 잡무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매번 대충, 얼른 해버리고 만다.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안 좋을 때도 많다. 이런 피로감이 상당했다. 

 

③ 개인사업장이라면 다 그렇지 않나. 약국 뿐만 아니라 말이다. 

이 걸 대표 :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약국 시장은 독특하다. 예를 들어 구인구직을 보자. 일반 사업장에서 사람을 뽑을 때 '사람인', '인크루트' 등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력서도 받고 면접도 본다. 지원자는 이력서를 써서 보내는 걸 당연시 한다. 하지만 이력서를 작성해 잘 관리하는 약사는 많지 않다. 대부분 전화로 문의하고 면접보면 채용된다. 약국장 입장에서도 이력서 없이 출신 학교 정도만 확인하고 급여만 맞으면 채용한다. 이 과정들이 전화로 이뤄진다. 

손정민 대표 :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시대다. 구직 약사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이력서를 보내고, 약국장은 어플 알람으로 이력서를 확인해 면접 요청을 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싶었다. 약국에 꼭 필요한데 마땅한 플랫폼이 없는, 이런 간단한 서비스들이 생각보다 많다. 

약사학술제 부스로 참여한 모두의약국
약사학술제 부스로 참여한 모두의약국

④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중고거래도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에 넣었나.

손정민 대표 : 그렇다. 약국도 살림살이처럼, 많은 도구와 물품이 필요하다. 하물며 약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쓰지 않는 걸 팔고싶어도, 중고로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어도 약국들 만의 중고거래 플랫폼이 없어 불편했다. 결국 약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나 단톡방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올려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기에도 부담스럽다. 

이 걸 대표 : 처음 당근마켓이 나왔을 때 친한 직원들끼리 모여 '약국의 당근마켓'을 만들어보자고 했었다. 같이 서점 한 구석에 앉아 그림을 그려가며 활발하게 아이디어도 냈었다. 당근마켓은 정말 소소하게 시작했다. 처음엔 수익모델이 없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가총액 1조를 넘는 기업이 됐다. 

 

⑤ 마찬가지로 '모두의약국' 역시 수익 모델이 없다. 어떻게 수익을 낼 건지. 

이 걸 대표 : 당장의 이익보다 사람이 많이 모이게 하는 것, 사람들이 즐겨 찾게 해야 한다. 그럼 수익모델은 어떻게든 만들어진다. 지금 성공한 플랫폼을 보면 대부분 그렇게 시작했다. 당근마켓, 카카오톡, 오늘의집 모두 그런 수순을 밟았다. 

또 하나 공통점은 이들의 주 무기가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모일 수 있는 공간만 제공하면 유저들이 업로드하는 정보가 메인이 된다. 팔고싶은 물건, 내가 해놓은 인테리어를 보려고 사람들이 모인다. '모두의약국' 역시 주효한 콘텐츠는 약사들이 필요하다고, 구매한다고, 채용한다고 올리는 정보들이다. 약국과 약사가 주인공인 놀이터를 만드는 게 당장의 목표다. 

 

⑥ 그 외 다른 서비스들도 같은 맥락인가. 

모두의약국
모두의약국

손정민 대표 : 시작은 크게 △중고거래 △구인구직 △인테리어 △교육이다. 중고거래는 당근마켓을 모델로 했고, 인테리어도 그에 맞는 어플을 참고했다. 검증된 인테리어 업체들을 소개해놓았고, 포트폴리오를 매거진 형식으로 올려 약사들이 '다른 약국은 어떻게 했나' 볼 수 있게 했다. 맘에 드는 업체와 어플을 통해 1:1 상담도 할 수 있다. 

처음엔 하나의 어플에 여러 어플을 다 넣은 것처럼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러자 개발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도 안된다'고 면박을 줬다. 그 큰 어플들을 하나에 모을 수 없다고 했지만, 최대한 담아달라 했다. '사용하기 편리하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걸 대표 : 약사들이 활용하는 걸 보며 키울 내용은 더 키우고 필요한 건 더 넣으려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와 콘텐츠 개발자, IT개발자가 한 팀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 

 

⑦ 전문분야가 '약국 입지'인데, 이 부분도 향후 추가할 계획이 있나. 

이 걸 대표 : 지금도 약사들끼리 양도, 양수할 수 있도록 기능을 넣어놓았다. 하지만 우리가 나서서 주력할 부분은 아니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그 안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더 활성화될 수는 있다고 본다. 

대신 이용자가 많아지면 할 수 있는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나에게 맞는 약국 체인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이밖에 약사와 약국이 필요한 서비스라면 어느 것이든 새로 추가할 계획이다. 

 

⑧ 학술제를 통해 6일 정식 오픈했다. 반응이 어떤가.

손정민 대표 : 6일 약사학술대회 전시회장에서 약사들에게 홍보하고 굿즈도 배포했다. 어플 사용률이 높은 젊은 약사들을 주 타깃으로 했는데, 하루 동안 홍보를 하고나니 조금씩 반응이 오고 있다. 1차 기획부터 2년 가까이 매달린 어플이다 보니 설레고 긴장된다. 출산해서 아이 얼굴을 본 기분이다. 

이 걸 대표 : 요즘 어플들은 얼마나 세련되고 편리한가. 그런데 약국에 그런 어플 하나 없다는 게 아쉬웠다. 약국도 세련되고 편리한, 트렌디한 어플을 사용할 수 있게 하자 했다. 나도 약국가에서 약사님들을 위해 쭉 일해왔다. 시대는 변하는데 약국만 뒤쳐졌다는 말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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